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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개구리소년' 영구미제 되나?
3월이면 공소시효 만료…주민들도 회의적
警 "전담반 지속운영" 유족 "제보자 기다려"


대구 달서구 와룡산 개구리소년 유해발굴 현장에는 찾는 사람없이 ‘출입금지 수사중’이라는 팻말만 덩그렇게 남아 있다.


단군이래 단일 사건으로 최대 수사인력이 동원된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망 사건’이 15년인 공소시효를 2달여 남겨둔 채 여전히 미궁을 헤매고 있다.

1991년 3월26일 사건이 발생한 후 11년 6개월만에 유골이 발견되면서 한때 활기를 띠던 경찰수사도 법의학 감정결과 타살로 결론난 후 제보전화 한 통 없어 화성연쇄 살인사건에 이어 영구미제의 오명을 남길 운명이다.

● ‘수사중’ 팻말만 덩그런 암매장 현장

24일 대구 달서구 세방골 와룡산 자락에서 100여㎙ 거리에 불과한 개구리소년 암매장 현장은 3년 4개월전인 2002년 9월26일 유골발견 당시 그대로였다. ‘출입금지 수사중’이라는 팻말과 가로 세로 각 5㎙ 정도로 쳐놓은 폴리스라인에는 ‘이 선을 넘지마시오’라는 빛바랜 글자만 사건현장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당시 야간작업을 위해 3㎙ 높이의 나무에 설치됐던 외등엔 먼지가 쌓여있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조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암매장 현장에서 50㎙ 위쪽의 와룡정(臥龍亭)에서 만난 인근 아파트주민 박정예(42ㆍ여)씨는 “옛날에는 암매장 장소쪽 좁은 등산로를 이용했지만 유골발견후 큰 길로만 다닌다”며 “오리무중인 범인이 앞으로 2달안에 잡히겠냐”고 고개를 저었다.

●미궁을 헤매는 수사

“도롱뇽 알을 주워 오겠다”며 집을 나간 우철원(당시 12)군 등 개구리소년 5명의 실종ㆍ사망사건은 3월26일에 공소시효가 끝난다.

경찰은 실종직후 소년들의 익사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와룡산 인근 저수지의 물을 모두 빼내 바닥을 샅샅이 훑었고 나환자촌을 수색하다 취재기자들이 감금되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또 재미 과학자의 주장으로 실종 소년의 집 재래식화장실 바닥까지 뒤지는 등 연인원 32만명이 넘는 수사인력을 의혹규명에 투입했다.

그러다 2002년 9월26일 등산객의 우연한 신고로 실종 어린이 집에서 3㎞ 떨어진 와룡산 자락에서 유골이 발견돼 수사가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경북대 법의학팀도 소년 두개골에서 타살의 흔적만 밝혀냈을 뿐 돼지 머리 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조차 범행도구를 규명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성서경찰서 김항곤 서장은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개구리소년 수사는 국민의혹 해소차원에서 형사 7명의 전담반이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타는 유족

철원군의 아버지 우종우(55)씨 등 유족들은 2004년 3월26일 장례식을 치르고 살아있었으면 20대중반의 청년이 됐을 자식 5명을 떠나보냈다.

그러나 이것으로 상처가 아물지 않은 유족들은 지난해 8월 “유해 발굴 당시 경찰의 현장훼손과 저체온증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 범인을 잡지 못하게 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4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공소시효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우씨는 “이제는 용서하고 잊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범인들이 왜 순진무구한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잔혹한 방식으로 세상을 떠나보냈는 지는 꼭 알아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개구리소년 범인 현상금 3,200여만원은 2달여뒤 공소시효가 만료되더라도 국고에 귀속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결정적 제보자를 기다린다.


글ㆍ사진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입력시간 : 2006/01/24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