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이 동양매직 매각에 성공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인수자인 KTB PE컨소시엄이 30일 이전까지 인수대금을 납입 완료해야 한다. 30일 이전에 인수대금을 넘겨 받아 30일 만기가 돌아오는 894억원 규모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상환한다 해도 10월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CP를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남아 있다.
다음달 중 예정된 동양그룹의 CP 만기 규모는 383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위기를 넘기면 11월 (주)동양의 회사채 621억원어치 만기 물량이 예정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해 말까지 6000억~7000억원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동양매직 매각에 성공해도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동양그룹은 동양파워의 발전소 자산가치를 활용해 최대 1조원 규모 자산담보부증권(ABS)이나 자산담보부대출(ABL)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리온을 대신해 신용 지원을 해줄 금융회사와 기업들을 접촉해 협상하고 있다.
또 동양파워, 동양시멘트, 동양증권 등 우량 계열사 지분 매각을 조속히 성사시켜 유동성을 확보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러나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시장에 알려진 상황에서 제 가격을 받고 팔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여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동양매직 매각에 실패할 경우 이미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당장 그룹 전체에 적잖은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동양레저는 그룹 지주사 격인 (주)동양 지분 36.2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주)동양에 대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동양의 지배력이 미치는 다른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증권 지분을 각각 14.76%와 19.01% 보유하고 있어 두 계열사의 법정관리로 동양증권에 대한 경영권도 상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후 투자자와 채권자 자금 회수를 위해 우량 자산인 동양증권 지분 매각을 명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CP와 회사채 투자자들의 불완전판매 문제 제기도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이후 동양그룹 회사채와 CP 투자자들의 피해사례 370건이 접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 계열사에 투자한 개인은 1만5900명에 달하기 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피해접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투자자가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양증권이 풀어가야 할 난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물론 동양그룹이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오너 일가에서 전격적으로 사재를 출연하거나 `제3의 대안`을 마련해 놨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동양 계열사 법정관리 여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고객 환매 원하면 억지로 막지 말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은 당분간 CP와 회사채 판매를 중단하고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동양파워, 동양시멘트, 동양증권 등 계열사 지분의 전방위적인 매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정 동양증권 사장은 지난 26일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당분간 CP와 회사채 판매는 없다"면서 "정상적인 영업에 매진하자"고 주문했다.
최근 고객 자산 인출 사태에 대해 정 사장은 "고객 자산이 안전하다고 설득하지 말라"면서 "인출을 막으면 고객은 더 불안해 하기 때문에 불안하면 찾아가고 안정되면 다시 입금해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금 인출로 인한 회사의 위험은 없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양 계열사 법정관리 우려에 대해 "동양레저가 무너지면 회장도 그룹지배권을 잃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증권 지분과 시멘트를 팔아서라도 상환해 지켜낼 것"이라면서 "우선순위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CP를 모두 상환할 때까지 계열사 매각작업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최악의 사태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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