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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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의생각](60) 캄보디아(7) - ‘평양랭면’ 소회(所懷)
북한 여성에 ‘기쁨조’ 운운하는 어글리 코리안들
평양랭면은 제발 한국서 드시게나들
현재 씨엠립에 있는 북한식당은 모두 두 곳이다. ‘평양랭면관’과 ‘평양친선관’. 북한의 무역부와 외교부에서 각각 운영하는 곳이다. ‘평양랭면관’은 연일 관광객 - 대부분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단체투어 옵션으로 방문한다. - 으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지만, ‘평양친선관’은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은 편이다. 아마도 공연단의 수준(?) 때문일 것이다.

중국,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 일대에서 북한이 직영하는 식당은 모두 100여 곳. 대부분 씨엠립의 ‘평양랭면관’처럼 식사와 공연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외국 여행을 하면서 한국에서는 먹기 힘든 북한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관광객들이 꼭 들르게 되는 곳이다. 가격대비 음식 맛이 별로라는 평도 있지만, 대부분 관광객들은 북한 아가씨들의 절대미모(!)와 역동적인 공연 내용에 매료되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식당 문을 나서게 된다. 그 중에서도 공연의 수준과 무희들의 미모는 단연코 씨엠립의 ‘평양랭면관’이 최고일 것이다.

지난 달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평양 김태희’가 한때 한국의 인터넷을 달궜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평양 김태희’ 양 - 그녀의 이름은 ‘조은별’이다. - 을 비롯해 이 식당에서 공연하는 무희들의 미모와 무대 매너는 가히 수준급이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묘령의 미희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풋풋한 매력이야말로 이 식당 최대의 자산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씁쓰름하기도 하다. 외화벌이도 좋지만, 하필 이런 꽃다운 나이의 아가씨들만 전면에 내세우는 점은 영 마뜩치가 않다. 한국 사람에게는 달리 합법적으로 북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다. 해외에서 영업하는 이런 북한식당이 그나마 가능한 남북간 소통의 장이다. 그런데 거의 유일한 북한과의 만남이 언제나 이런 묘령의 아가씨들에게만 국한된다면, 한국인의 북한에 대한 시각이 왜곡된 방향으로 고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벌써 북한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몇 년 전 남북한 축구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북한에서 여성응원단이 내려왔을 때, 우리 매스미디어와 대중이 보여준 관심만 봐도 그렇다. 그때 우리 쪽 카메라는 줄곧 응원단의 얼짱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고, 대중은 인터넷에 북한 얼짱의 팬클럽까지 만들 정도로 열렬히 그에 동조하였다. 북한의 실상은 뒷전으로 돌린 채 오로지 북한 미녀들에 대한 관음증적 시선만 확대 재생산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씨엠립에서 성업 중인 ‘평양랭면관’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날 저녁 식당에 도착했을 때 한 무리의 관광객이 우르르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왁자지껄 떠들면서 자기네들이 타고 온 버스를 찾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유난히 귀에 거슬리는 말이 있었다. ‘북한에서 뽑아서 내보낸 기쁨조’ 운운하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뛰어난 공연단이라 해도, 관광객들의 눈에는 식사 봉사와 술시중과 웃음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한낱 기쁨조일 뿐이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불쾌감이 밀려왔다. 과연 이곳 무희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기에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것일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무희들은 대부분 북한에서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온 재원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3년간 복무하고 나면 평양예술대학교에 진학할 특례입학자격을 얻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이들에게 해외에서의 외화벌이는 개인의 진보를 위한 등용문 같은 것일 수 있겠다. 북한에서는 뽑고 뽑아서 보낸 이들이 맞는 것이다. 그런 이들을 보고 ‘기쁨조’라는 한 마디로 어이없게 폄하해 버리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북한은 우리보다 못 사니까 남한의 기쁨조나 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내재되어 있지 않고서는 감히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그래서 가끔, 정말 가끔은 우리 한국인 관광객들이 조금만 더 남에 대해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줬으면 싶을 때가 있다. 비싼 돈을 들여 식사 잘 하고 공연 구경 잘했으면 그 자체로 만족할 일이지, 함부로 기쁨조 운운하는 말 따위 내뱉으며 배를 내밀고 이를 쑤시며 식당문을 박차고 나오지는 말았으면 한다. 왜 그렇게들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하고 말씀들을 함부로 하시는지 ….

정말 이상하다. 도대체 이런 배려 없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태도일까? 한국에서 배려 받지 못한 억울함을 밖에 나와서 원없이 해소하고 가고 싶다는 보상심리일까? 남을 깎아내리면 자기가 높아지는 것 같은 가짜 우월감 때문일까? 아니면 국민성 자체가 원체 ‘터프’한 것일까?

해외여행 후기를 읽다 보면 한국인 단체관광객의 추태에 관한 글을 올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대부분 배려 없는 행동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글들이다. 한국인이어서 자랑스러웠다는 내용은 별로 없다. 너나할 것 없이 같은 한국인의 남부끄러운 배려 없음을 공격하는 글뿐이다. 남부끄러운 한국인은 정말 많은데 나는 그런 한국인이 아닐 뿐 아니라 그런 한국인이 싫다는 그런 내용의 글들 말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렇게 반성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기실 반성하는 사람만 있으므로 더 이상 반성할 필요도 없을 만큼 괜찮은 한국인이 많다는 말인데 ….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래서 이런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슬며시 부끄러운 때가 많다. 나는 과연 잘하고 있나 싶어서 말이다.

한참 냉면을 먹고 있는데 아까 주문을 받아간 아가씨가 다시 오더니 넌지시 물어본다.

“가위 안 필요하십니까?”
“아, 좀 잘라 주세요. 고맙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정성스레 가위질을 해주면서 한 마디 덧보탠다.

“원래 냉면은 가위로 자르지 않고 그냥 먹어야 제 맛입니다. 그런데 남쪽 분들은 꼭 가위로 잘라달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웃으면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지금은 자기도 가위로 잘라주는 데 익숙해졌다며 함께 환하게 웃어준다.

“내일은 꼭 제시간에 오셔서 공연을 보십시오. 제가 좋은 자리에 앉혀 드리겠습니다.”

단체손님이 많은 식당인 만큼 앞자리에 앉지 않으면 공연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데, 좋은 좌석까지 예약해 준다고 하니 고맙고 감사하다. 하지만 연이틀 북한 식당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하니 아쉬울 뿐이다.

손님들이 거의 다 빠져나간 후 식당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한산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나온 수박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각선 위치에 앉은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무심코 눈길이 마주쳤는데, 이 친구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꾸벅 인사를 한다. 순간 깜짝 놀라서 주위를 돌아봤지만 나를 보고 인사한 게 분명하다. 내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그 학생도 낭패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대학생인 것 같은데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검게 그을린 모습이 제법 오랫동안 배낭여행을 다닌 것 같다.

김 : “누구지? 선생님, 혹시 저 친구 알아요?”
이 : “아뇨. 혹시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가르치셨던 학생 아니에요?”
김 : “모르겠어요. 내가 가르친 학생이면 기억이 날 텐데…. 교양과목에 들어왔던 학생인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니 가르친 본전(?) 생각이 나온다.

김 : 그나저나 내가 자기를 가르쳤으면 당연히 여기 와서 인사를 해야지. 쯧쯧….”
이 : “에이, 선생님 무슨 조선시댓적 이야기를 하고 그러세요? 저기서 벌떡 일어나 인사한 것만 해도 어딘데….”
김 : “그렇죠? 저렇게 벌떡 일어나서 인사하는 걸 보면 예의가 참 바른 학생이에요.
이 : “선생님, 세상이 참 좁지요?. 캄보디아에서 아는 학생을 다 만나시고….”
김 : “그러게요.”

인사를 한 다음 그 남학생은 식사 내내 불편한 기색이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앉아 밥을 먹다가 갑자기 나하고 눈이 마주쳤는데, 여학생은 아예 뒤돌아보지도 않는다.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는 그야말로 배려심 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이내 일어서 나와 버렸다.

툭툭기사 런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런, 식사했어요?”
“아직 안 했어요.”
“네? 그럼 여태까지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뇨. 집에 갔다 왔어요. 집에서 샤워하고 바로 왔죠.”
“그럼 저녁식사는 어떻게 해요?”
“집에 가면 아내가 요리를 다해놨을 거예요.”
“혹시 런은 이곳에서 식사를 해봤어요?”
“아뇨, 이런 곳에서는 너무 비싸서 식사 못해요.”

냉면 한 그릇이 무려 7달러. 우리가 봐도 눈이 튀어나오는 가격인데 런에게는 정말 비싼 식당일 것이다. 어쨌거나 대단하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이렇게 비싼 가격으로도 그렇게 많은 한국인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으니 말이다.

태국 국립 씨나카린위롯 대학교 객원교수 (200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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