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7 호
2007.04.05
| 조회수 : 8,152
 | 원조의 아성에 도전하는 2기 그룹들 |  |
# 가요계도 속편 바람~!
원작이 잘 되면 후속 작품에 대한 욕심이 드는 건 당연지사. 영화를 보자면 <다이 하드> 시리즈를 비롯해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 원작의 성공으로 속편을 내놓은 사례가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러한 현상이 옮겨온 듯 근래 들어서는 비단 영화계뿐만 아니라 가요계에도 속편 격의 가수들, 다시 말해 본래 그룹의 대중적 인기와 큰 히트에 힘입어 출사표를 던진 후속 그룹들의 출현이 부쩍 늘어났다.
베이비복스 리브(Babyvox Re.V), 카라 (Kara), 캣츠(Cats)가 바로 그 범주에 속하는 인물들. "선배님의 훌륭한 업적을 본받아 저도 꼭 이름을 빛내는 후배가 될게요." 졸업식, 입학식에서나 오갈 법한 이야기이겠지만 이들은 그와 같은 다짐을 가슴에 새기고 다른 누구보다 힘찬 도약을 준비 중이다. 과연 원조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 업그레이드 된 섹시 美와 파워풀함 - 베이비복스 리브
간미연과 윤은혜, 김이지가 최근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어 해체한 사실이 그리 와 닿지 않는 베이비복스. 그들을 승계한 베이비복스 리브는 지난 1월 데뷔 앨범 <오가무세경(五哥舞世炅)>을 발표, 클럽 사운드 풍의 음악과 무게감 있는 댄스곡을 선보이고 있으며 기존의 곡을 자신들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Get Up', 'Killer' 등으로 음반 안에 다채로운 스타일을 담으려 노력한다.
국외에서의 활동도 화려하다. 이들은 3월 3일 하노이에서 펼친 공연이 베트남 방송에서 2회 녹화 방영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으며 16일에는 <파타야 국제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쇼케이스와 여러 차례의 방송으로 수천 명의 팬클럽까지 보유하고 있어 선배인 베이비복스 못지않게 아시아권에서 벌써부터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베이비복스 리브만의 차별화된 경쟁요소는?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1기 언니들과 다른 면이 있다면 예전보다 더욱 도발적이고 강력해진 춤이에요." 하지만, 도발이 과한 나머지 폭발 직전까지 도달해서였을까…. 타이틀곡 'Shee'에서 보여준 이들의 역동적인 집단 엉덩이춤은 다소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제2의 핑클을 꿈꾼다 - 카라
박규리, 김성희, 정니콜, 한승연으로 구성된 카라는 데뷔 이전부터 '제2의 핑클'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그룹명은 그리스어 'chara'에서 따온 말로, '기쁨을 주는 멜로디'라는 뜻. 강한 의지가 담긴 이들의 이름은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듯하다. 정규 1집 에는 업비트의 타이틀곡 'Break It'을 비롯해 서정적인 느낌의 발라드 '눈물 지우개', 스윗박스(Sweetbox)를 연상케 하는 미디엄 템포의 팝 '맘에 들면 (If U Wanna)'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아놓았다.
요즘 여가수는 다들 섹시함이 주된 코드이지만 카라는 조금 다른 양식으로 공략한다. 예전에 핑클과 S.E.S가 10대 소녀의 깜찍하고 생생한 매력을 잘 살려 아이돌스타로 떠올랐던 전략과 유사하다고 할까? 소속사 관계자는 "카라는 최대한 섹시와는 별개로 활동할 예정이며, 섹시한 느낌을 주는 일부 멤버도 한동안은 그러한 콘셉트를 자제할 것."이라고 밝히며 다른 가수들과 차별화를 둘 것을 어필하기도 했다.
#든든한 무대를 약속하는 깜찍한 고양이들 - 캣츠
오승은, 추소영이 견인차 역할을 하며 배슬기라는 스타를 탄생시킨 The 빨강의 2기인 캣츠(박수정, 한소유, 순심, 김지혜) 또한 기본 방향에는 카라와 비슷하다. 멤버들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걸 그룹들이 섹시함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저희는 귀엽고, 깨끗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승부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관능적인 매력보다는 순수함이나 음악 실력을 우선 봐달라는 주문을 한다.
뮤지컬 <캣츠>를 지향한 그룹명에서 볼 수 있듯이 가수로서의 뛰어난 라이브 능력과 안무, 연기력까지 두루 겸비된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듯한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것이 캣츠만의 독특한 목표다. 특히 데뷔한 이후 쭉 들어온 말이 '외모는 핑클, 실력은 빅마마'라고 할 만큼 각자 개성 있는 미모를 겸비한데다 출중한 라이브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 네티즌은 물론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타이틀곡 'Baby Cat'에서 들려준 시원한 보컬을 라이브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어 가창력 부분은 검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되려면?
일단 이런 가수들은 처음 음반을 발표하는 신인이지만 2기라는 타이틀이 받쳐주고 있기에 다른 가수보다 홍보 면에서의 용이함이 있다. 선배이자 모체가 되는 그룹이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아는 팀인 만큼 아래 기수라고 함으로써 어느 정도 인지도를 깔고 들어가는 셈이다. 또한, 첫 기수가 되는 선배 그룹의 예전 활동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콘셉트를 정하거나 음악 스타일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약간은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원작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눈에 띄는 변화나 새로운 면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선배의 명성에 가려 '○○ 2기'로만 기억될 위험도 있으니 본인들만의 캐릭터와 참신함을 갖추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물론 노래를 잘해야 함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글 -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