Sat Nov 08, 2003

왜 이렇게 눈이 아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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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인터넷을 많이 할 때는 단순히 모니터를 많이 보니까 그렇겠지라고 위안한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아프기 시작한 나의 두 눈은 회사까지 다다르는 지하철안에서도 부드럽게 돌아가지 않는다. 업무의 시작과 함께 잠시 아픈 걸 잊게 되었다가 먹어야 산다며 졸라대는 배를 달래는 시점이 되면 고통은 다시 깨어난다. 마치 몇 시간 잊고 있었으니 잠깐이라도 내가 아픈 걸 알아줘야 해 보챈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오후가 고요하게 흘러가게 되는데 이 시간이 되면 30분의 주기로 자극을 받는다. 다섯 시가 지나면 어느새 아픈 나의 두 눈은 눈을 꼭 감아보라고 외친다. 감은 두 눈꺼풀 안쪽에서는 바깥세상으로 나가려는 듯 수십만개의 침으로 찔러대는 느낌이 든다.

사실 왜 이렇게 눈이 아픈지라고 투덜댈 정당성은 찾으려고 해도 찾아지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두 눈을 혹사시킨다. 혹사시키는 일상이 온 습관에 녹아 든다. 주간에 풀타임으로 8시간 이상 모니터를 바라보고 퇴근길에는 지하철 형광등 밝기에 의지해서는 책을 읽어대고(사실 이건 자주 하진 않는다. 주로 눈을 감고 있거나 창밖을 바라 본다.) 집에 도착하면 또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를 바라 보면서 밥을 먹는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점에 두 눈의 아픔은 궁극에 도달한다. 하지만 혹사정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리에 누워서 또 책을 읽는다. 눈이 이제 그만 괴롭히라고 한다. 이제 조용히 두 눈을 쉬게 해줄 시간이다. 왜 이렇게 눈이 아픈지.


Posted by: gil on Nov 08, 03 | 12:11 am |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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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Nov 05, 2003

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어느날 갑자기 망치는 못을 박지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벼는 잠들지
못한다 어느날 갑자기 재벌의 아들과 高官의 딸이 결혼하고 내 아버지는
예고 없이 해고된다 어느날 갑자기 새는 갓낳은 제 새끼를 쪼아먹고
캬바레에서 춤추던 有婦女들 얼굴 가린 채 줄줄이 끌려나오고 어느날
갑자기 내 친구들은 考試에 합격하거나 文壇에 데뷔하거나 美國으로
발려을 받는다 어느날 갑자기 벽돌을 나르던 조랑말이 왼쪽 뒷다리를
삐고 과로한 운전수는 달리는 버스 핸들 앞에서 졸도한다

어느날 갑자기 미류나무는 뿌리채 뽑히고 선생은 생선이 되고 아이들은
발랑까지고 어떤 노래는 금지되고 어떤 사람은 수상해지고 고양이 새끼는
이빨을 드러낸다 어느날 갑자기 꽃잎은 발톱으로 변하고 처녀는 養老院으로
가고 엽기 살인범은 불심 검문에서 체포되고 어느날 갑자기 괘종시계는
멎고 내 아버지는 오른팔을 못 쓰고 수도꼭지는 헛돈다

어느날 갑자기 여드름 투성이 소년은 풀 먹인 군복을 입고 돌아오고
조울증의 사내는 종적을 감추고 어느날 갑자기 일흔이 넘은 노파의 배에서
돌덩이 같은 胎兒가 꺼내지고 죽은 줄만 알았던 삼촌이 사할린에서 편지를
보내 온다 어느날 갑자기, 갑자기 옆집 아이가 트럭에 깔리고 축대와 뚝에
금이 가고 月給이 오르고 바짓단이 튿어지고 연꽃이 피고 갑자기,
한약방 주인은 國會議員이 된다 어느날 갑자기, 갑자기 장님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걷고 갑자기, X이 서지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주민증을 잃고 주소와 생년월일을 까먹고 갑자기,
왜 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풀섶 아래 돌쩌귀를 들치면 얼마나 많은 불개미들이
꼬물거리며 죽은 지렁이를 갉아 먹고 얼마나 많은 하얀 개미 알들이 꿈꾸며
흙 한점 묻지 않고 가지런히 놓여 있는지

이성복,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1980)


Posted by: gil on Nov 05, 03 | 10:27 pm |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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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Nov 02, 2003

사토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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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던 도중에 눈물이 뚝뚝 떨어진 건 10년만의 일입니다.

"춤추는 대수사선"의 모토히로 카츠유키 감독
"키즈 리턴",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배틀로얄" 의 안도 마사노부 - 사토미 켄이치 역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총알발레" 의 스즈키 쿄카 - 코마츠 요코 역

개봉 후에 극장에 다시 가 볼 생각입니다.


Posted by: gil on Nov 02, 03 | 10:14 pm |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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