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공로자명감’친일 조선인 3백53명 기록
현역 국회의원 2002년 발표한 친일명단 일치 상당수
 
<조선공로자명감>
일제 식민지 통치가 끝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활동한 적이 있다. 1949년 1월부터 8월까지. 당시 총 취급건수는 6백82건, 검찰부의 기소건수는 2백21건, 재판부의 판결건수는 40건이었다. 이중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고작 14명. 이들도 대부분 감형되거나 형집행이 정지, 석방됐다. 친일세력 척결은 이렇게 흐지부지 끝났다. 그리고 55년 만에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 지난 2일 국회에서‘일제 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안’이 통과됐다. 이런 가운데 일제 식민지 통치에 적극 협력한 친일 행위자 이름이 기록된 ‘조선공로자명감’이 공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향토 사학자 심정섭씨(61·광주 송원여자정보고 교사)가 공개한 ‘조선공로자명감’은 조선총독부가 지난 1935년에 일본어판으로 발행했다. 이는 조선총독부가 일제 식민지 통치에 적극 협력한 친일 행위자 이름을 영구 보존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책은 일본인 2천5백60명과 함께 조선인 3백53명의 명단과 출생지, 학력, 경력, 공적내용, 현직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주요 인물의 경우 사진까지 실어 놓았다.

귀족 생존자 9명 업적 상세히

먼저 당시 일본 천황에게 귀족작위를 받은 주요 친일행위자들의 기록이 눈길을 끈다.
이완용 중추원부의장·후작을 비롯해 박영효 중추원고문·후작, 송병준 중추원고문·백작, 고희경 공사관참여관·백작, 윤덕영 중추원고문·자작, 민병석 중추원고문·자작, 민영기 중추원고문·자작, 민영휘 자작, 이윤용 중추원고문·남작, 이항구 남작 등 당시 생존자들이다. 이들의 행적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후작은 왕족이 받는 공작 다음으로 높은 작위.
도지사는 15명으로 이진호 총독부 학무국장·전북도지사, 정교원 황해지사, 이범익 충남지사, 김동훈 충북지사, 고원훈 전북지사, 장헌식 전남도지사, 김관현 충남도지사, 박영철 강원도지사·은행가, 남궁영 충북도지사, 김서규 경북도지사, 한규복 충남지사, 김윤정 경기도지사, 박상준 황해도지사 등이다. 군수는 1백46명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친일부호 장직상, 창씨개명 주창자 한상룡 조선생명 사장, 조선총독열전각을 지어준 김갑순, 비행기를 헌납한 문명기, 금융자본가 현준호, 경성방적 김연수 사장, 조선지주식회사 예완석 사장, 국방비를 헌납한 광산업자 최창학 등이 들어 있다. 광복 후 반민특위가 ‘체포 1호’로 지목한 자본가 박흥식을 비롯 불교 지도자 박한영, 교육자 백남훈 이완용·민병석과 함께 조선 3대 서예가로 불린 배석린 등이 포함돼 있고 총독부 자문기관인 중추원 고문, 참의원, 도의원, 시의원, 면의원, 경찰, 법조계 등이 망라돼 있다.
이외에도 금융업, 양조업 광산업 등의 직업이 눈에 많이 띈다. 이는 돈이 되는 사업으로 친일의 대가로 얻었다는 친일 연구가들의 분석이 높다. 특히 금융계 인사가 상당히 많이 차지한다.
이 책에 이름이 있는 인사들 중 상당수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지난 2002년 친일파 명단과 일치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명감에 실린 인물을 무조건 ‘친일파’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책자가‘마녀사냥’식 빌미를 제공할 우려의 시각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책자를 공개한 심씨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다. 심씨는 “1960년 4·19 직후 광주 계림동 헌책방에서 구입한 것을 외조부께서 읽고 나중에 많은 사람에게 알리라고 해 지금까지 보관해왔다”고 말했다.

통과된 법안 개정 목소리 높아

그는 이어 “혹자는 (친일청산이) 늦었다고 하지만 과거사의 올바른 청산 없이는 역사의 대의도 바로 세울 수 없다”며 “이 책을 통해 친일 반민족 진상규명이 보다 활발히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책은 조선총독부가 펴낸 공식기록물이란 점 때문에 반민족행위와 친일청산에 매우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한편‘일제 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친일 반민족 행위를 정부의 공인된 기록으로 남겨 ‘역사적 단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법은 ▲문화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일제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 운동을 주도한 행위 ▲학병, 지원병, 징병 또는 징용을 전국적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선전 또는 선동한 행위 등도 친일반민족 행위로 규정했다. 하지만 당초 원안 내용이 크게 변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7대 국회에서 대폭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조선공로자명감’을 공개한 심씨는 “무엇보다 조사대상이 대폭 축소돼 도대체 몇 명이나 조사를 받을지 의심스럽다”면서 “극악한 친일분자라 할지라도 절대다수가 면죄부를 받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성강현 기자<sung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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