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에 대한 독사와 에피스테메
만화경 | 2007/08/12 12:53<디 워>는 준비에서 탄생, 홍보, 흥행에 이르는 전 영역에 걸쳐서 이 세상에 ‘완벽한 비정상’이란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역설하는 사례다. (ozzyz review, '아닌 건 아닌 것')
<디 워> 사태는 한국 사회가 아직도 '상식'과 '민주주의'의 사회로 접어들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물론 서글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러플린 전 카이스트 총장이 말했듯이, '상식'과 '민주주의'가 온전히 실현된 나라는 아직 이 지구상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네트워크의 성원들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애국주의가 얼마나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다른 모든 가치들을 깔아뭉갤 수 있는지를 이미 여실히 경험한 국민들이다. 오래된 일도 아니고, 바로 18개월 전의 일이다. 황우석 사태 말이다. 훗날의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그리고 누가 상식의 축에 있었고 누가 비상식의 축에 있었는지를 기록하기 위해, <용가리>와 <디 워>에 대한 이야기, 즉 '심형래'라는 한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1. 심형래의 거짓말, 또는 의심되는 발언들
1) 심형래의 부적절한 인터뷰 모음집 (디시인사이드. 8. 13. 오전 11시 23분 추가. 대체 어떤 블로거가 디시인사이드를 무시하나.)
2) 모든 것은 '언론 탓' 이다, 프리세일 실적을 부풀린 것도 내 탓이 아니다 (2002년)
3) 돈 문제의 반복, 사기냐, 실수냐. 광고비 미지급과 투자금 미상환 소송 패소 (2002년 ~)
4) 심 감독이 직접 용가리가 미국에서 3주간 비디오 대여순위 1위였다는 거짓말을 하다 (2003년)
5) 정체불명의 제작비 - 일본에서 1억 달러 수준의 펀딩이 예상되며, 제작비는 300억(2003년)
5.1) 정체불명의 제작비 - 제작비가 1450억원이라는 세간의 예상이 얼추 들어맞으며, 괴물이 100억원으로 괴물 하나를 만든 것에 비해 많은 제작비가 아니라고 밝힘 (2006년)
5.2) 정체불명의 제작비 - 설비 및 기술개발비를 포함해 700억, 순제작비는 300억 (2007년)
6) 심형래 감독의 학력위조 논란, 심형래 감독 측의 핑계, 그리고 핑계마저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남
7) 심형래 감독 본인의 입에서 나온 '미국 1500개관 개봉' , 그러나 그때까지도 그것은 목표였을 뿐이다. 게다가 IMDB나 로튼토마토 등 주요 영화 사이트에서는 처음에는 '와이드 릴리즈'로 표기되었다가 '리미티드 릴리즈'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또 최근 AMC 등 대형 극장에서 디 워를 개봉 예정 영화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8) 디워와 용가리에 대한 이상한 주장들, ((_ _ ))))))))))))))~ 블로그)
<용가리>부터 그랬다. 심형래씨가 주구장창 주장했던 프리오더 실적은 부풀려진 것임이 드러났고, 그가 얘기한 '미국 비디오 렌탈 1위'도 결국은 침소봉대였다. 그는 늘 언론이 선정적인 보도를 했을 뿐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변명했지만, 이런 내용을 통해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식으로 자신의 영화를 한껏 추켜세웠던 것은 심형래 자신이었다. <디 워> 제작 과정에서도 이런 거짓말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제작을 시작하며 1억 달러의 펀딩이 예상된다고 주장했고, 이어 2억 달러의 프리오더 실적을 거두었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2006년만 해도 <디 워>의 예상 제작비는 1450억에 달했는데, 개봉 후엔 갑자기 300억으로 쪼그라들었다. (심형래 감독 본인이 틀림없이 1450억 설에 대해 '대충 그 정도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확인해준 바 있다. 영구아트무비의 자본스톡까지 모두 포함해 얘기한 게 아니겠냐고 핑계를 대는 사람도 있으나, 심형래 감독은 2006년 당시 틀림없이 100억의 제작비를 들인 괴물에 비해 훨씬 많은 괴물이 나오지 않느냐는 식의 얘길 했었다.) 마케팅은 배급사 쇼박스는 1500개 스크린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을 슬며시 '확정지었다'는 내용으로 바꾸어 홍보에 이용했다.
2. <디 워>의 완성도 논란
1) 심형래 감독, 완성도를 변호하기 위해 <킹콩>과 <스파이더맨>을 끌어들임
2) 심형래 감독, "이 영화를 제임스 카메론이 만들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것" 이란 발언
3) 진중권, "<디 워>에는 플롯이 없다" 혹평
4) 인터넷 미디어 옐로 저널리즘의 상징, 변희재 등장
5) 진중권 발언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과 확대 재생산, 진중권에 대한 공격 시작 (느슨한 혁명 블로그)
6) 5)에 대한 지적 (심심풀이 블로그)
7) 서사와 플롯에 대한 이야기들 (모기불통신 블로그)
8) <디 워>는 가족 영화일 뿐이다 (玄琴 블로그)
<디 워>를 <킹콩>이나 <스파이더맨>, 제임스 카메론 급의 영화로 격상시킨 것은 애당초 심형래 감독과 그 지지자들 자신이었다. 그러나 <킹 콩>이나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가 얼마나 충실한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트랜스포머>나 <인디펜던스데이> 처럼 <디 워>와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영화들도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짜임새, 즉 최소한의 플롯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일부 디 워 지지자들에 의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개입했다고 일컬어지는 <우주전쟁> 또한 마찬가지다. <우주전쟁>의 플롯은 미지의 테러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포심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짜여졌다. 문제는 자꾸 심 감독이나 그 지지자들이 <디 워>의 떨어지는 완성도를 변호하기 위해 (비록 그것이 헐리우드식의 뻔한 작법이라도) 최소한의 플롯을 갖추고 만들어진 다른 영화들을 자꾸 끌어내린다는데 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디 워>를 관람한 이유가 대부분 '방학용'이었다는데서 영화의 외피적인 요소들, 즉 애국주의, 민족주의, 심 감독의 열정, 미국 진출, 국위선양 같은 요소들에 대한 면죄부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이 어떤 영화를 선택할 때 그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저 설문조사는 복수 응답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 않다. 최소한의 방법론이 잘못된 것이다. "방학이고 하니 영화나 보자, 엔간하면 국위선양한다는 <디 워>를 보는 게 낫겠지?"라고 생각한 관객은 저 설문조사에서 '방학용 관람'만을 선택할 것이다. 게다가 이미 애국주의, 민족주의 논란이 한창 불면서 <디 워> 열풍의 불건전성이 지적되고 있는데, 대체 누가 "그래요, 나는 민족주의때문에 이 영화를 봤소"하고 대답한단 말인가? 통계를 통해 거짓말을 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남겨둘 만 하다. 게다가 나는 10%나 되는 관객이 저런 '외피적인' 요소 때문에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10%면 40만 명, 지금 당장이라도 네트워크를 뒤덮을 수 있는 숫자다.
3. <디 워> 비평자들, 테러를 당하다
1) 허지웅 기자, 블로그에 생산한 글로 인해 메일은 물론 전화까지 받고 있다고 호소
2) 누리꾼들, 이송희일 감독의 영화 <후회하지 않아> 공식 블로그에 댓글공세
3) 김조광수 블로그에 달린 악플들. 뭐, 심지어는 이런 글도 쓰여지고 서로 좋아들 하는 걸 보면......
4) 이송희일과 김조광수에 대한 오독을 지적하는 글 (N. 블로그)
어떤 누리꾼은 위키피디아까지 언급하며 누리꾼의 판단이 옳다고 얘기한다. 그가 노무현 지지자라는 이 무지하게 아이러니한 현실은 그냥 조소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또 수많은 누리꾼들이 왜 평론할 자유만 있고 누리꾼이 그 평론에 대해 얘기할 자유는 없냐고 반문한다. 평론가들이 <디 워>를 평가절하했듯이 자신들도 평론가를 평가절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틀렸다. 작품을 평가하는 것과 인물을 평가하는 것이 같은 선상에서 비교될 수는 없다. 게다가 누리꾼들은 '평론가'라는 집단을 뭉뚱그려 공격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 영화를 보는 취향, 미학적 관점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상이한 개성을 가지고 있을 평론가들은 순식간에 한 마리의 리바이어선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위대한 '네트워크의 시민들'은 리바이어선에게 불화살을 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누리꾼이 '말할 권리'를 행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테러를 하고 있다는 데 있다. <후회하지 않아> 블로그에 달린 저 수많은 댓글들이 정말 '말할 권리'에 속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일부는 '청년필름' 영화를 보지 말자는 선동까지 하고 있다. "똘레랑스는 칼이며, 앵똘레랑스에 강하게 대항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지만,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서 싸우겠다"는 유명한 금언도 있다. 누리꾼들의 행동은 앵똘레랑스에 속하며, 누군가가 어떤 주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박해하는 경우에 속한다. 지금이 아무리 똘레랑스의 시대라 해도, 앵똘레랑스만은 그 범주에 들어가지 못한다.
* 이 블로그에서 늘 그랬듯이, 이 링크 모음집은 계속 업데이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