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중국인의 대이동을 시각적으로 표시한 포털 바이두의 첸시(遷徙) 서비스. 베이징~상하이~광저우~청두를 잇는 다이아몬드 안에서 대부분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바이두 캡처]
설은 동아시아 공통의 최대 명절이다. 중국은 춘절(春節), 베트남은 뗏응우엔단(節元旦), 일본은 쇼가쓰(正月)라 부른다. 일본만 메이지유신 이후 공식 명절에서 제외됐다. 중국이 굴기(起, 대국으로 부상)하자 춘절이 국제적 명절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칼럼니스트 조너선 프리드랜드는 “중국의 춘절 휴가 영향으로 전 세계가 갈수록 음력 1월에 기업 활동이 부진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춘절 풍속은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춘절은 음력 12월 24일 집안 대청소로 시작된다. 먼지를 치우는 풍습인 사오천(掃塵)에서 유래해 이날을 샤오녠(小年)이라고 부른다. 먼지 천(塵·진)은 낡다는 뜻의 천(陳·진)과 발음이 같다. 묵은 것을 치우고 새롭게 한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롱다리 아저씨’란 별명으로 인기 절정인 이민호가 28일 춘완 리허설에서 열창하고 있다.
춘절의 백미는 섣달그믐 저녁 중국 국영 중앙방송(CCTV)이 방영하는 설 특집 대형 연예 오락 프로그램인 춘완(春晩, 春節聯歡晩會·춘절연환만회의 준말) 시청이다. 춘완은 기네스북이 인정한 ‘시청률의 제왕’이다. 지난해 춘완은 전국 194개 채널이 동시 방영해 7억5000여만 명이 시청(시청률 71%)했다. 미국 최고의 시청률(2012년 48%)을 기록한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수퍼보울 시청자(1억1300만 명)의 일곱 배가량 된다.
거리마다 걸린 홍등. 붉은색을 싫어하는 전설의 괴물 녠(年)을 쫓기 위해 홍등을 건다.
중국인들은 번밍녠(本命年·자신이 태어난 띠의 해)이 돌아오면 붉은 속옷을 입는다. 액운을 막기 위해서다.
춘절 자정에 폭죽을 터뜨리는 이유도 녠을 쫓기 위해서다. 요란한 폭죽소리는 재물신을 환영한다는 의미도 있다. 폭죽(爆竹)의 중국어 발음인 ‘바오주’는 복을 알린다는 ‘바오주(報祝)’와 같다. 정월대보름까지 이어지는 중국의 폭죽 사랑은 유별나다. 몇 해 전 폭죽 연기 때문에 베이징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됐고, 2009년 신축 중이던 CCTV 옆 빌딩이 폭죽의 불이 옮겨 붙어 전소되기도 했다. 올해는 스모그 예방을 위해 폭죽 자제령이 떨어졌다. 항저우(杭州) 시정부는 음력 그믐 당일과 1월 1, 5, 15일만 폭죽을 허용했다. 베이징시는 공기 오염이 오렌지색 경보 수준으로 심해지면 폭죽 판매와 발사를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2009년 춘절기간 폭죽이 옮겨 붙어 불타고 있는 중국 국영 중앙방송(CCTV) 옆 건물. 올해는 스모그로 인해 폭죽 소리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에도 세뱃돈이 있다. 야쑤이첸(壓歲錢)으로 부르는 세뱃돈을 붉은 봉투 훙바오(紅包)에 담아 건네준다. 중국어 쑤이(歲)는 작은 요괴를 뜻하는 쑤이()와 발음이 같다. ‘나쁜 기운을 막는 돈’이란 뜻에서 야쑤이첸이란 이름이 붙었다.
정월 5일을 포우(破五)라고 부른다. 이날도 만두인 자오쯔를 먹는다. 춘절부터 조심하고 삼가던 금기사항이 이날 풀린다. 남방에서는 이날 동·서·남·북·중 다섯 방향으로 재물신에게 제사를 올린다. 쑹충(送窮)이라고 부르는 가난한 귀신을 쫓는 제사도 이날 지낸다. 상인들은 상점을 열고 한 해 장사를 시작한다. 상하이와 홍콩 주식시장도 5일부터 거래를 시작한다.
정월 7일은 런성제(人勝節·인승절)라고 부르는 날이다. 중국 창조신화에 등장하는 여와(女)가 닭·개·돼지·소·말 등 동물을 만든 뒤 일곱째 날에 사람을 만들었다고 해서 시작됐다. 인류의 생일인 셈이다. 당(唐)나라 황제는 정월 7일이 되면 신하들에게 머리 장식을 선물했다. 치바오겅(七寶羹)이라고 부르는 일곱 가지 야채로 만든 죽을 나눠 먹는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장수를 기원하는 음식이다. 7일 날씨가 쾌청하면 한 해 동안 사회가 평안해진다고 한다.
신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