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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최경환 만나고 와 특혜채용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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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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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입사원 채용 때 최경환 부총리의 인턴 출신 황아무개씨가 부당하게 합격한 과정에서 최 부총리가 직접 개입했다는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다. 당시 박철규 공단 이사장이 최 부총리를 만나고 온 뒤, 점수 조작을 해도 합격이 불가능했던 황씨를 무조건 최종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범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부이사장은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황씨가 면접에서 굉장히 답변을 못해 외부 면접관이 강하게 반대했다. 내부적으로 탈락시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박철규) 이사장 지시로 내가 최경환 의원실 보좌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 ‘노력했지만 어렵겠다’고 전달했다. 그런데 보좌관이 지금 최 의원이 회의 중이라 따로 시간을 잡아줄 테니 이사장이 직접 와서 보고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이사장은 이어 “보좌관 통화 내용을 박철규 이사장에게 전달했고, 퇴근 무렵 이사장이 최경환 의원실에 다녀왔다. 다음날 합격자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이사장이 나갈 때는 안 되겠다는 말을 전하러 갔다가 돌아올 때는 인사총괄 실장에게 ‘그냥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이사장은 이날 국감 뒤 <한겨레>와 따로 만나 “운영지원실장(인사총괄 부서장)이 전달해줬는데, 이사장이 최경환 부총리를 만나고, ‘내가 결혼시킨 아이니까 그냥 합격시키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이사장은 “2013년 7월31일 면접이 있었기 때문에 최 부총리와 박 이사장이 만난 날은 8월1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2013년 7월31일 최종 면접이 있었고 8월2일 합격자가 발표됐다.

당시 중진공 인사라인은 황씨가 최 부총리의 인턴이라는 사실을 알고 점수 조작 등 채용 비리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이사장은 “인사팀장이 ‘황씨는 도저히 입사가 어려운 사람이다. 이 사람을 계속 채용시키라고 하는데, 누군지 아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며 “최경환 의원실 비서로 근무했던 사람인데, 우리가 도와줄 입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이사장은 <한겨레>에 “인사 담당 부서장에게 우리가 왜 도와줘야 하냐고 물으니 ‘황씨가 최경환 인턴인데, 최 의원이 인수위원회에 있을 때, 기관간 업무 분장을 하면서 우리 쪽에 도움을 많이 줬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박철규 전 이사장은 이날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다리 골절 등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했다.

김 전 부이사장은 최경환 부총리가 채용 비리에 개입됐다는 것을 감사원 감사에서 모두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감사원 조사를 두차례 받았다. 최경환 부총리 관련 사실도 모두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최 부총리 인턴 특혜 채용 의혹 사건에 대해 청탁 인물을 ‘외부’라고 모호하게 표현해 ‘최 부총리 봐주기’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감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전 부이사장을 향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약속받은 것이 있느냐”(홍지만 의원) 등 되레 증인을 공격하는 데만 몰두해 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원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충격적인 일이다. 최 부총리는 채용 비리 문제를 제기했을 때 전혀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검찰이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박철규 당시 이사장, 부이사장과 연락한 보좌관과 최 부총리에 대해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경환 의원실은 자료를 내어 “황씨 합격에 청탁이나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 중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 관계자는 최경환 부총리가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해 “현재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감사 자료 넘어온 것을 확인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