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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운빨로맨스' 정가호 "40대 관객들도 깔깔 웃으면서 보는 작품"
(서울=포커스뉴스) "생각보다 40대 관객들이 엄청 재밌게 봐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진짜 깔깔 웃어요. 신기하더라고요. 모든 연령층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연극이에요." 배우 정가호가 호랑이띠 숫총각 바른생활 사나이로 변신했다. 연극 '운빨로맨스'에서 '제택후'역을 맡아 공연에 한창인 정가호를 최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극 '운빨로맨스'는 김달님 작가의 웹툰 '운빨로맨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평소 자신이 운이 없다고 여겨 점집을 찾아다니면서 운명을 극복해보려는 '점보늬'와 어린 나이에 건물주로 성공한 알뜰남이자 자신의 의지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제택후'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정가호에게는 연극 '개인의 취향', '사랑일까'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로맨틱 코미디 초연 작품이다. 뮤지컬 '내 남자친구에게'에서 함께 한 배우 서태이의 소개로 운빨로맨스에 합류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초연이라는 명분은 50대 50인 것 같아요. 50은 배우들의 자유로운 아이디어와 생각을 투입할 수 있다는 거고 나머지 50은 이게 과연 안전할까, 과연 우리가 생각한 시너지를 보여줄까 라는 불안감이죠." 초연 창작이다 보니 제작진과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곳곳에 들어가 있다. 반지를 매개체로 밝혀지는 제택후와 점보늬의 과거사 등 오직 연극 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자기 뒤집어쓰고 량하 카페에 찾아가서 아픈 척 하고 텀블러에 커피 받고, 영수증 다발이나 믹서기를 소품으로 사용한 거 등 다 제가 낸 아이디어에요. '그것조차 아까우니까 버릴 거면 나줘라'라는 모습을 그런 걸로 표현했어요. 보늬가 뭐라고 해도 돈 주면 숙연해지고 받아들이고 그런 것들로 좀 제택후를 표현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극중 제택후는 30대 초반에 건물주가 될 만큼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몸에 밴 의지의 사나이다. 정가호는 재택후와 같은 점을 묻는 질문에 "일단 나이가 같고 저도 적립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는"“포인트 쌓는 걸 좋아해서 핸드폰에 씨제이원, 롯데포인트, 그리고 스타벅스, 이디야, 탐탐 등 모든 카페 카드가 다 있어요. 포인트 쌓이면 가서 사용할 때 뿌듯하죠. 동대문 쇼핑몰가면 잘 깎아요. 많이 다니니까 적정선을 알고 있거든요. 딜을 잘하는 편이에요"라며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다 하실 수 있어요"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정가호는 이번 작품에서 신소율, 맹승지, 오세미, 문아람 등 4명의 '점보늬'와 호흡을 맞춘다. 같은 역할이지만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소율 누나는 가장 마니 맞춰봐서 일단 너무 편해요. 오세미 누나랑 둘 다 같은 공통점인데 제가 어떤 식으로 해도 보늬스럽게 잘 받아줘요. 그래서 너무 하기 편하고 저도 마음 놓고 애드립도 할 수 있어요. 아람이 같은 경우는 제가 느낄 때는 약간 정적인 게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보늬 보다는 조금 더 어두운 면?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서 또 다른 매력으로 느껴져요." 특히 맹승지에 대해서는 '탱탱볼'로 표현하며 "어디로 튈지 모른다. 매순간 저를 집중하게 만들고 긴장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라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같이 공연 할 때 대사를 점프하는 경우가 있어요. '가-나-다-라' 이렇게 해야 하는데 '가' 하면 '마' 하고요. 어떤 신에서는 안나와가지고 혼자 애드립한 적도 있고, 여기에 있어야 될 가방을 다른 곳에 둔 적도 있고요. 승지랑 할 때는 항상 더 집중하게 만들어요. 재밌어요." 개그우먼에서 연극배우로 무대에 오른 맹승지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그는 "승지가 솔직히 대단해요. 승지가 제일 많이 걱정했던 게 후반부에서 보늬가 막 눈물 보여주는 씬이었거든요. 보는 관객들이 거리감을 느낄까봐요. 그 장면에서 제가 뒤에서 서있는데 승지가 울 때 가장 마음이 아파요"라고 말했다. 연극 '운빨로맨스'는 '제택후' 역에 허정민, 정가호, 지인호, 김경보가, '점보늬' 역에 신소율, 맹승지, 오세미, 문아람 등 한 배역에 4명의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여러 명의 상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게 힘들 수도 있지만 매 공연마다 새로운 케미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운빨 팀들이 다 섞이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에게 그런 페어별의 재미가 확실히 달라요. 관객들이 선호하는 페어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공연 하면서 새로운 것들도 많이 생기고 웃길 때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정가호는 2009년 처음으로 본 오디션에 합격해 '우연히 행복해지다'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쉬지 않고 계속 달려왔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을 묻는 질문에 "2인극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작품을 많이 몰라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 이런 건 없는데 2인극을 한번쯤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날밤 너랑 나'라는 공연이 있어요. 원래 '70분간의 연애'라는 제목이었는데 그걸 너무 재밌게 봤어요. 로맨틱 코미디인데 두 명이서 모든 역할을 다 소화해내면서 과거, 현재 이렇게 가는 건데 너무 재밌어서 한번쯤 꼭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올해의 목표를 묻자 굉장히 구체적인 대답이 나왔다. "크게 말씀드리면 일단 기획사를 들어가고 싶어요. 이제 대학로 무대를 좀 벗어나서 방송이랑 영화 일도 해보고 싶거든요. 연이 닿게 되면 회사 들어가서 매체 쪽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이건 올해의 큰 목표고 연극 두 작품이랑 뮤지컬 한 작품 하고 싶어요."(서울=포커스뉴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올래홀에서 연극 '운빨 로맨스'의 배우 정가호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서울=포커스뉴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올래홀에서 연극 '운빨 로맨스'의 배우 정가호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서울=포커스뉴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올래홀에서 연극 '운빨 로맨스'의 배우 정가호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2017-03-13 16:08
'벙커 트릴로지' 배우 박훈 "다 갖춘 남자의 아우라 어려워…이병헌 보며 배웠다"
(서울=포커스뉴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알파팀 군인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박훈이 또다시 군인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무뚝뚝한 특전사 요원이 아닌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독일 군인이다. 연극 '벙커트릴로지' 공연에 한창인 박훈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훈의 드라마 첫 출연작은 '태양의 후예'다. '태양의 후예'가 사전 제작돼 방송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때문에 박훈이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난 건 '육룡이 나르샤'가 먼저였다. '육룡의 나르샤'와 '태양의 후예' 모두 큰 성공을 거둬 덩달아 박훈도 많은 이에게 얼굴을 알렸다. 첫 방송작, 첫 출연작 모두의 성공 이후 박훈은 2년여 동안 드라마 '몬스터', '가화만사성', '맨몸의 소방관' 등 브라운관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동했다. 10년째 연극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그가 고향과도 같은 무대에 돌아온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행보다. "공연이 하고 싶었어요. 저를 너무나도 잘알고 있는 동료들이 있거든요. TV, 영화에 나온다고 있어 보인다거나 하는 배우가 아니라서 사실 엄청 촌스럽고 허술하거든요. 그런 걸 인정해주는 배우들이랑 같이 작업하는 게 진짜 편해요. 못해도 웃으며 넘기고 도와줄 수 있는 동료들이 있으니까요." 그런 동료들 중에서도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김태형 연출이다. 뮤지컬을 전공하고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던 박훈을 연극으로 이끌어준 이다. "뮤지컬을 전공하긴 했지만 장르가 많이 어려웠어요. 가창이나 노래가 많이 중요한 장르인데 흥미가 없었거든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연극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까 어렵더라고요. 처음 물꼬를 터준 게 김태형 연출의 '모범생들'이라는 작품이에요." '벙커 트릴로지'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김태형 연출에 대한 의리와 신뢰 때문이다. 공연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김태형 연출과 '모범생들' 할 때라고 꼽을 정도다. "태형이 형이랑 '모범생들' 할 때 과정이 너무 행복했어요. 기본적으로 작가와 연출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그들과 바보짓하면서 놀고 싶다는 갈증,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합쳐져서 이번 작품으로 이어지게 됐어요." 사실 박훈은 '벙커 트릴로지'의 제목만 알고 시놉시스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김태형 연출이 잘 만들 거라는 믿음, 자신을 잘 써줄 거라는 믿음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대본을 본 순간 믿음이 더욱 단단해졌다. 곧바로 작품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작품이 세 개이다 보니 다양한 범주의 연기를 올패키지로 내놓을 수 있겠다 싶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아가멤논같은 경우는 지금껏 한 번도 안해봤던 연기라 사실 어려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도움이 많이 됐어요. 군인으로서의 거친 느낌을 내는 건 되게 쉬워요. 크리스틴과 연애를 할 때 기류적 경쟁을 하는데 가진 남자가 뿜는 아우라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느낌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 느낌을 내는 게 진짜 어렵더라고요." '그 느낌'을 내기 위해 많은 영화와 작품을 보며 캐릭터를 분석했다. 특히 이병헌의 연기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다. "이병헌 선배가 기본적으로 뿜는 아우라가 있잖아요. 유머러스하면서 젠틀하면서 뭔가 다 갖춰진 듯한 느낌이요. 처음에 연습할 때 연기 스타일을 황정민 선배님 스타일로 했었어요. 연출이 이병헌 선배님 스타일로 해달라고 요청하더라고요. 열심히 노력하고 많이 참고해서 연기하고 있어요. 안하던 색깔을 연기하니까 공부가 많이 됐고 또 하나 배운 것 같아요." '벙커 트릴로지'는 제1차 세계대전 참호를 배경으로 아서왕 전설-아가멤논-맥베스 등 총 3개의 고전을 재해석해 독립된 이야기로 진행되는 옴니버스 작품이다. 박훈은 "원작을 몰라도 이해가 되지만 원작을 알면 비교해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고 작품 감상 팁을 전했다. "'멕베스' 같은 경우는 원작을 몰라도 상관없지만 원작을 본 분들이 훨씬 재밌을 거예요. 원작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모르가나'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소년병들이 전쟁에서 겪는 이야기' 이게 끝이예요. 사실은 아서왕과 기사들 전설을 알고 보면 더 재밌는 게 있어요. '아가멤논'은 신화 아가멤논 이야기인데 한국적 정서가 있어서 모르고 봐도 충분히 다 이해가 되는 작품이죠." '벙커 트릴로지'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로 맥베스의 마지막 대사를 꼽았다. '전쟁의 첫 번째 재물은 진실이다' 라는 대사다. "이 작품 전체에서 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해요. 전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지는 건 진실이에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죠. 다 거짓말일 수도 있어요. 관객들을 벙커 안에 넣어서 진실을 보게 하는 작품이죠. 진실을 갈구하고 있는 지금 사회에 던지는 화두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박훈은 오는 2월19일 '벙커 트릴로지' 공연을 마치면 올 한해 영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10여년간 무대를 누비며 연기활동을 해왔지만 아직까진 치고 박고 깨지는 게 맞다는 그다. "사실은 영화를 갈망하다가 배우가 된 거 였어요. 연극을 하다 보니 너무 좋아져서 미친 듯이 하고 있었었는데 방송을 하게 됐고요. 방송에서 견고해지기 전에 나스럽게 다 던져버리고 올해는 영화를 해보려고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에요. 실패로 끝날 수 도 있겠지만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되죠. 아직까진 치고 박고 깨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연극 '벙커 트릴로지-맥베스' 공연 모습.<사진제공=아이엠컬쳐>연극 '벙커 트릴로지' 프로필 컷.<사진제공=아이엠컬쳐>배우 박훈(오른쪽)과 정연의 연극 '벙커 트릴로지-아가멤논' 공연 모습.<사진제공=아이엠컬쳐>
2017-01-31 14:39
연극 '벙커 트릴로지' 제스로 컴튼 연출 "한국 관객들 매너보고 감탄했다"
(서울=포커스뉴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의 인종이나 어디에 사는지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이 드라마를 보여주는거니까요." 영국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창작자 제스로 컴튼(28) 연출의 말이다. 제스로 프로덕션의 대표작인 '벙커 트릴로지'의 한국 초연을 축하하기 위해 내한한 그를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극 '벙커 트릴로지' 관객과의 대화를 마치고 바로 왔다는 컴튼 연출은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는 "영국에서는 공연이 끝나면 2명 정도 남아서 잘 봤다고 말해주는데 한국에서는 100명이 왔으면 정말 100명 정도가 남아서 고맙고 공연 잘 봤다고 얘기해주는걸 보고 감탄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관객들은 영국 관객들보다 훨씬 매너가 좋은 것 같아요. 행동이 올바르죠. 영국에는 공연장에 바가 있어서 공연 전부터 공연 끝날때까지 술을 마시니까 취해서 매너가 별로거든요. 한국 관객들은 굉장히 집중력도 좋고 잘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제스로 컴튼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4년 SPAF에서 '벙커 트릴로지'가 초청작으로 선정돼 공연한 이후 2년 만이다. 한국에 온 소감을 묻자 "너무 좋다. 비록 서울 밖에 못 보고 대학로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긴 하지만 여긴 너무 좋다"라며 밝게 웃었다. '벙커 트릴로지'는 제1차 세계대전 참호를 배경으로 세 편의 독립된 이야기가 진행되는 옴니버스 작품이다. 세 편의 공연은 아서왕전설·아가멤논·맥베스 등 고전과 신화를 재해석했다. 2013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4년에도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갔으며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최고 연극상'을 수상하는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컴튼 연출이 처음 '벙커 트릴로지'를 기획하게 된 데는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에 1차 대전 종전 100주년이 다가오고 있어서 역사적으로 관심이 되게 많은 시기였습니다. 전쟁을 경험하는 젊은 여자와 남자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각기 다른 세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도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는건 쉽지 않은 작업이다. 캠튼 연출은 "재밌지만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스토리텔링의 테크닉에 있어서 같은 테크닉을 계속 반복할 수는 없고 각 스토리마다 다른 테크닉을 동원해야한다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첫 번째 때 썼던 테크닉을 두 번째에는 안 쓰고 다른 걸 써야하고 세 번째 때 쓸 테크닉은 정말 고심해서 새로운 걸 생각해야 되요. 새로운 걸 생각해야된다는 게 재밌기도 하지만 피곤하고 힘든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세 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좀 힘든 작업이기는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벙커 트릴로지에 이어 카포네 트릴로지, 프론티어 트릴로지까지 꾸준히 3부작 작품을 하는 건 하나의 이야기를 할 때보다 세 가지 이야기로 만들었을 때 더 디테일하게 들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벙커 트릴로지의 배경이 되는 1차 세계대전도 만약에 이걸 가지고 한 가지만 얘기만 해야했다면 바라볼 부분이 너무 넓었을 거예요. 캐릭터도 한정적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고요. 3부작으로 만들면 이야기도 그렇고 캐릭터도 깊게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강점입니다." '벙커 트릴로지' 한국 공연은 한국어로 번역만 한 게 아니라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도 많이 해서 영국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컴튼 연출은 한국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것 중에 하나로 아가멤논 남자주인공을 영국 사람에서 독일 사람으로 바꾼 부분을 꼽았다. "굉장히 좋은 설정의 변화였습니다. 전쟁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어떤 특정한 사람의 개인적인 경험보다는 좀 더 큰 관점에서 얘기하고 싶어요. 국적이 바뀜으로서 국적에 상관없이 이야기를 똑같은걸 전달한다는 제 의도에도 더 부합한 것 같아서 설정 바뀐게 좋았습니다." '벙커 트릴로지'에 앞서 한국에서 공연된 제스로 프로덕션의 '카포네 틀리로지'와 '사이레니아'는 밀폐된 공간에서 극한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국내 관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의 작품이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버전에서는 드라마가 강조되어서 그런지 관객들이 더욱더 반응을 잘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제 공연이 가지고 있는 세팅이나 관객들이 입장하면서 어딘가로 들어간다는 콘셉트 자체가 한국 관객들에게는 굉장히 새로운 부분이라 좋은 반응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여행'보다 '출장'을 좋아하는 캠튼 연출은 아직까지 한국에서 선보이지 못한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한국에 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프론티어 트릴로지'는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예전에 썼고 영국에서 했던 공연이나 새로 쓴 대본인데 아직 제작이 안된 것들 중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적합하겠다 싶은 것들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해진 건 없는데 '프론티어 트릴로지' 개막할 때 또 다시 한국에 오면 좋을 것 같아요. 다음에도 계속해서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영국 제스로 프로덕션의 제스로 컴튼 연출이 지난 6일 개막한 연극 '벙커 트릴로지' 한국 초연을 축하하기 위해 내한했다.<사진제공=아이엠컬처>연극 '벙커 트릴로지' 공연 모습.<사진제공=아이엠컬처>영국 제스로 프로덕션의 제스로 컴튼 연출이 지난 6일 개막한 연극 '벙커 트릴로지' 한국 초연을 축하하기 위해 내한했다.<사진제공=아이엠컬처>
2016-12-22 17:20
배우 정순원 "다른 색깔, 다른 톤 연기…감초역 벗고 새로운 도전"
(서울=포커스뉴스) "이제 도전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는 말을 들었어요. 처음엔 힘들고 어색하겠지만 다른 색깔과 다른 톤의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배우 정순원의 말이다.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8세의 '지훈'처럼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은 고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던 '지훈'이 16년 만에 깨어나면서 다시 모이게 된 4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00년도 누구보다 진한 우정을 나눴던 그들의 학창시절과 모든 것이 변해버린 현재를 교차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정순원은 안혁원 대표의 제안으로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대본 리딩에 참여했다가 작품의 매력에 빠져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 "안혁원 대표가 작품 대본을 수정하는데 읽어보고 자문 구하려고 한다고 대본 리딩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리딩에 참여하게 됐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첫 연습 자리에 앉아있더라고요. 리딩할 때 정말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훈의 독백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데 저도 처음에 읽었을 때 눈물이 났어요. '어, 이게 뭐지?' 싶으면서 흥미롭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정순원은 극중 '지훈'역을 맡아 에너지 넘치고 장난기 많은 고등학생부터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청년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소화하고 있다. 다른 세 명의 배우들이 교복과 정장 등 의상으로 시대를 오가는 반면 정순원은 환자복을 입은 상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18세의 건강한 지훈과 32세의 약해진 지훈을 구분하기 위해 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소리다. "지훈이가 16년 동안 많은 근육이 퇴화되고 약해졌지만 공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하잖아요. 어떤 차이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사람이 발성을 하는데 필요했던 근육들이 약해졌다고 생각하고 소리를 찾기 시작했어요. 어떤 행동이나 말, 생각하는데 있어서 힘에 겨워야하니까 속도와 반응을 일반인보다 좀 느리게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과거로 돌아갔을 땐 소리도 굉장히 힘 있고 에너지 자체가 굉장히 파워풀한 모습을 보였고요."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에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과거 학창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다양한 소품들이 등장한다. 정순원은 "누군가 소품을 안 챙겨 나왔을 때 애드리브의 향연이 시작된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지훈이가 폭죽을 터트리고 그걸로 형석이를 놀려야 하는데 다른 배우가 폭죽을 안가지고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형석아, 녹음기가 너무 뜨거워. 터질 거 같아. 이것 좀 봐'라고 애드리브를 했어요. 형석 역을 맡은 배우가 '무슨 녹음기가 터져? 밧데리가 어디 있지?' 하면서 주머니에서 밧데리를 찾다가 넘어간 적이 있는데 그때가 가장 아슬아슬했어요." 정순원은 2006년 국악뮤지컬 '천상시계'에서 앙상블로 데뷔했지만 2010년까지 공백기가 있었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은사님의 권유로 연기학원에서 일하다가 대학로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복학할 여건이 안 되서 바로 돈을 벌어야 했어요. 유영재 은사님께서 운영하던 연기학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휴학하고 대학로에 가서 오디션을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정 안되면 돌아갈 학교가 있으니 부담 갖지 말라면서 '너 정도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용기를 주셨어요. 그래서 대학로 연극, 뮤지컬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 쉬어매드니스 변정주 연출과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 정순원은 2012년부터 '그날들', '모범생들', '여신님이 보고계셔' '뜨거운 여름', '로기수' 등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가 계속 꾸준히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극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감초역으로 자신 만의 영역을 구축해 온 정순원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무기를 버렸다. "감초역을 계속 하다보니까 목소리톤 이라든지 연기적인 톤이 점점 굳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안 주물러주는 찰흙처럼요. 어느 날 민준호 연출이 이제 도전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는 말을 했어요. '너 이거 잘해. 그런데 정순원이 이런 것도 할 줄 아네? 라는 말을 들어보는 건 어떠냐'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힘들고 어색하겠지만 다른 색깔과 다른 톤의 연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같이 나눴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지훈 역을 잘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리더로서 극을, 이야기를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는 게 연기하는데 공부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작품을 본 지인들의 반응도 사뭇 달라졌다. "예전에는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에 들어와서 인사하면서 '너무 웃기다, 재미있다, 너무 잘한다' 이런 말을 해줬는데 이번에는 '정말 잘 봤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냐, 다시 보인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이전 작품들과는 좀 다른 이야기들을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작품에서는 변해버린 친구들의 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운 우정을 그리지만 실제 정순원에게는 오랜 기간 변함없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든든한 친구들이 곁에 있다. "계원예술고등학교를 나와서 친구들이 다 영화나 연출, 촬영 쪽에서 일하고 있어요. 가장 흔들릴 수 있는 게 배우라고 생각해요. 주위의 달콤한 소리에 변할 수도 있고 흔들리고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 정신 차리라고 말해줍니다." 친구들의 채찍질은 생각보다 혹독하다. 오디션에서 떨어진 그에게 "이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막걸리를 건네며 "그동안 너무 승승장구했다. 더 노력해라"라고 말해주는 진짜(?) 친구다. 정순원은 유치원 때부터 꿈꿔왔던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늘 한결같았던 꿈을 이룬 지금 그의 새로운 꿈은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다. "옛날에는 그냥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꿈도 성장하는 것 같아요. 생명처럼 커가는 것 같다고 할까. 지금 그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자랑거리, 동생들의 자랑거리, 저를 알고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어요. 크게는 대한민국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습니다." 정순원은 연기 뿐만 아니라 그림,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군대 시절 내무반에서 재미삼아 그리기 시작했던 그림일기는 현재 플레이DB를 통해 한 달에 두 편씩 연재되고 있다. 어린 시절 미군부대 근처에서 살면서 일찍부터 미국 본토 힙합음악을 접했던 그는 힙합에도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힙합의 민족에 나가볼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진짜 제의가 들어온다면 나가보고 싶어요. 랩을 정말 좋아하거든요"라며 의지를 내비췄다. 다재다능한 그의 새로운 도전이 기다려진다.(서울=포커스뉴스)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에서 '지훈' 역을 맡은 배우 정순원이 25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포커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2016.11.27 양지웅 기자 yangdoo@focus.kr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공연 모습.<사진제공=창작하는공간>(서울=포커스뉴스)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에서 '지훈' 역을 맡은 배우 정순원이 25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포커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2016.11.27 양지웅 기자 yangdoo@focus.kr
2016-12-04 17:44
뮤지컬배우 백형훈 "학교 아닌 무대에서 최고의 레슨받았죠"
(서울=포커스뉴스) 180㎝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 크고 또렷한 눈매에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 뮤지컬배우 백형훈의 첫 인상이다. 인사를 건네며 미소짓는 얼굴에 첫 인상의 차가운 이미지는 오간데 없어졌다. 미소와 함께 소년의 모습이 묻어나왔다. 눈빛은 깨끗하고 순했다. 백형훈은 2010년 뮤지컬 '화랑'으로 데뷔해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쓰릴미', '엘리자벳', '트레이스유', 연극 '아들' 등 쉴 틈 없이 무대에 오르며 차곡차곡 입지를 다지고 있는 7년차 뮤지컬배우다. 차분하지만 무겁지 않게 내뱉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가수지망생에서 뮤지컬배우로…학교보단 무대로 백형훈은 뮤지컬배우 입문 전 가수 꿈을 키웠다. 5년간 준비했던 가수의 꿈을 접고 뮤지컬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된 건 우연 같은 필연이었다. "사실 뮤지컬을 잘 몰랐습니다. 예전 어떤 영상을 봤었는데 그게 스티브 발사모의 '겟세마네' 라이브 영상이었어요. 당시 노래가 전형적인 팝노래 같지는 않고 정말 좋은 노래이긴 한데 '왜 말하는 거 같지', '연기가 섞여 있지'하며 신기해 인상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잠시 잊고 있던 뮤지컬에 대한 기억은 2008년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하이서울페스티벌 뮤지컬 갈라쇼에서 다시 만났다. 가수의 길이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때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다 나왔었습니다. 노래가 노래같지 않더라고요. 뭔가 정말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가수의 꿈을 포기하고 군 입대를 생각하던 차에 지인이 뮤지컬 한번 해보라고 권유해줬는데 지금까지 봐왔던 것들이 생각나면서 '그래 한번 해보자'하고 도전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뮤지컬을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근거없는 자신감이 갑자기 생겼습니다." 근거없는 자신감은 이유있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입시원서를 넣고 뮤지컬 '화랑' 오디션도 봤다. 결과는 둘 다 합격이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실전무대를 택했다. "학교를 거의 못 다니고 바로 뮤지컬 무대에 올랐습니다. 당시 연출이 서울예대를 졸업한 성천모 연출이었는데 실전에서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하얀 도화지 상태일 때 배우는 게 오히려 스폰지처럼 빨아들여 좋을 수도 있다고요. 과감하게 공연을 선택했습니다." 2010년 휴학 이후 백형훈은 아직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목표가 분명한 만큼 과정에 대한 생략도 단호했다. "결국 자신의 선택인 거 같습니다. 학업에 대한 계획이 있어 끝마치느냐, 이걸 무대에 서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넘기느냐 둘 중 하나인거죠. 어쨌든 지금 프로무대를 하고 있으니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작품을 계속 하고 있고요." 뮤지컬 '화랑'에 이어 '모차르트' 앙상블 공연을 마친 뒤 그가 택한 건 무대도, 학교도 아닌 군대였다. 26살이라는 애매한 나이에 왜 군대를 선택했는지 묻자 "제 상황도 애매했거든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 그 때 갔던 게 좋았던 거 같습니다. 뮤지컬을 해서 너무 좋았지만 단순하게 표현하면 잘 안 풀렸습니다. 오디션도 많이 떨어지고, 하고 싶은 작품들은 오디션을 안보는 상황이었거든요. 뮤지컬배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군대는 가야됐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이럴 때 가자, 갔다 와서 다시 시작하면 되지'하고 갔습니다.“ ◆무대에서 만난 선생님…현재도 진행형 제대 뒤 백형훈의 필모그래피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빡빡하게 채워졌다. 올해만 해도 지난 3월까지 공연한 '넥스트 투 노멀'에 이어 6월 연극 '아들', 8월 뮤지컬 '트레이스유', 9월 '씨왓아이워너씨'까지 쉴 틈 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학교에서 하지 못한 공부는 무대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우고 있다. "작품을 연달아 하다보니까 동시에 레슨도 되는 거 같습니다. 선배들이나 연출들이 조언을 많이 해주시고 누구보다 훌륭한 선생님들입니다. 말 그대로 하얀 도화지에 그림 그리는 수준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참 많이 보고 배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한 열 작품 넘게 했는데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하나하나 쌓이다 보니까 결국에는 가장 큰 레슨이 된 거 같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이 있었지만 '씨왓아이워너씨' 김민정 연출과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진선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김민정 연출은 배우가 스스로 연기하고 있다는 인식을 못할 만큼 설득력있고 믿을 수 있게 무대에서 해주면 뭐든지 '오케이'라고 했어요. 그렇게 하면 사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날개를 달게 되거든요. 저 역시 저에 대해 의심을 많이 내려놓고 할 수 있게 됐죠.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배우 진선규는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연습하며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어했을 때 단단하게 다독여 준 이다. 상대방과 이해관계 속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줬다. "선규 형은 중요한 신을 주고받는 상대배우였는데 감이 안 잡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형이 '지금까지 니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다'며 '너무 좋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그동안의 고민들이 눈 녹듯 사라지더라고요. 형을 믿고 연기를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뮤지컬배우를 굳이 '연기파'와 '노래파'로 나누자면 백형훈은 '노래파'다. 지난 2009년 '슈퍼스타K'에 출연했을 당시 휘성과 알렉스로부터 "기본기가 튼튼하다", "타고난 톤이 좋다" 등 호평을 받았다. 노래는 언제부터 잘했는지 묻자 "본격적으로 노래를 노래같이 할 줄 알게 된 건 뮤지컬을 하면서부터"라는 겸손한 답변이 돌아왔다. "뮤지컬 하기 전에는 발성법도 잘 모르고 어떤 소리가 좋은 소리인줄도 몰랐습니다. 그냥 높게 올라가면 그게 최고인줄 아는 정말 얕은 지식의 지망생이었습니다. 뮤지컬하면서 음악감독들을 통해 소리는 어떻게 내고, 이런 감정일 땐 이렇게 소리를 내고. 그런 것들을 배웠습니다. 작품 배역마다 원하는 소리나 감정선이 다르기 때문에 하면서 조금씩 쌓이니까. 사실 지금도 계속 진행형인거 같습니다." ◆'아들'로 첫 연극 도전…언젠가 '서편제' 도전하고파 노래파와 연기파로 나누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을까. 백형훈은 호시탐탐 연극무대를 노려왔다. 그리고 지난 6월 '아들'의 준석 역에 캐스팅되며 처음 연극 도전에 나섰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듯 아쉬움을 털어놨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연극과 뮤지컬의 차이점을 느끼기에 제 역할이 노래가 너무 많고 나레이터 역할이었다는 점입니다. 뮤지컬에서도 개인 솔로 6곡은 흔치 않거든요. 그래도 선배님들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연극이다 보니 대사가 많은데 순간순간 대처하는 특유의 순발력이 있으시더라고요. 뮤지컬은 노래 부르다 순간 실수하면 확 드러나는데 연극은 배우의 능력에 따라 넘어갈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백형훈은 지난 2015년에 이어 현재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 공연 중이다. 처음으로 두 번 공연하는 작품인 만큼 감회가 남다른 듯 했다. "재연을 하니까 확실히 작품을 이해하는 것도 더 깊어지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도 더 유연하게 잘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되고요. 작년에 부족했던 점은 연출이나 동료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채워나가고 강점이었던 점은 더 굳혀나갈 수 있어서 스트레스 없이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을 묻자 생각에 빠졌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좀 어려운 질문이다. 던지는 말처럼 보일까봐 '이거 하고 싶어요'라고 쉽게 말을 할 수가 없다"라며 입을 뗐다. 그는 "프랑켄슈타인 공연했을 때 재미있게 봤다. 아예 정말 진중하고 무거운 역할을 해보고 싶긴 한데 저만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연극 '프라이드'도 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미지 상 '필립'보다는 '올리버'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서편제'의 '유봉'역은 나이를 먹고 연륜 있는 배우가 된다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작품 자체가 너무 좋고 원작이 너무 훌륭한 작품입니다. 근데 유봉 역을 지금 할 수는 없으니까. 나중에 그 나이가 되서 유봉을 했을 때 감격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하고 싶은 역을 했을 때 감격이 있을 것 같아서요. 언젠가 연락이 오겠죠.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백형훈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한걸음 한걸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서울=포커스뉴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배우 백형훈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0.17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배우 백형훈이 출연하는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 공연의 한 장면.<사진제공=달컴퍼니>(서울=포커스뉴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배우 백형훈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0.17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배우 백형훈이 출연했던 연극 '아들' 공연의 한 장면.<사진제공=티앤비컴퍼니>(서울=포커스뉴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배우 백형훈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0.17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2016-10-24 18:12
창작극 '함익' 배우 이지연 "살아있는 배우 되고 싶다"
(서울=포커스뉴스) 검은 막과 검은 색 가구들,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창작극 함익에서 흰머리와 괴상한 소리, 섬뜩함과 따뜻함을 오가는 표정 연기로 시선을 강탈하는 이가 있다. 함익의 분신역을 맡은 배우 이지연(23)이다. 이지연은 지난 2015년 서울시극단을 통해 무대에 처음 오른 신인 중에 신인이다. 지난해 8월 56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시극단 정식단원으로 뽑혔다. 서울시극단이 7년 만에 뽑은 단 한명의 정식단원 자리를 당당하게 꿰찼다. 이지연은 서울시극단 첫 작품 '여우인간'을 시작으로 헨리4세-왕자와 폴 스타프 등을 거쳐 김광보 연출과 4번째 작업인 '함익'에서는 주연급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함익의 분신 '익'은 셰익스피어의 원작 '햄릿'에 나오는 망령 같은 존재다. 남들 앞에서 드러내지 못한 함익의 내면과 다양한 모습을 표현해야하는 만큼 고민이 깊었다. "분신은 한 가지 모습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표현해야 합니다. 함익에게 상처를 줬던 인물, 기쁨을 줬던 인물 등 여러 가지 인물들을 표현하다보니까 감정을 빨리 바꿔야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함익한테도 감정을 빨리 전달해줘야 하는데 제가 한번 집중하지 못하면 와르르 무너지더라고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적인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참고하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여러 사람을 표현하면서 함익을 자극시키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데스노트'의 류크가 주인공을 은근히 자극시키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분신이 어떤 때는 함익을 위해서 활짝 웃어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정신차리라고 강한 표정을 짓기도 하니까 표정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블랙스완'이라는 영화도 많이 봤어요. 제일 좋아하는 영화기도 하고 다양한 표정들이 나오더라고요. 함익 역을 맡은 최나라 선배님하고도 많이 대화를 나누면서 준비했습니다." 함익의 분신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는 '소리'다. 동물 소리 같기도 하고 인간이 내지 않는 소리를 냄으로써 판타지적인 이미지를 배가시킨다.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대본에 '오로로로로히야'라고 써있었는데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셨어요. 연습할 때 장난처럼 타잔 같은 느낌으로 표현했는데 연출과 대화하면서 소름 돋게 표현할 수도 있다는 걸 배웠어요." 이지연이 연극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연기하는 친구가 '너 할 일 없으니까 같이 연극이나 보러가자'고 해서 본 연극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사실은 지금과 반대되는 길을 가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확실히 이 길을 선택해야할지 갈림길에 서있었습니다. 친구 따라서 처음으로 연극을 봤는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훈남들의 수다라는 연극이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눈앞에서 연기하고 관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울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충격'은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연극이 끝나고 분장실에 들어가서 배우한테 무작정 연기를 가르쳐달라고 매달렸다. 그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며 웃었다. "처음에는 배우는 힘든 직업이라며 거절하셨어요. 스텝 분한테 연락처를 알아내서 계속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럼 일주일만 배워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두 달 동안 발성만 가르쳐주셨어요. 바닥에 누워서 배 밟히면서 계속 소리내는 연습을 했어요. 포기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힘들게 시키셨는데 저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진짜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연극의 매력에 빠진 이지연은 전문대에 입학해 연기를 배우고 서울시극단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배우의 길을 가고 있다. "매번 역할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해서 다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김광보 연출님이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죽은 배우가 되지 말고 살아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어떤 역할을 맡든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고 싶어요. 설렁설렁 하지 말고 그 인물을 열심히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서울=포커스뉴스) 연극 '함익'에서 주인공의 분신 '익' 역할로 분한 배우 이지연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6.10.12 양지웅 기자 yangdoo@focus.kr(서울=포커스뉴스)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함익' 프레스콜 행사에서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연극 '함익'은 셰익스피어 '햄릿'의 심리적 고독에 주목해 햄릿의 섬세한 심리와 그에 대한 내재된 여성성을 중심으로 재창작된 작품이다. 2016.09.30 이승배 기자 photolee@focus.kr(서울=포커스뉴스) 연극 '함익'에서 주인공의 분신 '익' 역할로 분한 배우 이지연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6.10.12 양지웅 기자 yangdoo@focus.kr
2016-10-16 16:48
'킹키부츠' 한선천 "롤모델 없다…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길"
(서울=포커스뉴스) 무용가에서 배우로 변신 중인 한선천이 뮤지컬 '킹키부츠' 초연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엔젤'로 돌아왔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3층 북카페에서 만난 한선천은 몸이 회복 중인 상태라 기운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사실 그는 최근 과로 등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돼 7회차 정도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을 쉬었다.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맞대니 "온 몸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이야기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선천은 "어제까지만 해도 좀 안 좋았었는데 지금은 괜찮다. 내일 공연 잘할 수 있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한선천은 지난 2014년 초연된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드랙퀸(Drag queen·여장남자) '엔젤'을 맡아 '한선천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뮤지컬배우 신고식을 치렀다. 초연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는 그는 연기와 노래연습에 매진하며 재연 무대를 준비해왔다. "처음해 본 뮤지컬이었는데 노래가 너무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재연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 만들어놔야겠다는 생각으로 쉬는 동안 연기를 배우면서 노래도 같이 배웠습니다. 처음 연기를 배웠을 때는 말로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몸으로만 표현하다가 말과 연기로 표현하려니 제 자신이 너무 어색한거죠. 그래도 지금은 열심히 노력해서 곧잘 한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특히 노래는 기본기가 없다 보니 뮤지컬 발성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노래방에서만 부르던 실력이라 기초잡는 게 많이 힘들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은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한선천은 다시 돌아온 '킹키부츠' 무대에서 한층 더 자신감 넘치고 성숙해진 엔젤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예쁘기만 한 엔젤이 아니라 여장남자로서 가지고 있는 자신감이라던가, 내면의 성숙해 보이는 느낌을 좀 더 풍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선천은 지난 2013년 Mnet '댄싱9'에 출연해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춤 실력으로 주목받으며 현대무용가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더이상 무용가로 삶을 이어가지 않고 변화를 꾀했다. 사실 한선천은 '댄싱9'에 참가하기 전 무용을 그만둘 생각을 했다. "당시 공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학생들을 가르쳐주고 있었는데 제 발전이 없는 느낌이었어요. 공연하면서 돈도 벌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부모님께서 외국에 가서 미용을 해보라고 하셔서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댄싱9 오디션을 보게 된거죠." 댄싱9 출연 이후 그의 삶은 새로운 길로 향했다. 댄싱9 갈라쇼를 마치자마자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 '킹키부츠'에 합류했다. 중학교 때부터 무용만 해 온 그가 생애 첫 연기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안무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 무대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예전에 재즈댄스를 배워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안무적인 부분이 컸으니까요. 안무만 생각하고 들어와서 연습하는데 할 게 진짜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남들 집에 갈 때 혼자 남아서 계속 노래 연습 하고 음정 체크하고 가사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걸 아니까요. 그게 속상했습니다." 뮤지컬 '킹키부츠'에 등장하는 6명의 엔젤들은 '쇼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는 일등공신이다. 공연 중간중간 무대에 등장해 화려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대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선보이기까지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바로 12㎝힐이었다. "힐 신고 연습을 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습하는 동안 계속 신고 있습니다. 초연 때는 외국 연출가와 안무가가 같이 힐 신고 연습했는데 쉴 때도 벗지 말고 신고 있으라고 해서 계속 신고 있었어요." 2시간이 넘는 공연에 매일 출연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매번 즐겁게 할 수 있는 건 관객들 덕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할 때 엔젤들이 객석으로 내려갑니다. 그때 일반 관객 분들이 다 같이 즐거워해주고 있다는 것을 굉장히 많이 느껴요. 그래서 공연 할 때는 너무 힘들지만 관객들이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팬을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웃음을 터트리며 한 여성 팬과 얼떨결에 딥 포옹(?)을 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커튼콜 때 객석으로 내려가서 손을 흔들면서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사하며 돌아다녀요. 1층에서 턱을 넘고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한 여성 팬 분이 '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더니 '한선천씨 팬이에요'하면서 제 손을 잡고 팍 잡아당기는데 반동의 힘으로 앞으로 무게 중심이 쏠려 안기게 되는 거 있잖아요. 그게 기억나네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6명의 엔젤들을 한순간에 모두 공손하게 만든 관객들도 있었다. "커튼콜 할 때 엔젤들이 무대에서 한 줄로 서 있다가 왼쪽으로 들어가요. 손을 흔들면서 한 줄로 들어가는데 객석 끝 쪽에 스님 두 분이 계신 거예요. 다들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합장하면서 들어왔는데 서로 '왜 다들 합장하고 있냐'고 엄청 웃었어요." 뮤지컬의 매력을 묻자 곰곰이 생각에 잠긴 그는 한참 뒤에 "글쎄요"라는 다소 허탈한 답변을 내놨다. 이어 "순간 순간 너무 즐거워서"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뮤지컬의 매력을 쉽게 말하지 못했던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의 모든 요소가 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무대라는 곳 자체가 너무 매력적인 공간이예요. 다른 배우들하고 함께 하면서 대사도 있고 노래도 있고 종합적인 예술이 가득 차 있는 게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봤을 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을 갖고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한선천은 앞으로 뮤지컬 뿐만 아니라 연극이나 드라마, 영화 등 기회만 있다면 연기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2010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컨템포러리무용 시니어 남자부문 1위, 2010년 동아무용콩쿠르 현대무용 남자 일반부 금상 등을 수상하며 무용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온 그이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초짜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뭐든지 다 하겠다는 의욕이 넘쳤다. "지금은 많은 걸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처음 무용했을 때 혼나고 배웠던 것처럼 그때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많은 걸 경험하고 혼나기도 하고 엎어지고 쓰러지기도 하면서 많이 배워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와 영화 분야 관심이 있는 만큼 드라마 이야기가 나오자 한선천은 최근 보고 있는 드라마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그는 "사극에 관심이 있어서 '구르미 그린 달빛'도 보고 '달의 연인'도 봅니다. 요즘 '질투의 화신'이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조정석 선배님은 어떻게 그렇게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시는지. 진짜 너무 잘하시는 것 같다"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MBC 드라마 '쇼핑왕루이'에서 백마리 역을 맡은 배우 임세미를 보며 충격(?)을 받았던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 "'쇼핑왕루이'에서 세미 누나가 약간 악역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진짜 너무 착하다. 그런 사람이 남의 아이디어 뺏어서 그렇게 하는데 '누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니잖아요'라고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한선천은 롤모델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우물만 파온 무용가가 배우로 전향한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데 롤모델이 없습니다. 지금은 제가 만들어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저만의 색깔을 가져야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 되기 때문에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무용하는 후배들이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제가 길을 도와줄 수 있을 만큼의 그런 것들을 만들고 싶어요. 열심히 노력해야죠." 업그레이드 된 '엔젤'로 돌아온 한선천이 출연하는 뮤지컬 '킹키부츠'는 오는 11월1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만날 수 있다.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뮤지컬 킹키부츠의 배우 한선천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0.05 성동훈 기자 zenism@focus.kr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뮤지컬 킹키부츠의 배우 한선천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0.05 성동훈 기자 zenism@focus.kr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뮤지컬 킹키부츠의 배우 한선천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0.05 성동훈 기자 zenism@focus.kr뮤지컬 킹키부츠의 배우 한선천. <사진제공=씨제스컬쳐>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뮤지컬 킹키부츠의 배우 한선천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0.05 성동훈 기자 zenism@focus.kr
2016-10-06 14:54
독일인 배우 윤안나 "한국 영화에 외국인 주인공? 만들면 되죠"
(서울=포커스뉴스) "처음에 한국에서 배우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래, 드라마에서 외국인 며느리 연기하면 되겠네.' 아 기분 나빠. 내가 이런 연기만 하고 싶은 줄 알아?" 지난 달 서울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공연된 연극 '국가없는 나라 : 사라진 기억들' 무대에 등장한 한 외국인 여배우가 뱉은 대사다. 주인공은 바로 독일 출신 배우 윤안나(Anna Rihlmann)다. 연극 무대와 스크린에서 활발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윤안나를 최근 포커스뉴스 본사에서 만났다. 독일에서 태어난 안나는 2014년부터 한국에 들어와 연기 공부를 하며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안나가 한국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16살 때다. "베트남 친구가 있는데 아리랑TV를 보다가 한국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빈집'이라는 영화였는데 당시 독일 극장에서도 상영됐어요. 대사가 별로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한국 영화도 찾아봤죠. 한국말도 매력적이더라고요. 처음부터 친밀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의 매력에 빠진 안나는 2009년 교회를 통해 처음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2주 동안 머무르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고 독일로 돌아간 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행 비행기 티켓 값을 모았다. "독일에 돌아갔는데 한국에 너무 다시 오고 싶었습니다. 2010년에는 여름방학 때 한 달 동안 서울에 있었어요. 그 다음에는 3개월, 6개월 점점 한국에 머무는 기간이 늘었죠. 3년 전에 완전히 들어왔습니다." 윤안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기과 전문자 과정에 합격한 첫 외국인이다. 한국 생활 대부분을 한예종과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윤안나에게 한예종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서류 합격하고 1차 면접과 영어시험을 봐야 했어요. 영어시험은 자신있게 들어갔는데 문제를 보니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라는 거더라고요. '멘붕'이 왔죠. 방심하지 말아야겠다는 걸 배웠습니다. 원래 10명이 정원인데 제가 외국인전형으로 입학해서 저희 기수는 동기가 11명입니다. 첫 외국인이라 부담도 많이 되요. 제가 잘해야 앞으로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테니까요." 윤안나는 한예종에 입학한 뒤 지난 8월 처음 대학로 연극무대에 올랐다. 3년 전 입단한 극단 '드림플레이'의 공연이다. '3학기까지 외부 활동 금지' 조항이 풀린 안나의 첫 행보였다. "EBS라디오에서 6개월간 조연출로 일했는데 그때 MC가 연극배우였습니다. 지금 '드림플레이' 대표입니다. 극단에 따라가 김재엽 연출과 처음 만났는데 독일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어요. 2014년 남산예술아트센터에서 한 달 동안 함께 공연했는데 이후 저는 한예종에 입학하고 김 연출은 1년 동안 독일에서 쉬셨습니다. 그래서 극단 활동이 없다 방학하자마자 첫 작품을 함께하게 됐습니다." 독일어를 비롯해 영어, 불어, 라틴어, 한국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지만 한국어는 발음에 아직 자신이 없다. 외국인으로 한국어 발음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일이 쉽지 않다.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발음을 신경쓰게 되면 다른 부분을 덜 신경쓰게 됩니다. 그래서 연습할 때 발음에 신경쓰고 무대에서는 너무 신경쓰지 않으려고 해요. 이번 공연 때는 함께한 언니가 발음을 봐주고 녹음도 해주고 엄격하게 가르쳐줬어요. 지금도 잘 안되는 발음을 잘 알고 있어 꼭 짚어주고요." 영화를 통해 한국을 처음 접했던 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하지만 알게모르게 존재하는 외국인 배우의 한계에 아쉬움이 크다. 외국인이 한국 작품에서 주연을 맡는 일이 좀체 쉽지 않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연극 속 대사처럼 '외국인 며느리 연기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로 결심한 이유다. "영화를 보면 행복해요.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영화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그런 역할 제의만 받아서 이런 거 밖에 못하나,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외국인을 위한 주인공은 없으니까요. 그럼 제가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 편 써둔 게 있고 지금은 다시 장편영화를 쓰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영화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윤안나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배우는 전지현이다. 항상 다양한 모습을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며 '롤모델' 삼았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특히 영화 '베를린'에서 탈북자 역할을 맡는 등 도전적인 모습도 보여준 것 같습니다. 한국영화에서 여자 역할이 많이 없는데 항상 꾸준히 출연하는 모습을 보면 닮고 싶습니다." 외국인이라 여러 제약이 있지만 외국인이기에 할 수 있는 역할도 있다. 윤안나는 다른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기대하며 선구자 역할을 자처했다. "연출님이 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말해줬어요. 예를 들면 '꼰대'같은 말을 한국배우가 하면 기분 나쁠 수 있는데 외국인이 하면 덜 기분 나쁘게 받아들인다던가 하는 게 있다는 거죠. 이전에 이렇게 활동했던 사람이 없었지만 두려워하지는 않아요. 제가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나중에 다른 외국인 친구들도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윤안나는 한국에서 '외국인 배우'가 아닌 '여배우'로 활동하고 싶다. 차곡차곡 기본부터 익히며 조금씩 연기 열정을 사르고 있는, 한국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목표가 있어 현재 생활이 즐겁다. "역사 관련 영화에 관심이 많아요. 한국에는 예전부터 선교사 등 외국인들이 많았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영부인인 프란체스카 도너 리 여사도 외국인이었고요. 이런 인물들에 대한 영화가 있다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액션도 해보고 싶고,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외국인이라는 편견없이 다른 한국 여배우들과 경쟁해 오디션을 보고 뽑히게 되면 너무 기쁠 것 같습니다."(서울=포커스뉴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독일출신 연극배우 윤안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9.20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연극 '국가없는 나라 : 사라진 기억들' 공연 모습.<사진제공=신재환 사진작가>(서울=포커스뉴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독일출신 연극배우 윤안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9.20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2016-09-29 16:35
남인우 연출 "소설의 아름다움을 그대로…낭독공연의 맛이죠"
(서울=포커스뉴스)"서로서로 문장을 찢어서 읽는겁니다. 독자가 책으로 읽을때는 '나'였는데 다른 캐릭터들이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잖아요. 문장을 어떤 사람이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찾아보는게 재미입니다." 국내외에서 인정받으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남인우 연출이 지난 10일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입체낭독극 두 편을 동시에 올렸다. 윤성희 작가의 소설을 그대로 옮긴 '어쩌면'과 '웃는 동안'이다. 공연 전 연습에 한창인 남 연출을 연습실에서 만나 낭독공연에 빠진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 연출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아동청소년극 전공 MFA 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및 상임 연출을 맡고 있다. 그가 2004년 연출한 '가믄장 아기'는 일본, 독일, 러시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등 해외 10여 개국 국제연극제에 초청됐으며 최우수 배우상, 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서울어린이연극상 극본상, 작품상, 연기상, 2012년 '재주많은 다섯친구'로 연출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남 연출이 낭독공연의 맛을 알게 된 건 성기용 연출이 해오던 낭독공연 시리즈 세 번째를 제안 받으면서 부터다. "처음에는 성기용 연출에게 제안을 받고 소설을 찾아봤습니다. 서점에서 우연히 책 띠 표지에 나온 윤성희 작가의 얼굴을 보게 됐는데 고등학교 동창처럼 생긴 겁니다. 그렇게 펼쳐본 게 바로 '어쩌면'이라는 소설입니다. 그 자리에서 '이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리가 풀릴 정도로 너무 좋더라고요." 남 연출은 '어쩌면'에 이어 또 다시 윤성희 작가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벙커에서 열린 입체낭독극 '웃는 동안'이다. 그에게 큰 위로를 줬던 책이기에 고민 없이 바로 선택했다. "2014년 4월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오르는 '가믄장아기' 공연을 위해 연습 중일 때 세월호 사건이 터졌습니다. 안산에서 4년 정도 상주단체로 있었던 만큼 다들 너무 힘들어했어요. 우울증을 앓기도 하고 그만둔 단원도 있었습니다. 지쳐있던 상태였는데 '웃는 동안'을 다시 읽고 나서 펑펑 울었습니다. 윤 작가에게 전화해서 바로 낭독공연을 또 해야겠다고 말했어요." '웃는 동안'은 6개월 시한부 인생으로 살던 중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나'와 장례식장에 찾아온 친구 3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죽은 친구의 초록색 소파가 친구들의 집을 옮겨 다니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펼쳐진다. "시시콜콜한 남자 4명의 스토리가 쭉 펼쳐집니다. 듣고 있으면 20대 젊은 청년들의 순진하면서도 어이없는 패기와 좌충우돌 하는 모습들이 너무 웃겨요. 친구가 죽었으면 엉엉 울어야 하는데 진지하지도 않아요. 그 슬픔을 감추고 있는 네 명의 남자들을 보면서 굉장히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쩌면'은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중 버스가 추락해 목숨을 잃은 여고생 4명의 이야기다. 남 연출은 "청소년들의 발랄함을 보여주는 게 '어쩌면'의 힘"이라고 소개했다. 남 연출이 바라보는 윤 작가의 아름다움은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일상의 요소 중에 '우연'이라는 것을 잘 풀어냈다는 점이다. 일상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소한 일들을 통해 거대 담론을 향해 간다. "'어쩌면' 같은 경우도 살아남기 위해 돌아다니건데 미혼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살아있지만 귀신같은 사람도 많고 귀신이지만 살기 위해 뭔가를 하려고 하는 귀신들도 많아요. 궁극적으로는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보통 낭독공연은 소설을 입체낭독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문을 생략한다거나 약간의 각색 작업을 거치기도 한다. '어쩌면'과 '웃는 동안'은 소설의 글자 하나도 빼거나 변형 없이 책상에 앉아서 말 그대로 낭독한다. 소설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해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낙 윤 작가 소설이 풍경적이고 입체적이고 행동적이고 굉장히 연극적입니다. 배우들한테 한 문장도 틀리게 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소설을 무대화 시킬 때 각색하고 윤색하는 건 쉬운 일입니다. 오히려 배우들이 대사도 좀 바꾸고 지문이나 서사 같은 것도 빼자고 요구했을 때 그대로 해보자고 했습니다." 글자 하나 그대로 읽지만 책으로 읽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윤 작가의 팬들 조차 공연을 본 뒤 "이미 읽었던 소설인데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문학은 독자가 자체적으로 리듬과 템포를 생성해서 읽는데 낭독극은 연출가가 인위적으로 리듬을 만들어서 해석을 해서 읽어주는 거잖아요. 그대로 읽지만 문장을 반복한다거나 다 같이 읽는다거나 하는 변형을 줬습니다. 윤 작가가 1인칭 관점으로 썼는데 낭독극에서는 4명의 친구들이 인칭을 각자 쪼개 읽습니다. 그게 마치 서사자이기도 하면서 캐릭터이기도 하면서 묘한 중첩된 이미지가 잘 만들어진 편입니다." 남 연출은 '어쩌면'과 '웃는 동안'에 좀 더 연극성을 가미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중이다. 벌써부터 극장에서의 만남이 기대된다. "내년에는 두 공연을 극장에서 공연하고 싶습니다. 책상을 빼고 소설을 변형시키지 않는 대사를 유지한 채로 좀 더 연극성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어떤 부분은 외우지도 않고 읽기도 하고 하는데 배우들이 대사를 외워서 움직임을 좀 더 가미하고 소설 속 공간을 입체적 공간, 연극적 공간으로 변형시키려고요."(서울=포커스뉴스) 극단 북새통의 남인우 연출가가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9.05 양지웅 기자 yangdoo@focus.kr입체낭독극 '웃는 동안' 포스터.<사진제공=명랑캠페인> 2016.08.29 조승예 기자 sysy@focus.kr입체낭독극 '어쩌면' 포스터.<사진제공=명랑캠페인> 2016.08.29 조승예 기자 sysy@focus.kr(서울=포커스뉴스) 극단 북새통의 남인우 연출가가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9.05 양지웅 기자 yangdoo@focus.kr
2016-09-15 19:15
산악인 곽정혜 "손가락 몇 개 잃고 너무 많은걸 얻었다"
(서울=포커스뉴스) 2006년 5월18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에베레스트에 스물여섯 한국인 여성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에베레스트에 오른 한국의 다섯 번째 여성 산악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추락하면서 조난을 당해 손가락 다섯 개를 잃었다. 세계 최고봉에서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 산악인 곽정혜의 이야기다. 그는 최근 에베레스트 등반 과정을 담은 책 '선택'을 출간했다. 아담한 체구에 소박한 미소를 가진 그에게서 책에서 느꼈던 산악인 특유의 악바리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에게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강요했던 에베레스트, 스물여섯의 기억을 담은 책 '선택'을 출간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는 10년 전 조난당했을 때 그를 구해준 중동고 산악부에게 어떻게든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일단은 책에서 밝힌 대로 중동고 산악부에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형이든 무형이든 어떤 형태로든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빨리 나오리라고 생각은 못했는데 마침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지 10년이 됐고 중동고 산악부도 올해 초에 세계에서 7개 대륙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오르는 것을 마쳤습니다.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파란만장했던 2006년 이후 산악인 곽정혜의 삶에 대해 써보고 싶은 마음도 한 몫 했다.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지만 막상 쓰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책을 쓰는 건 저에게 숙제 같은 거였기 때문에 기획이나 구상 같은 건 조금 씩 생각해왔었습니다. 책에서 사고가 난 원인이라던가 그런 걸 서술했는데 누군가가 비난을 받을 수 있고 도덕적 책임을 묻는 사람들 생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좀 객관적인 서술을 하고 싶었는데 누군가 상처받는 글이 되는 건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빼면 내용이 안 맞기 때문에 책을 써도 될까 말까 그런 고민들을 많이 했습니다." 올해 초 두 달간 다음 스토리 펀딩에 연재를 하면서 책의 뼈대를 구성했다. 당시 독자들의 비난과 응원은 그에게 힘이 됐다. "연재 당시 악플도 많았아요. 사고당해서 많은 사람들한테 피해를 끼쳤으니까 '민폐녀'라고 하더라구요. 그런 데를 왜 갔냐, 이기적이다 이런 악플도 있었고 대장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히말라야 등반에 대해 잘 몰랐는데 그런 부분들이 있구나 하면서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곽정혜가 산과 인연을 맺게 된 건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밀양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산악부 동아리에 발을 들였다. 2004년 동기들과 설악산 등반을 하다가 경남산악연맹 관계자들을 만나고 얼떨결에 히말라야 원정대에 합류했다. "저 같은 경우는 운이 굉장히 좋아서 다른 선후배 산악인들에 비해 여러 기회를 얻었던 케이스 같습니다. 순탄하게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굉장히 많은 갈등과 고민,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정상에 출발하면서부터 갈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해서 수많은 갈등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은 그런 선택들의 결과가 나타나는거죠." 산에서의 선택은 생사를 오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자신의 선택 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에게 선택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좀 더 무거워보였다. "제 선택 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분들의 선택이 그 속에 들어있습니다. 읽는 분들이 이런 부분들을 다양하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게 보이는 거에도 그 안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여기 나오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선택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에베레스트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곽정혜 산악인을 살린 건 중동고 산악부의 박재우, 최인수 대원의 '선택'이었다. 그는 책을 통해 “그들이 나 때문에 정상으로 향하지 못했다는 걸 안 순간 차라리 그대로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마음은 똑같아요. 그 열정이 어떤지 알고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죠. 모든 대원이 다 정상 등정의 기회를 얻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도 선의의 경쟁이나 개개인의 컨디션, 위험요소 다 계산해서 대장이 대원을 선발합니다. 그분들에게 굉장한 기회였는데 그걸 포기하고 구조를 선택한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입니다.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그건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에 성공한 이후 그에게는 '산악인'이라는 호칭이 생겼지만 동상에 걸린 손가락 다섯 개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의 머릿 속에 에베레스트는 여전히 굉장히 많은 것을 준 산이다. "운도 좋았지만 인복도 많았습니다. 그런 소중한 인연을 얻었다는 것이 진짜 행운인거 같아요. 지금도 가족처럼 지냅니다. 언젠가 두 분을 모시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다시 다녀오고 싶습니다. 손가락 몇 개 잃고 너무 많은 걸 얻었습니다. 충분하다 못해 넘칩니다."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산악인 곽정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산악인 곽정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모교인 밀양대학교 산악부 깃발을 들고 있는 산악인 곽정혜의 모습이다. <사진제공=곽정혜>산악인 곽정혜가 들 것에 실려 셰르파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스폴 구간을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곽정혜>산악인 곽정혜는 에베레스트에서 추락한 이후 기절하듯 잠든 사이 손이 옷 밖으로 노출돼 손에 심한 동상을 입었다. <사진제공=곽정혜>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산악인 곽정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9.02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2016-09-09 17:33
배우 이용녀 "연극이 끝나면 부모님께 전화 한통하세요"
(서울=포커스뉴스) "만나기 전에는 무엇을 좋아하실지 고민하며 마음을 가득 담아 이것저것 사가요. 그런데 막상 만나면 투닥투닥합니다. 참 환장할이죠." 연극 '오거리 사진관'에서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 이용녀가 말하는 자신과 어머니의 이야기다. 서울 대학로 SH아트홀 공연장에 들어서니 무대 위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이용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공연 시작 전 잠시 시간을 내 만난 그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첫 인사를 건넸다. '바냐아저씨', '그놈을 잡아라'에 이어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연극 무대에 오른다. 힘들 법도 한데 또다시 연극을 선택했다. 연극 '오거리 사진관'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묻자 "작품이 참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근사하거나 역사적으로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집안, 옆집 집안 이야기예요. 이런 이야기들이 훨씬 더 와닿고 보는 사람들한테 훨씬 더 쉬워요. 그냥 쉽고 편하게 이해하도록 해서 그 사람이 자기 식으로 생각해서 자기 인생이 주마등같이 스쳐가게 하는 것. 영화나 음악이나 다 그런거잖아요. 자기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죠." 연극 '오거리 사진관'은 평범한 가정에서 치매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장기용 분)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이용녀 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자식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 가족의 이야기다. '치매'라는 소재가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지만 다시 살아 돌아온 아버지 덕분에 벌어지는 자식들의 우왕좌왕 에피소드가 재미를 던져준다. 그러다 가슴을 콕 찌르는 대사 한 마디에 눈물이 맺힌다. 이용녀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가 더욱 찌릿하게 공감되는 건 가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깨닫고 있어서인지 모른다. "이번 작품에서 다 못해준 것에 대한 속상함을 담은 대사들이 가끔 나옵니다. 가장 하고 싶은 일로 '가족사진 한 장 찍는 것'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말에 속상해 하는 어머니의 대사라든지. 부모님을 떠나보냈거나 가족 중 한명을 잃었던 적이 있는 사람들은 살아계실 때 '그거 하나 못 사줬네' 하면서 늘 후회하는 부분들입니다. 문제는 다 그 상황을 겪어야 만이 그 아픔을 안다는 것이죠. 있을 때는 절대 그 생각이 안 들어요." 연극 '오거리 사진관'이 이용녀의 가슴에 더욱 와닿았던 건 그가 직접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용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무대 위 소름끼치도록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는 걸 알고 처음에는 다 요양원에 가야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요양원에 모셨죠. 그런데 모셔놓고 보니까 아닌 거예요. 몇 개월 사이에 다리 근육이 없어져서 다리가 가늘어지고 걸음을 못 걷게 되고 오줌도 못 가리게 됐어요. 결국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집에 모시면 귀찮죠. 밥 챙겨드려야 하고 이야기도 들어드려야 하고 만져줘야 하고. 하지만 그래도 책임져야죠." 이용녀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있는 듯했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치 자신에게 거는 주문처럼 "있을 때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강조했다. "살아있을 때는 필요한지 모르고 소중한지 모르고 영원히 있을 것 같아서 막 대하잖아요. 진실을 알면서도 마치 영원할 것같이 막 대하죠. 없어지고 난 뒤에서야 잘할 껄 후회합니다. 있을 때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막상 집에 가면 막 대하겠지만 그래도 오늘 한번 또 생각을 해보라는거죠. 관객들이 연극을 보고 돌아갈 때 부모님께 전화 한통 드렸으면 좋겠어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연극 '오거리 사진관'은 오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SH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서울=포커스뉴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SH아트홀에서 연극 '오거리 사진관'의 배우 이용녀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서울=포커스뉴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SH아트홀에서 연극 '오거리 사진관'의 배우 이용녀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2016-09-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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