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어린시절 이야기로 옮겨가보겠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빠(명종식.54)와 엄마(윤보희.50) 는 1976년 4월
10일 서울 회기동에 있는 경희의료원에서 체중 3.25㎏의 건강한 아기를 낳
으셨다. 바로 나다.
엄마는 만삭이 된 몸으로 병원에 입원, 잠깐 눈을 붙이셨는데 병원에 불
이나는 꿈을 꾸셨단다. 병원이 활활 타오르는 장면에 깜짝 놀라 “불이야
-”하고 외치며 잠에서 깨는 순간 엄마는 극심한 진통을 겪기 시작했다.
엄마는 태몽으로 불이 나는 꿈을 꾸셨다며 늘 내가 크게 빛날 인물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다.
어린시절에는 이름 풀이를 잘한다는 엄마 친구 한분이 오셔서 여자 이름으로는 너무 강해 고생 많이 하겠지만 크게 될 인물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스무살 때쯤 큰돈이 들어오리라고도 하셨다.
이말이 불현듯 떠올라 대학교 2학년(현재 동덕여대 3학년 휴학중)때인 재
작년에 즉석 복권을 엄청 사 긁어댔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일이다.
복권 사는데는 몇만원이 투자됐지만 딱 한번 5,000원짜리가 당첨된 적이 있
다.
사실 이제서야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돈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 그저 하고 싶은 일할 수 있을 만큼과 어렵다고 남에게 신세지지않을
만한 돈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런데 그당시는 왜그렇게 돈욕심이
생기던지.
먹고픈것 입고픈것 하고픈것이 왜그리도 많은지. 타는 목마름을 엉뚱한데
다 풀었던게 아닌가 싶다.
태어나던 해 집은 서울 장위동이었고 풍족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쪼들리지도 않는 집안 형편이었다. 아버지는 건축관계 기업체에 다니고 계셨고 어머니는 지금도 그렇지만 평범한 가정 주부셨다.
그리고 내위로는 세살 터울나는 오빠가 떡 버티고 있었다. 명지훈.
탤런트는 내가 됐지만 오빠는 탤런트 이상으로 잘생겼다. 그래서 어릴때는 오히려
나보다도 탤런트 시키라는 이야기를 더많이 들었다.
얼마전 호주 멜버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얼굴을 볼 수 없는데 우리 남매
는 정말 가깝다.
오빠는 태어나던 순간부터 나를 너무 예뻐했다.
엄마말에 따르면 기껏해야 세살 더 많은 오빠가 무슨 아기가 그리 귀여운
지 하루종일 강보에 싸인 내손을 꼭 잡고 있었다고 한다.
기저귀를 만져보고 혹 오줌이라도 쌌을 것 같으면 부리나케 엄마를 불러
댔고 어떨 때는 기저귀까지 직접 갈아주었단다.
그런 끈끈한 남매간의 우애로 어린 시절 오빠와 나는 줄창 붙어 다녔다.
어린이 대공원이며 동네 놀이터며 안다닌 곳이 없는데 지금도 옛날 사진을
보면 어렴풋이 즐겁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아빠는 평양출신의 실향민이고 엄마는 충북 충주 분이신데 외가쪽 먼친척
한분이 소개해 만나셨다고 한다. 6.25때 북한에서 내려온 아빠는 엄마를
만나 무척 적극성을 보이셨는데 의외로 엄마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모양
이다. 사실 그때만해도 남자가 프로포즈한다고 해서 바로 반응을 보일 여
자는 없었을 것이다.
아빠는 당시 어떻게 해도 엄마가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자 마침내 마지막
수단을 썼다. 결혼해주지 않는다면 한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했다
는 것이다. 황당한 표정을 짓는 엄마 앞에서 아빠는 정말로 뛰어내리는 시늉까지 했다고 한다.
엄마는 놀라 청혼을 받아들였다. 만일 잘못됐다면 나라는 존재는 지금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목숨이(?) 오가는 가운데 생겨난 가족이라
그런지 우리처럼 끈끈하게 잘 뭉치는 가족들도 없을 것이다.
거의 조직이라고나 할까. 내가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은 항상 행동을 함께
했다. 등산가고 약수터 다닌 일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신림동에서 살던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은 매일 새벽마다 관악산에 올라갔다
.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물통을 들고 관악산 약수터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것은 오빠나 나나 부모님이 잠을 깨우시면 한마디
투덜거림없이 일어나 따라나섰다는 것이다.
뽀얀 아침안개 속에 싱그러운 아침 공기를 마시며 산길을 걷는 일이 너무
도 즐거웠다. 어려서부터 나는 무척 모범생이었다.
말썽을 부려 부모님 속 썩이는 일은 절대 없었고 모든 걸 다 알아서 했다
.
당시 친구네 집을 놀러가보면 “그만 놀고 이제 공부해라”하는 말을 여
러번 들었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
우리 가족의 가훈이 있다면 바로 사랑이다. 이는 아마 종교적인 집안 분
위기에서 형성됐으리라 생각한다.
엄마 아빠는 독실한 크리스찬이시며 나에게는 소위 모태신앙이었다. 정말
교회에 열심히 다녔다. 어디서 부흥회를 한다고 하면 꼭 빠지지않고 따라
갔고 여름 방학때는 교회에서 여는 여름성경학교 캠프로 떠났다.
크리스마스 부활절 때는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고 성극(聖劇)의 연출을
맡아하기도 했다. 노래는 그리 잘하지 못했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려고
무척 노력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팝음악을 들으며 따라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R&B; 재즈 올디스를 좋아하고 머라이어 캐리, 케니 지, TLC등은 항상 즐겨
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