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 양준혁(29)은 해태 유니폼을 순순히 입을 것인가. 자유계약선수
(FA) 제도의 시행은 양준혁을 해태쪽 울타리로 몰아갈까.
양준혁은 FA제도의 99시즌 전격시행 결정에 `도화선`이 된 것으로 평가된
다. 과연 그 양준혁은 FA제도의 덕을 볼 수 있을까. 즉 FA제도는 양준혁이
`해태로의 트레이드 거부`를 계속 밀어붙여 자신의 뜻대로 다른 팀으로의
재트레이드 또는 일본 등 해외진출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내년 시즌 FA제도의 시행이 결정된 시점에서 최근 트레이드 파동의 중심에
선 양준혁의 행보를 놓고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일단은 양준혁이 사복(私服) 대신 해태 옷을 일찍 입을 가능성은 상당히 커
졌다고 봐야 한다.
먼저 프로야구단이 FA제도라는 혁명적인 제도보완을 통해 선수의 구단 선택
권을 인정한 마당에 `전(前) 소속구단 삼성의 횡포`를 이유로 해태를 거부
하는 것은 설득력을 크게 잃게 됐다. 당초 파동을 공식화한 양준혁은 구단
선택권도 없이, 구단의 일방적 조치로 팀을 옮겨다녀야 하는 불합리한 현행
트레이드 제도를 문제삼음으로써 동정 여론을 얻고 있었다.
양준혁이 야구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한 `해태로의 트레이드 거부`로는 문
제를 풀 길이 없다. 해태 유니폼을 입고 테이블에 앉아야 재트레이드 또는
해외진출을 요구할 수 있는 기본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FA자격은 `국내 10시즌 - 해외 7시즌 이상`이면 주어진다. 93년 프로에 데
뷔한 양준혁은 99시즌을 마치면 프로 7시즌이 경과돼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
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향후 1년 뒤 양준혁을 데려갈
일본팀이 나올지가 확실치 않다. 또 해태에서 다른 팀으로 옮기려면 10시즌
경과 규정으로 인해 앞으로 4년 뒤, 2002년말에나 가능하게 된다. 즉 서른
살이 넘는 1년 뒤의 해외진출 자격 획득이나, 4년 뒤의 국내구단 선택권 획
득은 실질적인 도움이 안된다는 뜻이다. 양준혁 문제가 쉽지않은 까닭이다.
[스포츠서울] [보도일자:199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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