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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뷰] 박정민X류현경, 믿고 볼만한 배우들의 향연…‘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서울=포커스뉴스)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를 보고 나오는 길에 한 친구 때문에 한참을 웃었던 생각이 났다. 그 친구가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법을 공부하겠다고 온라인으로 책을 한 권 샀다. 책을 받고 첫 장을 딱 폈는데, 현대미술 작품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아니더란 거다. 그 책에는 미술작품을 어떻게 ‘구입’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그 말을 듣고는, 쇼핑을 좋아하던 친구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라며 웃었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이하 ‘아티스트’)를 보고 그 친구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미술, 돈, 그리고 웃음까지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는 화가 지젤(류현경 분)과 그의 그림을 알아본 갤러리 대표 박재범(박정민 분)를 통해 관객에게 화두를 던진다. 지젤은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예술가로만 먹고살기 힘든 현실 속에서 취업 전선에 들어섰다. 하지만 서울에서 취업이란, 예술가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쉽지가 않다. 작품들은 집안에 쌓여간다. 갤러리 대표 박재범과 만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쌓여있는 자신의 그림을 알아봐 줄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술자리에서 만취 후, 지젤의 집에서 깨어난 재범은 그의 그림에 반해 이를 모두 갤러리로 옮긴다. 갤러리에서 지젤의 그림을 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중식(이순재 분)은 그중 한 작품을 구입한다. 중식이 인정한 작품이라니, 지젤의 고생은 끝났다 싶다. 하지만 상황은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지젤은 갑자기 쓰러지고, 사망진단을 받고 영안실로 옮겨진다. 지젤 작품의 가치가, 아니 가격이 솟구친다. 희소성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젤이 다시 살아난다. 그 사이 재범은 지젤의 작품을 경매에서 12억에 구입했다. 그후, 깨어난 지젤을 만난다. 깨어난 아티스트, 사라진 희소성, 그리고 그걸 12억에 구입한 사람. 웃으면서 만나기만은 어려운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아티스트’는 제목처럼 예술과 상업, 그림과 돈, 본질과 포장 등 하늘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단어들과 ‘돈’과 연결된 현실을 나란히 놓는다. 지젤은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동양화를 배우기 위해 동양에서 굳이 유럽에 가다니. 그런가하면, 타고난 눈 하나 믿고 사는 갤러리대표 재범의 시력은 사실은 굉장히 좋지 않다. 두 가지 모두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러니한 두 가지 가치의 부딪힘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술이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은 비싼 가격 때문일까? 이를 본 사람에게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일까? 굳이 예술로 가두어 생각하지 않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돈을 벌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 영화는 관객에게 이에 대한 고민을 이끈다.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무엇보다 큰 덕목은 웃긴다는 점이다. 이를 완성해내는 것은 믿음직스러운 두 배우 류현경과 박정민이다. 두 사람은 술자리 장면에서 실제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아티스트’는 배우들에게 짜인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기보다는, 그들의 움직임을 카메라가 쫓는 핸드헬드 방식을 차용해 더 큰 공간을 열어줬다. 그리고 열어준 이상을 배우들은 채운다. 박정민은 ‘동주’ 이후 ‘아티스트’를 택했다. ‘동주’에서 송몽규 역을 맡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치는 뜨거움을 보여준 그가, ‘아티스트’에서는 무언가를 계속 포장하고 있다. 완전히 다른 인물을 박정민은 어렵지 않게 오간다. ‘동주’를 보고 박정민은 뜨거운 사람이라고 느꼈더라도, ‘아티스트’를 보면서 사실 속물인 사람인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28일 진행된 ‘아티스트’ 언론시사회에서 류현경과 박정민이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옮기며 영화뷰를 마무리 하고 싶다. 9일 개봉. 상영시간 96분. ▲류현경: 영화에서 지젤은 자신이 전생에도 현생에도 아티스트라고 자신있게 얘기한다. 저도 연기를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누군가 저를 ‘아티스트’라고 하든 안하든 모두 맞는 얘기라 생각한다. 제 스스로 결론짓긴 어려운 문제다. 다만, 지젤이 정성스러운 시간을 들여,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은 것처럼 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제가 연기를 하는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박정민: 넓게 보면 우리 모두는 다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는 단어로 놓고 보면, 저는 그렇게 되고 싶은 사람인 것 같다. 지금은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잘하는 것도 별로 없어서, 그냥 연마를 하는 과정인 것 같다. 언젠가 남들도 저도 ‘아티스트’라고 얘기할 수 있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박정민, 류현경 주연의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포스터. <사진제공=콘텐츠 판다>류현경 주연의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스틸컷. <사진제공=콘텐츠 판다>이순재와 박정민이 열연한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스틸컷. <사진제공=콘텐츠 판다>박정민(왼쪽)과 류현경이 열연한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티저 포스터. <사진제공=콘텐츠 판다>박정민 주연의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스틸컷. <사진제공=콘텐츠 판다>박정민, 류현경 주연의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포스터. <사진제공=콘텐츠 판다>
2017-03-11 11:11
[영화뷰] ‘싱글라이더’ 통해 보았네, 살면서 지나친 '그 꽃'
(서울=포커스뉴스) ‘싱글라이더’는 보는 순간보다 보고난 후에 더 많은 생각이 가슴에 머문다. 그리고 그 후에 관객 각자가 내리는 답이 무엇이든 '싱글라이더'는 고개를 같이 끄덕여줄 느낌이다. 재훈(이병헌 분)이라는 한 남자가 있다. 아내 수진(공효진 분)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빠로, 책임감을 느끼고 직장에서 열심히 돈을 벌었다. 영어 실력은 대한민국에서 경제구역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아이의 미래를 위해 호주로 조기유학을 보냈다. 그는 홀로 남아 더 열심히 돈을 번다. 좋은 거래에 있을 거짓을 생각해 볼 여력도 없다. 그런데 그가 판 채권은 부실채권이었다. 그는 회사, 돈, 그리고 채권을 팔았던 사람 모두를 잃었다. 친구도, 가족도 곁에 없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호주가 생각났다. 아내 수진과 아들이 있는 곳, 그곳을 향한다. ‘싱글라이더’의 출발선에 있는 이야기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이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간결하게 정리한다. 앞이 꽉 막힌 도로, 회사에서 잘릴 걱정을 하는 양복맨들로 빼곡한 엘리베이터, 소리 지르는 사람들로 가득 찬 회의실, 그리고 그 앞에서 머뭇거리는 이병헌. 어느 장면 하나 많은 말을 담지 않은 장면이 없다.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직장인이라면, 재훈과 그를 둘러싼 공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한 번쯤 다 버리고 사라져버리고 싶은 꿈을 꾸어봤을 당신에게, 결혼해도 외롭다고 느꼈을 당신에게, 재훈의 호주행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재훈은 호주에서 워홀러 지나(안소희 분)를 만난다. 여기서 또하나의 공감 코드가 발생한다. 지나는 매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차를 타고 2시간을 달려 농장에서 일해 돈을 모았다. 그렇게 매일 열심히 일해서 모은 2만여 달러. 하지만 환전 사기를 당해 이를 모두 날렸다. 누가 게으른 사람이 돈이 없다고 말했나. 지나는 쓰러진 자신을 부축해 준 재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한번 모든 것을 잃어본 재훈은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재훈은 수진을 만나지 못하고 주변만 맴돈다. 이웃 남자 크리스와 수진의 관계에 대한 질투와 분노가 섞인 묘한 감정 때문이다. 지켜보는 그의 시선을 통해 수진에 대한 궁금증이 싹튼다. 바이올린을 켜던 수진은 아들을 낳고 이를 내려놨었다. 그런데 수진이 바이올린을 켠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문을 2개나 잠가야 안심하던 수진은 문을 열어두고 산다. 아이를 낳고, 아이를 위해 모든 시간을 쏟는 것이 익숙해져 자신의 시간이 사라졌다는 것을 차마 깨달을 시간까지도 없어진 젊은 엄마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던 수진의 변화다. 재훈, 수진, 그리고 지나의 상황이 묘한 대칭점을 만든다. 관객의 상황에 맞게 공감코드를 열어두면서 재훈의 시선을 통해 수진의 변화를 보여주고, 지나에게 조언을 하면서 재훈을 발견하게 한다. “너무 좋은 거래에는 항상 거짓이 있죠”라는 대사는 이들 상황을 요약한다. ‘싱글라이더’는 마치 삶이라는 여행을 떠난 이들의 단면을 포착하는 듯하다. 영화는 우리나라 관객에게 일상적인 공간인 대한민국을 떠나 호주를 배경으로 전개되며 누구에게나 삶은 처음이었음을 다들 처음 살아보는 삶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당연함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묻는다. 내일을 위해, 꿈을 위해, 돈을 모으기 위해, 포기한 ‘당신의 오늘은 어땠냐’고 말이다. 그 질문을 가만히 생각하면 각자 마음 속에서 떠오르는 대답이 있을 거다. ‘싱글라이더’라는 영화를 본 시간보다, 보고 난 후 시간이 더 마음에 와 닿는 이유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단언컨대 이병헌이다. 그는 영화의 90% 이상을 일관적인 감정으로 이끌어가면서도 같은 모습과 같은 크기의 감정으로 장면을 넘어가는 법이 없다. 울음, 호흡, 눈빛, 심지어 걸음걸이에도 감정이 담겨 있다. 액션, 범죄, 스릴러, 자극적인 핏자국없이도 ‘싱글라이더’를 보는 97분여의 시간은 '이병헌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빼곡하게 차있다. '번지점프를 하다'의 이병헌을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보기를 권한다. 공효진은 '미씽: 사라진 여자'에 이어 한번 더 엄마가 됐다. 아이가 태어나며 잊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엄마다. 공효진은 이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담는다. 굳이 후질구레한 티셔츠에 펑퍼짐한 바지를 입지 않아도, 엄마, 그리고 수진이라는 여자의 성격은 장면 곳곳에 묻어 있다. 그렇기에 그가 쓱 던지는 감정에 여자로서 훅 빠져드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싱글라이더’는 고은의 시 중 한 구절을 인용해 문을 연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주영 감독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 포기하는 것들이 매우 많은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보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작의를 설명한다. 이주영 감독의 말처럼 '싱글라이더'는 살면서 지나쳤던 그 꽃을 보게해 줄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반전을 담고 있기도 하니 궁금증을 품고 작품을 보는 것은 또다른 재미가 되겠다. 상영시간 97분. 15세이상 관람가. 22일 개봉.이병헌 주연의 영화 '싱글라이더' 포스터.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재훈 역을 맡은 이병헌(정중앙)의 모습.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지나(안소희 분)가 재훈(이병헌 분)에게 자신을 도와달라 부탁하는 모습. 사진은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수진 역을 맡은 공효진의 모습.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재훈 역을 맡은 이병헌의 모습.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2017-02-19 09:23
[영화뷰] ‘더킹’, 조인성X정우성X류준열이 담은 ‘발광하는 현대사’
(서울=포커스뉴스) “안동의 하회탈 알지? 왜 그렇게 웃고 있는 줄 알아?” ‘더 킹’을 시작하는 말이자, 정우성의 질문이다. 하회탈은 조선시대 평민들의 얼굴을 덮어준 가면이다. 얼굴을 가리고 지배층인 양반계층의 허위성을 폭로하며 삶의 애환을 풍자적으로 마당극에 옮겼다. ‘더 킹’도 다르지 않다. 그 속에서 배우 조인성, 정우성, 류준열, 배성우 등은 캐릭터라는 탈을 쓰고 스크린에서 흥 나는 한판을 벌인다. ‘더 킹’은 태수(조인성 분)의 10대부터 40대까지의 삶을 담은 영화다. 또 다르게 말하자면, ‘더 킹’은 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30여 년에 걸친 방대한 대한민국 현대사를 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롤러장에서 보낸 10대 학창시절부터, 대모의 ‘언저리’에서 얼룩진 20대 대학과 군대 시절, 그리고 사법고시를 통과해 검사가 된 후의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반항기 가득한 10대 시절 태수는 삼류 인생 아버지(정성모 분)를 무릎 꿇린 검사를 보고 ‘검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대를 나와 검사가 됐다. 뚜쟁이의 활약으로 당찬 재벌가 아내 임상희(김아중 분)를 만났다. 남부러울 것 없는 날들이다. 하지만, 검사 생활은 기대와 달리 초라하고 바빴다. 우연한 계기로 지민이 사건을 맡게 됐다. 고등학교 선생에게 성폭행당한 여학생이다. 그런데, 그 선생의 라인이 대단한가 보다. 그를 압박하자, 같은 대학 선배이자 검사인 양동철(배성우 분)이 나타난다. 그는 지민이 사건을 덮자며 태수를 대한민국 실세 1%들이 모인 펜트하우스로 이끈다. 태수는 그곳에서 실세 중의 실세인 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난다. “친일파가 우리나라 이거야”라고 엄지를 추켜올리며 “그냥 권력 옆에 있어”라는 사람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에 태수는 정의의 검사보다는 화려한 라인을 택한다. 고향친구이자 조폭 2인자인 최두일(류준열 분)도 그의 뒤를 봐주겠다고 나선다. ‘더 킹’은 독특한 형식으로 전개된다. 영화 속에는 전두환, 노태우, 故김영삼, 故김대중, 그리고 故노무현까지 실제 전 대통령들의 이름과 얼굴이 그대로 등장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렬한 미소도 담긴다. 영화의 사이사이 시대를 연상케 하는 뉴스와 사진 등이 배치된다. 달리 말하면, 뉴스의 사이사이에 영화가 배치된다는 말일 수도 있다. 한쪽 면에 물감을 찍어 종이를 접으면, 반대편에도 같은 모양으로 묻어나는 ‘데칼코마니’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대통령 변천사, 88올림픽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데칼코마니처럼 구성한 오프닝을 지난 ‘더 킹’ 속에서도 그 구성은 이어진다. 상반된, 상반되어야하는 것들이 나란히 놓이면서 그 자체로 현실을 풍자한다. 팩트를 담는 뉴스와 허구성을 대표하는 영화가 그렇고, 정의를 지키는 검사와 사회의 어두운면을 대표하는 조폭도 그렇다. 작은 행동에도 풍자의 정성은 담긴다. 전 대통령의 액자를 떼어내고 바뀐 대통령의 얼굴을 걸거나, 액자를 떼어내고 그 뒤에 숨겨진 ‘금고’를 발견하거나 하는 식이다.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는 마당극의 흥나는 판에 시종일관 충실하다. 특히, 떼춤은 인상적이다.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해야할 것을 무당의 굿판에 의지하며 “정성을 다하기” 위해 방방 뛰는 모습이나, 클론의 음악 ‘난’에 맞춰 신나는 모습을 나름(?) 칼군무로 임하는 것은 ‘더 킹’의 ‘킹’ 볼거리 중 하나다. ‘더 킹’의 상영시간은 길다. 하지만 화려한 앵글 덕분에 긴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다. 원테이크(컷을 나누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방식)로 소개되는 인물이나 99% 검사의 업무, 조인성의 얼굴을 중심에 두고 배경만 변화하는 형식 등은 ‘어른 동화’같은 전개로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 덕분에 다양한 시대를 보여주면서도 자막 한 번 사용되지 않고 물처럼 영화는 흘러간다. ‘더 킹’을 보며 강도하 작가의 웹툰 ‘발광하는 현대사’가 떠오른다. 현대, 민주, 대중 등의 이름을 가진 캐릭터 속에 현대사의 아픔과 안타까움이 은유적으로 실린 작품이다. ‘더 킹’은 태수의 시간에 현대사를 채웠다. 은유적이기보다 풍자에 가깝다. 관객은 보고, 듣고, 느끼고, 웃어도 된다. 참 더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더럽게 솔직하게도 풀어내기 때문이다. ‘더 킹’의 메가폰을 잡은 한재림 감독은 “한국만큼 권력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더 킹’이 시작됐다”며 “한국사회의 부조리함을 권력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그 안의 모순들을 거부감 없이 관객들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작의를 밝혔다. 이어 “사회적 모순을 마당놀이처럼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해 관객들이 즐겁고 흥겹게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바람을 전했다. 조인성, 정우성, 류준열, 배성우 외에도 ‘더 킹’ 속 곳곳을 가득 채우는 배우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의성, 고아성, 전혜진, 박정민, 성동일 등은 자칫 무게가 실릴 수 있는 극의 균형을 때로는 무겁게, 혹은 가볍게 다잡는다. “대한민국에 역사상 이정도 쓰레기들이 있었습니까”라는 한 여검사의 말이 영화에서 혹은 뉴스에서 실현된다. 영화가 끝나도 바로 일어나지 말 것. 정우성과 배성우가 끝까지 관객을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영시간 134분. 15세이상 관람가. 18일 개봉. ◇‘더 킹’은 한마디로=대한민국 역사상 이정도 영화가 있었습니까, 여러모로.류준열,조인성,배성우,정우성이 열연한 영화 '더 킹' 포스터. <사진제공=NEW>조인성은 영화 '더 킹'에서 주인공 태수 역을 맡아 10대부터 40대까지를 선보인다. 사진은 '더 킹' 스틸컷. <사진제공=NEW>영화 '더 킹' 속 한강식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의 모습. 사진은 '더 킹' 스틸컷. <사진제공=NEW>조인성은 영화 '더 킹'에서 주인공 태수 역을 맡아 10대부터 40대까지를 선보인다. 사진은 '더 킹' 스틸컷. <사진제공=NEW>'더 킹' 속에서 굿판을 벌인 조인성,배성우,정우성(왼쪽부터) 등의 모습. 사진은 '더 킹' 스틸컷. <사진제공=NEW>영화 '더 킹' 속에서 1%의 검사 모습을 선보인 조인성, 배성우, 정우성(왼쪽부터)의 모습. 사진은 '더 킹' 스틸컷. <사진제공=NEW>
2017-01-18 06:00
[영화뷰] ‘모아나’, '렛잇고'에서 '아윌고'를 외칠 시간
(서울=포커스뉴스) 해가 달라졌지만, 나이 외에 달라진 일상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2016년에 이어지는 뉴스는 2017년에도 계속된다. 갑갑한 뉴스들, 반복되는 일상 등 모든 것을 외면하고 한 번쯤 꿈을 쫓아 ‘고(Go)'를 외치고 싶을 때가 있다. 지극히 어른의 눈으로 볼, 애니메이션 ’모아나‘가 지친 당신에게 꽤 괜찮은 겨울휴가를 선사할 이유다. ‘모아나’는 모투누이 섬에 사는 소녀 모아나가 전설의 영웅 마우이와 함께 떠나는 모험담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모투누이 섬에서 족장의 딸로 태어난 모아나가 스스로 두 발을 딛고 일어서기까지의 성장담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 마우이가 훔친 테피티의 심장을 제자리에 돌려놔 저주를 푸는 것이다. 테피티는 생명창조의 힘을 가진 신이다. 하지만 인간의 영웅이 되고 싶었던 반인반수 마우이가 힘의 원천인 심장을 훔쳤다. 그로 인해서 바다는 생명의 힘을 잃었다. 모아나가 살고 있는 모투누이 섬도 예외는 아니다. 물고기는 잡히지 않고, 코코넛은 메말랐다. 꿈과 족장의 삶을 두고 고민하던 모아나는 바다의 선택을 받고, 생명의 힘을 되찾고자 마우이를 설득해 테피티를 향해 떠난다. ‘모아나’ 속에는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클래식과 새로운 도전이 함께 담겨있다. 잘하는 것부터 말하면 음악과 영상미의 조화를 꼽겠다. 지난 ‘겨울, 왕국’에 홀려 얼음에서 미끄러지듯 ‘렛잇고(Let it go, '겨울왕국' 주제가 한 소절)’ 좀 외쳐본 당신이라면, 올해는 ‘아윌고(I'll go, '모아나' 주제가 한 소절)'를 외치며 바다로 떠나야 할 것 같다. ‘겨울왕국’(2013)처럼 ‘모아나’도 이야기를 전개하는 중심에 음악이 있다. 할머니에게 마우이의 전설을 듣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뜻에 따라 족장으로 성장하는 모아나의 모습, 모아나의 조상의 모습 등이 모두 한 곡의 노래에 담긴다. 자칫 지루한 설명이 될 수 있는 긴 스토리가 한 곡에 꾹꾹 눌러 담기니 몰입도 더욱 높아진다.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다. 음악이 청각을 사로잡는다면, 시각적으로 볼거리도 풍부하다. 바다 위의 섬, 파도가 치는 바다 위, 그리고 괴물들의 땅이라 불리는 바닷 속까지 모험담 위에 다양한 배경이 펼쳐진다. 신비로운 산호의 색, 금으로 뒤덮인 갑각류의 등, 그리고 소소하게는 마우이의 몸에 새겨진 문신의 움직임까지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모아나’에는 디즈니 속 공주님이 없다. 디즈니의 도전이라고 말한 이유기도 하다. 모아나의 대사 중에도 “난 공주가 아니야”라는 말까지 등장한다. 흰 피부에 금발을 하고 개미허리를 가진 인물도 없다. 남자주인공 역시 그렇다. 완벽한 근육과 비율을 가진 금발 백인 왕자님이 아니다. 5등신 정도의 두툼한 인물이다. 모든 악을 척척 물리치는 완벽남과도 다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주는 에너지는 그 어느 작품보다 강하다. 인형이 아닌 사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제목에서부터 명시돼 있듯, 주인공은 ‘모아나’다. 겉모습과 함께 달라진 여성에 대한 주체적인 표현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모아나는 족장의 삶과 바다를 향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왕자님에게 의지하던 공주님은 없다. 마우이가 위험할 때 구해주는 것도, 축 쳐진 어깨의 마우이를 토닥여 힘을 주는 것도, 모아나의 몫이다. 모아나가 그 어떤 디즈니의 여자캐릭터보다 사랑스러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엿보인다. 자연에게서 빼앗은 것을 되돌려놓는다는 이야기의 설정부터가 그렇다. 소소하게는 모아나가 자신이 키우는 애완돼지 푸아를 보면서 고기를 든 손을 멈칫할 때, 마우이가 한 끼 식사로 생각하던 바보 수탉 헤이헤이와 모든 여정을 함께할 때, 그리고 마지막 엔딩장면까지 사람과 자연은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모아나’에는 디즈니의 전설을 만든 제작진이 뭉쳤다. ‘겨울왕국’과 ‘주토피아’를 만든 주요 제작진에 ‘알라딘’(1992)과 ‘인어공주’(1989)를 탄생시킨 명감독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커가 함께했다. 15년 여의 시간만큼, ‘인어공주’ 속 바다의 표현도, ‘알라딘’ 속 모험담도 진화했다. ‘모아나’를 본 관객들은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길 권한다. 크레딧에는 ‘모아이’ 속 장면들을 연상케하는 일러스트가 계속되니 지루한 자리는 아닐 것이다. “아임 소 샤이니(I'm so shiny)”라고 노래하던 금으로 뒤덥힌 거대 게 타마토아의 최후가 쿠키영상으로 등장한다. 마지막까지 웃음을 띄고 극장을 나서게 될 것.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12일 개봉. ◇‘모아나’는 한 마디로=지친 그대가 떠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2017년 겨울휴가지.애니메이션 '모아나' 포스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애니메이션 '모아나'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애니메이션 '모아나'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애니메이션 '모아나'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애니메이션 '모아나'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17-01-08 09:48
[영화뷰] ‘여교사’,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당신에게
(서울=포커스뉴스) 가만히 스크린을 보고 있는데 숨이 차다. 스크린 속 인물과 숨소리가 겹쳐진다. 속안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영화 ‘여교사’가 상영되는 극장 안 풍경이다. 영화 ‘여교사’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효주(김하늘 분)의 일상은 메말라있다. 칠판에 뭐라고 쓰면서 고등학교 남학생에게 화학을 가르치지만, 교실안 공기, 분필, 칠판조차 메마른 느낌이다. 그러던 어느날 이사장의 차가 학교에 멈춰 선다. 혜영(유인영 분)이 내린다. 정규직 화학 선생님으로 부임한 것. 정규직 여교사는 원래 효주의 차례였다. 이사장인 아버지를 둔 혜영이 그 앞에 선 것뿐이다. 효주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필요하다. 효주의 집에는 남자가 한 명 산다. 약 10년 동안 연애한 남자친구(이희준 분)다. 그는 작가다. 하지만, 쓰기보다 빈 파일을 열어두고 보고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작가다. 자연히 생활비는 효주의 몫이다. 뭐하나 만족스러운 게 없다. 그렇다고 뭐하나 그만둘 수도 없다. 교사를 그만두면, 당장의 생활은 어떻게 하고, 연인을 떠나보내면, 10년이라는 세월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그런데 갑자기 혜영이 나타나 몇 년 동안 바라만 보고 있던 정규직 자리도 너무 쉽게 가져가 버린다. 효주는 무너지는 일상 속에서 혜영과 무용 특기생 재하의 관계를 엿보게 된다. 완벽한 혜영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한 가지가 자신에게도 생겼다.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여교사’에는 파격적인 요소가 많다. 두 명의 여교사와 한 명의 남학생 사이의 치정이라는 점부터 그렇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서도 예상이 되지만, 세 사람의 노출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야하다는 생각보다 ‘아프다’는 생각이 앞선다. 효주의 모습은 김하늘로부터 완성된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한숨처럼 내뱉는 말들은 낯설지 않다. 항상 밝고, 사람의 중심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는 혜영과 대조된 모습이다. 배우 김하늘을 말할 때, 한 번도 떠올린 적 없는 ‘예쁘지 않은’ 모습이다. 청순하고, 밝고, 때로는 살짝 푼수기도 있을 것 같은 그가 무중력 상태의 표정을 짓는 모습은 ‘여교사’에 몰입하게 하는 가장 큰 포인트다. 김태용 감독은 효주의 감정을 일상적인 행위인 ‘먹는 것’과 연결시킨다. 혜영과 동료들과 함께 먹는 식사, 혼자 집에 남아 먹는 식사, 재하와 먹는 식사 등에서 효주의 마음이 드러난다. 그 마음이 참, 먹먹하다. 김 감독은 “밥먹는 행위에서 인간적인 감정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거인’에서 영재의 식사가 한 템포 쉬고 가는 위안의 장치라면, ‘여교사’는 식사 때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직장인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혜영같은 여자도 꼭 주변에 한 명씩 있다. 앞에서는 “제가 아직 어린가 봐요”라며 환하게 짓는 미소로 자신을 방어하면서, 뒤에서는 화려한 가정환경, 결혼할 남자, 그리고 어린 애인까지 그 누구의 사랑도 놓으려 하지 않는다. 사실 그게 혜영의 잘못은 아닌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효주에게 뿐만아니라 관객에게도 혜영이 ‘예쁘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어딘가 똘똘 뭉쳐진 열등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원근의 연기도 독특하다. 그는 첫 스크린 도전작에서 두 여교사 사이를 오가는 남학생 재하의 모습을 선보였다. 이원근은 미소 하나에도 여러 마음을 담아냈다. 김태용 감독이 전작 ‘거인’(2014)에서 최우식을 발견했다면, ‘여교사’에서는 이원근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재하는 무용으로 효주를 무중력상태 밖, 중력의 세계로 이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금수저와 흙수저 등 현실을 보여주는 요소가 많음에도, 다분히 감정적인 작품이다. 카메라의 앵글도 핸드헬드로 흔들린다. 일렁이는 스크린 속에 대조되는 빛이 인물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의 마음 밑바닥까지 마주하게 돼, 더 많은 생각들을 꺼내 올린다. 김태용 감독은 전작 ‘거인’에 이어 ‘여교사’에서도 오늘을 살기 위해 내일을 버린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그 손이 어떤 감정을 불러올지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김태용 감독은 “생존을 위해 무언가 포기하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 제 말에 깜빡 속아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인물들에 관심이 많다. ‘거인’의 영재(최우식 분)가 생존에 속아 성장을 포기했다면 ‘여교사’는 감정과 자존감을 버리고 살던 효주의 일상에 혜영과 재하가 등장하면서 일어나는 변화와 파국을 그린 이야기다”고 ‘여교사’를 설명한다. 이어 “모두가 모두에게 거짓말로 시작해서 거짓말로 인연이 되고, 거짓말로 끝나는, 결국 거짓말로 얼룩진 관계들에 남는 진심은 뭘까 묻고 싶었다”고 작의를 밝혔다. 김하늘, 유인영, 이원근이 2017년을 가장 파격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려 한다. 상영시간 96분. 청소년관람불가. 1월4일 개봉. ◇‘여교사’는 한 마디로= 김하늘의 1분을 위하여. 무중력상태의 오늘을 견뎌내는 우리를 위하여.김하늘이 효주역을 맡아 열연한 영화 '여교사' 포스터.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외유내강>김하늘이 효주역을 맡아 열연한 영화 '여교사' 스틸컷.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외유내강>김하늘이 효주 역을, 유인영이 혜영 역을 맡아 열연한 영화 '여교사' 스틸컷.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외유내강>유인영이 혜영 역을 맡아 열연한 영화 '여교사' 스틸컷.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외유내강>김하늘이 효주 역을, 이원근이 재하 역을 맡아 열연한 영화 '여교사' 스틸컷.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외유내강>김하늘과 유인영이 열연한 영화 '여교사'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외유내강>
2016-12-24 07:00
[영화뷰] ‘마스터’ 이병헌X강동원X김우빈, 비꼰 현실 속 뚫어 ‘뻥’
(서울=포커스뉴스) 대리만족. 영화 ‘마스터’를 보며 생각난 단어다. 현실에서 딱 매칭되는 인물이 있고,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을 ‘마스터’가 이뤄준다. 통쾌함이 배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영화 ‘마스터’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을 담고 있다. 원네트워크의 회장 진현필(이병헌 분)은 금융시스템을 만들어 투자한 소시민들의 돈을 갈취한다. 그 시스템을 구축해 준 것이 박장군(김우빈 분)이다.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분)은 이를 알고 진회장 일당과 그에게 돈을 받은 뒤에 숨은 무리까지 싹 잡아들이려 한다. ‘마스터’는 세 명의 강렬한 캐릭터들의 부딪힘으로 이끌어 나간다. 진회장, 김재명, 박장군이 그 주축에 있다. 김재명은 진회장을 잡기 위해 박장군을 미끼로 던진다. 박장군은 김재명의 말을 ‘적당히’ 들어주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바쁘다. 진회장은 자신이 어떤 잘못을 하는지조차 모른다. 소시민의 돈을 챙겨 도망치면서도, “꿈을 준 것”이라며 자신을 포장하는 인물이다. 절대악으로 등장하는 진회장은 아쉽게도 여러모로 현실 속 인물과 매칭된다. 사실 극 중 굉장히 선명하게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고, 사건이 있다. 이병헌 역시 12일 열린 ‘마스터’ 제작보고회에서 “참고할 수 있는 분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그런 점이 참담한 일이긴 하다”며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온전히 설득당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생각의 구조 자체가 다를 거라는 판단 하에 연기했다”고 했다. 이병헌은 진회장의 옷을 완벽하게 입었다. 두 번의 프레젠테이션은 진회장의 이중적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낸다. 보통 한 캐릭터가 나와 긴 연설을 하는 장면은 극의 흐름을 느슨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소통이 아닌, 한 방향의 말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병헌은 이 장면에서 되려 몰입도를 극도로 끌어올린다. “세상의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것이 내 책임”이라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은 정말 믿고 싶어질 정도다. 그만큼 아프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대중을 뒤로하자마자 싹 바꾸는 표정은 참, 싸늘하다. 아마도 그 표정이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김재명은 정의로운 인물이다. 직진한다. 첫 등장부터 그렇다. 교통경찰과 연관된 처칠의 일화를 이야기한다. 한 교통경찰이 회의에 늦은 처칠이 교통법규를 어기자 “이 차에 수상이 타고 있더라도, 예외는 없다”고 잡았다. 이에 감동한 처칠이 그의 특진을 지시하자 경시청의 간부는 “당연한 일을 한 경찰을 특진시키는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판타지같은 일을 이야기하며, 김재명이 그 판타지를 실현시켜줄 것을 예고한다. 김재명 역을 맡은 것은 강동원이다. 그의 첫 형사 역 도전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차에 매달려 끌려가는 아찔한 액션도 대역없이 소화한다. 거친 숨소리 나는 액션을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비현실처럼 느껴지는 형사를 피부로 닿게 하는데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그가 외치는 “정의”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박장군은 ‘마스터’에서 유일하게 입체적인 인물이다. 직선으로 악을 향하고, 선을 향하는 인물 사이에서 윤활유 역을 한다. 그래서 박장군 역의 김우빈이 더욱 “발을 땅에 붙이고 있는 캐릭터”를 고민했는지도 모른다. 김우빈은 특유의 맛깔스러운 말투로 박장군을 소화한다. 드라마 ‘학교 2013’, ‘상속자들’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약간은 오글거릴 수 있는 대사도 김우빈 특유의 “나쁘지 않네!”라는 말투를 입고 웃을 수 있는 공기를 만든다. 김우빈이 박장군의 옷을 입고 진회장을 만날 때, 김재명을 만날 때, 그리고 안경남(조현철 분)을 만날 때 느껴지는 온도차는 각각 다르다. 보는 즐거움을 더하는 이유다. ‘마스터’는 군더더기 없이 가려고 한다. 초반 10분 동안 진회장의 프레젠테이션 모습을 둘러싸고 세 명의 캐릭터 설명을 깔끔하게 마친다. 상영시간 143분 동안 초반에 보여준 긴장감을 끌고 가기는 다소 주춤해 보인다. 선과 악의 주축이 부딪히기까지는 약 119분이 필요하다. ‘마스터’를 연출한 조의석 감독은 “‘마스터’는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나는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모두가 한 번쯤은 상상했을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설명한다. 그는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 사회 속에 반복되는 일들을 담았다. 해외 도피하고, 잡혔다가, 사면되고 이런 과정을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스터’는 비꼰 현실 속에 새로운 볼거리로 무장한 작품이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을 비롯해 진경, 오달수, 엄지원 등 화려한 배우들은 극의 밀도를 높인다. 일단 ‘마스터’를 보러 갔다면, 상영이 끝나도 바로 엉덩이를 떼지 않길 바란다. 두 개의 쿠키영상이 선물처럼 관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12월 21일 개봉. ◇‘마스터’는 한 마디로=숨어있는 현실을 쏙쏙 골라 즐기는 재미, 통쾌함은 덤.'마스터'에서 열연한 배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왼쪽부터)의 모습. 사진은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마스터'에서 진회장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병헌의 모습. 사진은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마스터'에서 김재명 형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동원의 모습. 사진은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마스터'에서 박장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우빈의 모습. 사진은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2016-12-17 11:46
[영화뷰]‘미씽:사라진여자’, 공효진·엄지원의 애끊는 오열
(서울=포커스뉴스) ‘애끊다’는 말이 있다. ‘애’는 옛말로 ‘창자’를 뜻한다. 뜻은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하다. 얼마나 슬프면, 창자가 끊어질 것 같다는 말이 생겼을까.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속 공효진과 엄지원을 보며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지선(엄지원 분)과 한매(공효진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선은 워킹맘이다. 남편과 이혼 후, 딸 다은이를 키우며 홀로 지낸다. 혼자서 직장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지선에게 보모 한매는 꼭 필요한 존재다. 한매는 중국인 여성이다. 한국에서 보모 일을 하며 상주 가정부 역할을 한다. 지선은 한매와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100% 신뢰한다. 한매가 딸 다은이와 사라진 날도 그랬다. 지선이 가지고 있었던 한매의 외국인 등록증, 핸드폰 등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심지어 동네 여기저기서 “그 여자 이상해”라는 한매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를 듣는다. 지선이 알고 있던 좋은 보모 한매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선은 한매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두 여자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작품이다. 보는 재미 역시 두 여배우에게 있다. 엄지원과 공효진은 구석에 몰려있는 캐릭터에 숨과 소리를 준다. 숨을 쉬는 것도 소리를 지르는 것도 쉽지 않은 역할이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자신의 아이를 잃는다는 것. 두 여배우는 ‘애끊는’ 모성애를 스크린에 옮긴다. 엄지원과 공효진의 캐릭터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엄지원이 맡은 지선은 세련된 도시여성이다. TV드라마를 홍보하는 일을 한다. 겉모습은 참 화려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고되다. 돈은 부족하고, 집은 엉망진창, 이혼한 시댁은 아이를 데려가려 한다. 아이가 없어진 후에도 바로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던 이유다. 전 남편, 시부모, 경찰, 그리고 변호사까지 지선이 아이를 숨겼다고 의심한다. 아이를 위해 무너질 시간도 없다. ‘미씽: 사라진 여자’ 속 공효진은 단언컨대, ‘처음 만나는 공효진’일 거다. 얼굴에 점을 30여개 찍은 그는 막장드라마 속 캐릭터보다 강렬하다. 한매는 아이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착한 보모다. 하지만 그 속에 진실은 없다. 선과 악을 오가면서 한매는 자신의 과거로 관객을 초대한다.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았을 과거다. 지선과 한매는 국적도 상황도 전혀 다르지만, 영화 속에는 대칭점에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 속에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부분도 있다. 시어머니와 남편의 모습을 통해서다. “처음에는 정말 다르게 보였던 두 여자가 결국에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언희 감독의 의도가 전해지는 대목이다. 감독과 제작진은 무엇보다 두 사람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하려 애썼다. 촬영, 조명, 의상, 분장 등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를 통해 탄생한 두 사람의 오열 장면은 폐포에 남는다. 특히, 공효진이 달빛 속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숨을 멈추고 지켜보게 한다. 모성애와 부성애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도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데 무리가 없다. ‘미씽: 사라진 여자’의 메가폰을 잡은 이언희 감독은 관람포인트로 “모성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깨달아가는 영화”라고 했다. 이어 “모성은 어느 순간 갖게 되는 정체성의 일부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강요당할 수도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모성의 진정한 가치와 인물자체가 가진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아이를 찾기 위해 한매의 과거를 밟는 지선의 이야기다. 지선이 몸을 던져 한매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은 영화적 전개를 가능케 한다. 영화적 허용이 가능한 부분이다. ‘미씽: 사라진 여자’의 한줄 요약이 가능한 만큼, 영화 역시 깔끔하다. 미스터리의 장르에 여성의 섬세한 감성이 덧붙여져 독특한 분위기를 즐길만 하다. 상영시간 100분. 15세이상 관람가. 30일 개봉. ◇‘미씽: 사라진 여자’는 한 마디로=공효진X엄지원으로 이해하게 되는 ‘애끊다’는 말엄지원, 공효진 주연의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포스터.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공효진은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워킹맘 지선(엄지원 분)의 딸 다은이를 돌보는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공효진은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워킹맘 지선(엄지원 분)의 딸 다은이를 돌보는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엄지원은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워킹맘 지선 역을 맡아 딸 다은이와 함께 사라진 보모 한매를 추적한다.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공효진은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워킹맘 지선(엄지원 분)의 딸 다은이를 돌보는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2016-11-27 11:32
[영화뷰] ‘북 오브 러브’, 왈가닥 탕웨이의 사랑스러움이란
(서울=포커스뉴스) "한가지 나쁜 소식을 알려줄게요. 당신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영화 ‘북 오브 러브’ 속 편지내용 중 일부다. 영화는 다른 공간에 사는 다니엘(오수파 분)과 지아오(탕웨이 분)의 로맨스를 담고 있다. 둘은 책을 통해 알게 됐고, 편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후에 이야기하겠지만,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의 사랑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지아오는 마카오에 사는 여자다. 직업은 카지노 딜러. 일해서 번 돈을 카지노에서 날린 그는 아는 언니 집에서 잔다. 자는데 뭔가 거슬린다. 책이었다. 창 밖으로 던져 버렸다. 하지만 책은 그 자리로, 언니의 구박과 함께 돌아온다. 괜히 책에 화가 난 지아오는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며 책 제목인 영국의 ‘채링크로스 84번지’로 부친다. 다니엘(오수파 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부동산 중개인이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온 그는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훌륭하게 사용한다. 중국인들이 미국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되자 양국 언어를 모두 할 줄 아는 다니엘은 한층 유능한 중개인이 됐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책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읽는데, 한 여자와 시비가 붙는다. 얼떨결에 처음 보는 여성에게 무안을 당한 그는 홧김에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며 책을 부친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지아오와 다니엘 모두 책을 돌려받은 것이다. 지아오는 화가 난 다니엘의 편지와 양장본의 영문판을, 다니엘은 화가 난 지아오의 편지와 중국어판 ‘채링크로스 84번지’를 받았다. 이들은 다시 ‘채링크로스 84번지’로 답장을 보낸다. 그렇게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열어간다. ‘북 오브 러브’를 보면, 탕웨이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짐은 어쩔 수 없다. 탕웨이의 첫 등장부터 강렬하다. 올블랙에 오토바이를 타고 액션영화처럼 스크린을 채운다. 하지만 곧 “월세 내놔”라는 말에 깨어난다. 관객도 정신이 번쩍 든다. 국내 관객에게 탕웨이는 ‘만추’(2010)와 ‘색,계’(2007)로 잘 알려졌다. 두 작품에서 모두 진중한 모습을 보여준 그다. 하지만 ‘북 오브 러브’에서 탕웨이는 왈가닥 모습을 선보인다. 월세를 내지 못해 주인과 티격태격하거나, '한방'을 노리며 도박에 매달리거나, 매번 상처를 받으면서도 사랑을 꿈꾸는 모습은 새로운 탕웨이를 만날 기회다. 책 ‘채링크로스 84번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가난한 작가와 영국 런던의 헌책방 직원이 20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실화가 담겨 있다. 지아오와 다니엘은 ‘채링크로스 84번지’로 만났고, 편지로 마음을 키워간다. 책과 영화가 연결된 지점은 묘한 아날로그 감성을 준다. 그 감성을 탕웨이가 그리기에 국내 관객에게 공감 이상의 감정을 전달한다. 배우 개인사와 캐릭터를 연결해 보는 것은 작품의 몰입을 떨어트릴 수도 있지만, ‘북 오브 러브’에서만큼은 몰입을 배가시키는 요소가 될 것 같다. 영화 속 책으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실제 영화로 만난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 부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김태용-탕웨이 부부는 결혼을 알리며 “영화를 통해 우리는 알게 되었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되었고 연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편과 아내가 되려고 합니다. 물론 그 어려운 서로의 모국어를 배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 어려움은 또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묘하게 다니엘과 지아오가 겹쳐지는 이유다. ‘북 오브 러브’는 곳곳에 독특한 시도로 지루해질 수 있는 로맨틱 장르에 변화를 시도했다. 로케이션 장소만 중국 마카오, 미국 로스엔젤레스,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영국 런던에 이른다. 또 지아오와 다니엘이 주고받는 편지를 화면에 실제 지나가게 한다거나, 각자 생각하는 상대방 모습과 대화하는 장면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덕분에 서점에서 근무할 것같은 짧은 단발머리의 소녀 탕웨이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관객이 129분 동안 이어지는 중국영화에 몰입하기란 쉽지 않다. 긴 상영시간만큼 담아내려는 이야기도 많은 탓이다. 영화는 각기 다른 장소와 상황 속 지아오와 다니엘의 일상을 펼쳐놓으며 ‘가족애’를 담아내려 한다. 영화의 절반을 나눠 생각하면, 전반부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후반부는 급격히 서로의 편지에 의지하는 지아오와 다니엘의 모습에 의문을 품게된다. 그럼에도 ‘북 오브 러브’는 중국 역대 멜로영화 중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작품이다. 수익만 약 1385억원이다. 아쉬운 점도 눈에 띄지만, 역시 사랑에 대한 화두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정서임은 분명하다. 상영시간 129분. 15세 이상관람가. 11월30일 개봉. ◇‘북 오브 러브’는 한 마디로=지아오와 다니엘의 로맨스에 비친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탕웨이와 오수파 주연의 중국영화 '북 오브 러브' 포스터. <사진제공=퍼스트런>탕웨이는 영화 '북 오브 러브' 속 지아오 역을 맡아 다양한 연기를 펼친다. 사진은 해당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퍼스트런>오수파는 영화 '북 오브 러브' 속 다니엘 역을 맡아 지아오(탕웨이 분)과의 로맨스 연기를 펼친다. 사진은 해당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퍼스트런>탕웨이는 영화 '북 오브 러브' 속 지아오 역을 맡아 다양한 연기를 펼친다. 사진은 해당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퍼스트런>탕웨이는 영화 '북 오브 러브' 속 지아오 역을 맡아 다양한 연기를 펼친다. 사진은 해당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퍼스트런>오수파는 영화 '북 오브 러브' 속 다니엘 역을 맡아 지아오(탕웨이 분, 왼쪽)과의 로맨스 연기를 펼친다. 사진은 해당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퍼스트런>
2016-11-24 14:10
[영화뷰] '스플릿', 볼링공의 엔도르핀 정조준…'스트라이크!'
(서울=포커스뉴스) 볼링공이 손에서 떨어진다. 공이 열 개의 핀을 향해 굴러간다. 핀이 모두 다 쓰러지면 ‘스트라이크’. 넘어가는 핀 수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다. 얼마나 간단한 게임인가. 영화 ‘스플릿’의 세계도 그렇다. ‘스플릿’은 도박 볼링을 소재로 한 영화다. 한때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않아 “퍼팩트 맨”이라 불리던 철종(유지태 분)은 사고 후, 모든 것을 잃었다. 철종을 필요로 하는 것은 브로커 희진(이정현 분)이다. 희진은 철종을 도박 볼링 선수로 세운다. 하지만, 돈을 따는 게 쉽지만은 않다. 정체불명의 상대편 선수는 자꾸만 스트라이크를 쳐댄다. 잃었다. 그 와중에 한때 철종을 라이벌로 생각했던 두꺼비(정성화 분)는 희진을 협박하고 철종을 조롱한다. 안 그래도 답 없는 인생이 더욱 암담하다. 그러던 어느날 철종은 영훈을 보게 된다. 고릴라 같기도 한 이상한 폼으로 볼링을 치는데, 그 결과는 놀랍다. 자폐성향으로 대화가 어려운 것도 중요하지 않다. 철종과 희진은 자장면과 특정 탄산 브랜드만을 좋아하는 영훈이를 도박 볼링의 멤버로 구성한다. ‘스플릿’의 초반 전개만 보면, 철종(유지태 분)과 영훈(이다윗 분)의 사제간의 휴먼드라마 정도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철종이 영훈을 가르치며 개과천선 한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전혀 다르다. 철종은 영훈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영훈의 이상한 폼까지 수용한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오히려 동료라는 위치에 걸맞다. 그 속에서 감정은 더 깊게 파고든다. 자폐성향을 가진 영훈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나누지도 못한다. 슬프고, 아프고, 억울한 상황에도 “아프다”는 말도 입 밖으로 내지 못 한다. 영훈이 지금 슬프고, 아프고, 억울하다는 것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철종이다. 영훈의 말에 철중이 고개를 돌리고 “아 놔, X발”하고 내뱉는 혼잣말은 그 어떤 내레이션보다 강하다. 이다윗은 자폐성향을 가진 인물을 맡아 박수받아 충분한 연기를 펼친다. 과거 영화 ‘말아톤’(2005)에서 조승우, ‘맨발의 기봉이’(2006)에서 신현준 등 자폐성향을 스크린에 옮겨온 배우들이 있었다. 이들의 연기는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하지만, 이다윗이 보여준 영훈이는 웃음보다 더 큰 ‘아픔’까지 전해주기에 다르다. 관계 속에서 전해지는 영훈의 감정은 관객에게 새로운 공감의 경험을 제공할 것. ‘스플릿’은 볼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어려운 규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 않다. 그냥 금을 밟으면 파울이라는 정도만 알면, 영화를 보는데 어려움이 없다. 철종, 영훈, 희진, 그리고 두꺼비까지 캐릭터의 관계도 깔끔하다. 이들이 볼링공을 쥔 모습처럼 착한 폼, 나쁜 폼, 이상한 폼이 그대로 성격에 담겼다. 큰돈이 오가는 볼링 경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볼링공이 뱅뱅 돌며 레일 아래로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휘어지는 것은 영화관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마음 졸이게 한다. 이어지는 볼링공이 핀에 맞는 경쾌한 소리가 쾌감을 더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락영화로서의 충분한 기능이다. 속사정은 있지만 꼬이지 않은 전개. ‘스플릿’의 장점은 볼링판 같은 직진 전개에 있다. 그러면서도 진한 감동도 놓치지 않았다. 드라마와 볼링경기가 균형을 맞춰가며 서로를 보조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볼링경기에 몰입을 더하고, 볼링경기는 드라마를 부추긴다. “볼링이 왜 사람 잡는 줄 알아? 다음번엔 꼭 스트라이크 칠 것 같거든”이라는 영화 속 대사가 경기에 몰두하는 관객의 귓가에 박히는 이유다.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스플릿’ 속 인물들의 감정이 클라이막스를 향해가며 급박하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물론 극적인 요소를 위함이지만, 관객에게 물음표로 남을 수 있다. '스플릿'의 첫 장면은 볼링장의 뒤편이다. 쓰러진 핀이 다시 세워지기까지 기계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담겨있다. 쓰러진 핀이 다시 세워지는 것. 결국 볼링게임 한 판, 한 판은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다. 깔끔하게 모든 핀이 쓰러지는 판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마음 복잡한 요즘, 엔도르핀을 유발하는 속 시원한 스트라이크 소리를 영화 ‘스플릿’에서 즐길 수 있다. 15세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1분. ◇ ‘스플릿’은 한 마디로?= 유지태X이다윗의 “막키스”가 한 잔 생각나는 한 판.유지태,이다윗,이정현,정성화 등이 열연한 영화 '스플릿' 포스터.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스플릿' 속 철종(유지태 분)과 영훈(이다윗 분)의 모습.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이다윗은 자폐성향을 가진 영훈의 모습을 실제처럼 스크린에 옮겨냈다.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스플릿' 속 철종(유지태 분), 영훈(이다윗 분), 두꺼비(정성화 분)(왼쪽부터)의 볼링폼. 사진은 '스플릿' 스틸컷.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유지태,이다윗,이정현,정성화 등이 열연한 영화 '스플릿' 포스터.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2016-11-09 08:20
[영화뷰] ‘가려진시간’, 강동원이라는 판타지
(서울=포커스뉴스) 믿을 수 없는 진실이 있다. 그런데 아무도 믿지 못한다면 그것이 진실이 될 수 있을까. 영화 ‘가려진 시간’은 소년과 소녀의 첫사랑에 기대어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려진 시간’은 마치 감아버린 눈처럼 덮개가 씌워진 카메라 위에서 시작한다. ‘아동학자(문소리 분)가 수린이와 함께한 3개월의 상담과정’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그리고 ‘죽어라’라고 낙서된 장소, 학교를 빠져나가는 영구차 등 화노도 어린이들 실종사건 뒤 이어진 무성한 소문들을 함축한 이미지가 이어진다. ‘유행처럼 퍼진 분노가 아이들을 난도질했다’는 자막이 더해진다. 무성한 소문 속에는 사람들의 분노가 있을 뿐이다. 카메라 덮개가 벗겨지며 렌즈의 중심에 수린이가 담긴다. ‘이제부터 진실을 말해줄게’라고 말하는 듯하다. ‘가려진 시간’은 열세살 성민(이효제·강동원 분)과 수린(신은수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수린은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의붓아버지 도균(김희원 분)을 따라 화노도로 왔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유체이탈 등 초현실에 관심을 갖는 수린에게 성민이 다가온다. 성민과 수린은 그들만의 시간, 언어, 공간을 정성들여 쌓아간다. 어느 날 성민과 수린을 포함한 네 친구들이 산으로 향한다. 수린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세 친구들이 사라졌다. 마을로 돌아온 수린에게 며칠 뒤 자신이 성민(강동원 분)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다른 사람의 시간은 멈춰 있을 때 사라진 세 친구의 시간만 흘렀다. 열세살이었던 소년은 스무살이 지나 어른이 됐다. 그런데 성민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되레 살아돌아온 게 죄가 돼버린다. 어른이 된 성민은 사라진 아이들의 납치범으로 몰려 쫓긴다. ‘가려진 시간’은 곳곳에 눈을 강조하는 앵글을 배치한다. 어린 성민 이효제, 어른이 된 성민 강동원, 그리고 모든 진실을 알고 믿는 수린 신은수의 눈을 교차로 오간다. 그런데 이들이 본 것을 입에 옮기면 “제대로 말해야지”라는 어른의 질책이 돌아온다. 영화는 ‘가려진 시간’을 통해 믿음과 진실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계속 던진다. ‘가려진 시간’ 속은 눈을 강조하면서 눈을 사로잡기도 한다. 아름다운 미장센을 통해서다. 한국에서 처음 엿보는 ‘감성 판타지’ 맛은 신선하고 달콤하다. 특히 ‘가려진 시간’이라는 멈춰있는 현실의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세 친구들이 모습은 미소를 유발한다. 또 떨어뜨린 물건, 두둥실 떠 있는 성민의 보따리 등은 색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그 판타지를 강화하는 것은 역시 강동원이다. ‘가려진 시간’에서 열세살 소년이 된다. 나비도 강동원에게 앉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런 강동원이 자신을 믿어주는 수린만을 기다리는 순정을 보여준다. 여성 관객이라면 마음을 다잡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수린의 손에서 다듬어지는 강동원의 모습은 큰 화면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신은수의 특별한 매력도 ‘가려진 시간’에 몰입하는 요소가 된다. 신은수는 수린 역을 맡아 어린 성민(이효제 분)과 감정을 쌓아간다.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을 엿보는 느낌이 꽤나 설렌다. 성민이 이효제에서 강동원으로 바뀌지만, 신은수가 그를 바라보는 눈은 수린처럼 변하지 않는다. ‘가려진 시간’은 몽환적인 이미지다. 첫사랑, 순수함, 진실, 믿음. ‘가려진 시간’이 담고 있는 키워드다. 손에 잡히는 단어가 없다. 그래서인지 친절한 영화라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영화가 끝난 뒤 몇 가지 의문도 남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 속 동화같은 현실을 성인이 되어버린 관객이 마냥 순수한 눈으로 따라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엄태화 감독은 “어른이 되면서 그사이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감정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남자를 믿어주는 소녀의 이야기다. 믿음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 믿음의 기반이 되는 조건없는 첫사랑의 순수함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소중히 간직한 보물상자를 어른이 돼 우연히 열어보면 놀라게 된다. 돌, 쪽지 등. 어른의 눈으로 보면 쓸데없는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이 있었음을 ‘가려진 시간’을 통해 엿보게 된다. 한국판 ‘가위손’ 같은 영화라면 볼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상영시간 129분. 11월16일 개봉. 12세 관람가. ◆ ‘가려진 시간’은 한 마디로="강동원이라는 판타지, 어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랴."강동원 주연의 영화 '가려진 시간' 캐릭터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13살의 성민(이효제 분)과 수린(신은수 분)이 둘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가려진 시간'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어린 성민(이효제 분)이 '가려진 시간'에서 7년 넘는 시간을 보내며 스무살을 지난 어른 성민(강동원 분)으로 성장했다. <사진제공=쇼박스>성민(강동원 분)을 유일하게 믿어주는 수린(신은수 분)의 모습. 사진은 '가려진 시간'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강동원, 신은수 주연의 영화 '가려진 시간'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2016-11-06 09:45
[영화뷰]'닥터스트레인지', 눈을떠라…스트레인지 세계가 열렸다
(서울=포커스뉴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등 마블 코믹스 어벤져스 명단에 또 한 명의 히어로가 추가됐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트레인지는 천재라 불리는 신경외과 의사다. 포기한 환자도 살려내고, 예민한 수술도 손으로 직접 해낸다. 하지만 그 오만함에 사고가 났다. 비 오는 날, 운전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 몸은 깨어났는데, 예민한 손을 잃었다. 손을 찾기 위해 재산을 탈탈 털었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손, 재산, 그리고 사랑하던 크리스틴(레이첼 맥아담스 분)까지 잃고 절박한 마음으로 조나단 팽본(벤자민 브랫 분)을 찾아간다. 유일하게 장애를 이겼냈다는 인물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팽본에게 사원 ‘카마르-타지’를 전해 듣는다. 카마르-타지에서 그는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 분)을 만나 새로운 차원의 능력을 연마한다. 길게 말했지만, 실은 매우 간단한 이야기다. 다른 히어로물이 그렇듯이 ‘위험에 빠진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에인션트 원의 제자였던 케실리우스(매즈 미켈슨 분)는 절대악을 깨워 영원한 삶을 얻고자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에인션트 원에게서 배운 능력으로 이에 맞선다. 간단한 이야기지만, 시각적으로는 전혀 간단하지 않다. 여태껏 보지 못한 ‘스트레인지’한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속에는 현실조작부터 포탈생성, 유체이탈, 차원이동, 염력 등의 능력을 가진 이들이 등장한다. 손끝으로 만든 원은 모든 공간과 이어져있고, 시간도 조절할 수 있다. 길이 90도로 꺾여지고, 벽이 바닥이 된다. 앞으로 달리던 사람은 되감기한 것처럼 뒤로 간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케실리우스와 싸우는 배경이다. 왜곡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의 싸움은 전혀 다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새롭게 등장한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에 대한 매력도 볼거리다. 앞으로 어벤져스 군단에도 합류할테니, 그의 매력에 미리 빠져두는 것도 좋겠다. 천재 신경외과 의사일 때 그는 아이언맨처럼 오만방자했다. 모든 것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에서도 '셜록' 시리즈로 인기를 끈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도 빛난다. 하지만 아이언맨과 달리 그는 사고와 함께 모든 것을 잃는다. 돈, 차, 지식 이런 외형적인 것을 잃은 그는 자연과 “순응” 하는 법을 배운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동양적인 색을 띠는 이유다. 웃음 포인트도 있다. 공간을 넘나드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병원에서 일하는 중인 크리스틴을 만날 때도 그렇다. 유체이탈 능력을 가진 스트레인지와 크리스틴이 펼치는 ‘사랑과 영혼’같은 로맨틱한 수술장면도 놓치면 안 될 포인트다. 또한, 베네딕트 컴버배치 급의 존재감을 펼치는 망토와 미소천사(?) 웡(베네딕트 웡 분)을 기억할 것. 도서를 관리하는 웡의 미소를 보는 순간, ‘닥터 스트레인지’의 신스틸러에게 마음을 뺏길 테니 말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상영 시간은 115분이다. 이 모든 것이 담겼다. 흐름이 빠를 수밖에 없다. 관객은 숨차게 캐릭터를 쌓아가야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되기 전 천재 의사로 임하던 시절과 에인션트 원의 밑에서 수련하며 내공을 쌓는 과정에 대한 전개가 급박하다. 천재성에 대한 설명이 더해지지만, 수련과정이 턱없이 짧은 닥터 스트레인지에 비해 마스터라 불리는 다른 인물은 유약하기만 하다.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스트레인지(strange, 낯선)’ 환경은 눈을 뜨고 지켜볼 만하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정식 개봉일인 26일 하루 동안 43만5071명의 관객의 눈을 뜨게 했다. 정식 개봉일인 쿠키 영상도 두 번 나오니 하나를 확인했다고 객석에서 엉덩이를 떼지 말 것. 하나에는 토르가 등장해 닥터 스트레인지의 어벤져스 세계 속 합류를 예고하며, 다른 하나에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조력자 모르도(치웨텔 에지오포 분)가 등장한다. 12세 관람가.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포스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16-10-27 09:39
[영화뷰]한예리·양익준…‘춘몽’, 삶이 꿈인지, 영화가 삶인지
(부산=포커스뉴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거예요.’ 그룹 산울림 6집에 나오는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라는 곡의 한 소절이다. 영화 ‘춘몽’에서 이 곡조는 한예리, 양익준, 박정범, 그리고 윤종빈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이들 중 멀쩡한 사람도 없고, 사연 없는 사람도 없지만, 그래도 서로를 만나게 됐으니 다행이라는 네 사람이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춘몽’은 수색동에 사는 예리(한예리 분)를 중심으로 한 영화다. 예리는 병든 아버지를 돌보며 고향 주막을 운영한다. 한동네에 사는 삼총사 익준(양익준 분) 정범(박정범 분) 종빈(윤종빈 분)은 예리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다. 각자 스타일은 다르지만, 마음은 행동에 모두 묻어 있다. 영화는 앞서 말한 네 사람과 예리를 향한 마음을 품은 또 한 명의 소녀 주영(이주영 분)의 삶이 담겼다.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일상이 담긴 영화다. 그런데 기존에 알고 있던 영화의 규칙을 모두 깨트린다. 쏘지 않는 총, 찌르지 않는 칼이 등장한다.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는 인물이 있어도 차마 꺼내지 못하고 품고만 사는 그 한마디같이 말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리와 삼총사가 보러간 영화관에서 그 모습은 직접 전달돼 웃음을 유발한다. 스크린 속 인물은 천천히 계란을 까고 있다. 이 장면을 본 익준은 이내 욕을 한다. 다른 관객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예리는 익준의 입을 막기 위해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영화와 삶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재미있는 지점을 엿볼 수 있다. 삼총사로 등장하는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등이 모두 감독과 배우를 겸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윤종빈 감독은 ‘군도:민란의 시대’(2014),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세 감독이자 배우 모두 연기에 구멍이 없다. 이유는 세 사람의 전작에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 이름을 쓰는 ‘춘몽’ 속 각각의 캐릭터는 세 사람의 첫 장편연출작 속 캐릭터의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 양익준은 ‘똥파리’(2008), 박정범은 ‘무산일기’(2010), 윤종빈은 ‘용서받지 못한자’(2005) 당시 모습을 연상케 한다. ‘똥파리’ 속 용역깡패 상훈이는 ‘춘몽’의 익준이, ‘무산일기’ 속 북한에서 온 승철은 ‘춘몽’이 정범이, ‘용서받지 못한 자’ 속 틱장애가 있던 허지훈은 전역해 ‘춘몽’ 속 종빈이 됐다. 이런 인물들의 삶을 핸드헬드(손으로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는 방식)로 쫓는다. 보통 인물의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촬영 방법이 일상의 삶에 적용됐다. 우리의 격한 매일매일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는 자유롭게 유영하며 인물을 담아낸다. 생(生)과 몽(夢)의 경계를 없애는 듯하다. 눈을 감고 뜨는 차이로 꿈과 현실이 갈린다면 ‘춘몽’ 속에 그 경계는 없다. 결국 ‘춘몽’은 우리가 사는 격한 매일매일을 담았다. 흑백으로 담긴 스크린에서 때로는 피식 하는 웃음을, 어리둥절하는 물음표를, 뾰족한 속 마음을 엿보게 된다. 지나고 나면 그 모든 것은 아스라이 멀어진다. 때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고, 지나고 나면 꿈처럼 아득해지는 일상을 말이다. 장률 감독은 봄과 꿈이라는 제목을 쓴 이유로 “영화를 찍은 건 봄에 찍었다. 제목을 처음부터 짓고 영화를 찍은 건 아니고, 만들다가 나왔다. 꿈을 꾸어도 색깔은 잘 생각이 나지 않아 흑백을 택했다. ‘춘몽’ 속 인물들은 지금 사회에서도 아주 따스한 사람들이다. 봄날의 꿈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춘몽’을 즐기는 또다른 즐거움도 있다. 신민아, 유연석, 김의성, 김태훈, 조달환 등이 카메오로 등장해 삶의 의외성을 더한다.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의 작품들을 즐겁게 감상한 이들이라면 봄날의 꿈을 더욱 즐길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15세 관람가. 101분. 13일 개봉. ◆ ‘춘몽’은 한마디로 봄날의 꿈을 기억하시나요? 그래도, 잊혀지진 않을 거예요.영화 '춘몽' 포스터.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윤종빈, 양익준, 한예리, 박정범(왼쪽부터)이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 '춘몽' 스틸컷.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용서받지 못한자' 윤종빈, '무산일기' 박정범, '똥파리' 양익준(위쪽 왼쪽부터)의 모습과 영화 '춘몽' 속 윤종빈, 박정범, 양익준(아래쪽 왼쪽부터)의 모습. <사진제공=에이앤디픽쳐스,세컨드윈드필름,mole필름,스톰픽쳐스코리아>영화 '춘몽' 스틸컷.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2016-10-09 10:15
[영화뷰] ‘그물’, 류승범을 중심으로 ‘데칼코마니된 남과북’
(서울=포커스뉴스) 북한 어부 철우(류승범 분)를 태운 차가 남한의 도로 위를 달린다. 눈을 질끈 감은 철우의 뒤로 보이는 것은 끝없이 이어진 철조망. 서로 뒤엉켜 있는 철조망은 마치 누구 한 명 걸리기를 기다리는 ‘그물’같다. 영화 ‘그물’의 시작이다. 철우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과 북한에서 가족을 이루고 사는 어부다. 매일 북한의 군초소를 지나 남북을 가르는 임진강으로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 그날도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전재산인 배에 그물이 걸렸다. 10년을 노력해 장만한 배를 포기할 수 없는 철우는 그렇게 남한에 닿는다. 남한에서 그는 간첩 조사를 받는다. 조사관(김영민 분)은 그를 압박해 간첩으로 몰아간다. 그 속에서 철우를 믿어주는 것은 감시요원 진우(이원근 분) 뿐이다. 가족이 있는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남한에서 ‘견디는’ 철우의 일주일은 관객에게 현실로 와닿는다. ‘그물’은 철우를 중심으로 남과 북을 마치 데칼코마니(한 면에 바른 물감을 다른 면에 찍어내는 작업 방식) 한 것처럼 그려낸다. 철우는 남한에서는 간첩으로 의심받고, 조사받는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남한의 트집을 잡기 위해 조사받는다. 남한과 북한으로 분명 다른 공간인데, 다르지가 않다. 철우는 양쪽에서 모두 물고기 같다. 특히 조사 중 폭력을 당하고 쓰려져 있을 때 모습은 마치,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연상케 한다. 철우가 내는 소리도 파닥거리는 물고기의 소리 같다. 그는 남한에서는 “내래 (북으로) 보내달라”고, 북한에서는 “(가족에게) 보내달라”고 소리치며 울부짖는다. 남한과 북한의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피부에 와닿게 하는 것이 ‘그물’이 가져야하는 필수 요소가 된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북한 어부가 된 철우의 시선이다. “사람이라 본 건 기억하고, 기억하면 다 말하게 돼 있습니다”라는 그는 눈을 질끔 감는다. 그러던 철우가 자본주의의 메카인 명동 한복판에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들은 멀미가 날 것 같이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처럼 혼란스럽기만 하다. 뒷골목의 여자, 남긴 음식 쓰레기들, 돈이 없는 게 죄가 되는 현실을 철우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돌아간 북에서도 돈의 쓰임은 다르지 않다. 남과 북의 또 다른 데칼코마니가 완성되는 지점이다. 류승범, 이원근, 김영민, 최귀화 등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생명력 있는 연기를 펼친다. 배의 고장으로 남한에 오게 된 철우가 북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야기, 이 간단한 이야기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유다. ‘그물’은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에서 주류보다는 비주류의 사람들을 중심에 두며, 다소 난해한 세계관을 선보였던 감독이다. ‘나쁜 남자’(2001),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사마리아’(2004), ‘피에타’(2012) 등의 작품은 논란, 파격, 그리고 충격이라는 단어로 관객에게 남았다. 김기덕 감독은 “66년 동안 이어진 분단 상황 속 남과 북의 이야기”를 ‘그물’을 통해 보여준다. 사회를 살고 있는 한 사람보다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에 주목한 것은 김기덕 감독의 도전적인 변화다. 김기덕 감독은 “‘그물’은 66년 동안 조금도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하는 우리에 대한 고백이자 자백”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동안 내가 만든 그 어떤 영화보다 ‘그물’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영화다. 지금 당신이 이데올로기의 그물에 걸려 비늘이 벗겨지고 아가미가 찢어지고 눈에 피멍이 들어 서서히 퍼득거리며 죽어가는 물고기는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보길 바란다. 극 중 서울로 들어서자마자 눈을 질끈 감고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는 어부의 모습과 당신의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당신이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물고기는 그물에 걸리면 끝이다”고 작의를 덧붙였다. ‘그물’은 15세이상 관람가 등급의 영화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 치고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부분이 적다. 다만, ‘곡성’처럼 영화 등급을 깔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상영시간 114분. 10월 6일 개봉. ◆‘그물’은 한 마디로 어려‘웠던’ 김기덕 감독이 친절하게 그려낸 ‘우리’ 이야기.영화 '그물' 메인포스터. <사진제공=NEW>영화 '그물' 스틸컷. <사진제공=NEW>영화 '그물' 스틸컷. <사진제공=NEW>영화 '그물' 스틸컷. <사진제공=NEW>영화 '그물' 스틸컷. <사진제공=NEW>
2016-10-01 10:02
[영화뷰]'아수라', 정우성·황정민·곽도원이 그린 '지옥=지금'
(서울=포커스뉴스)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희망을 버릴지어다.” 단테의 책 ‘신곡’에 등장하는 문구다. 해당 문구는 지옥의 문 위에 쓰여있다. 영화 ‘아수라’는 그 말을 현실로 가져왔다. ‘무한도전’이 방송되고 있는 지금 이 땅으로 말이다. 영화 ‘아수라’는 악한 세상에서 자기만은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섯 인물은 상하관계로 혹은 대립관계로 얽히고설켜있다. 검찰 김차인(곽도원 분)은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을 검거하려 한다. 하지만 박성배는 증거를 조작하며 요리조리 피한다. 하필이면 그 사이에 도경(정우성 분)이 끼었다. 도경은 성배의 뒤처리를 해주고 돈을 받던 비리경찰이다. 박성배의 수행팀장으로 떳떳하게 밑에서 일해 보려고 했는데, 김차인에게 꼬리가 밟혔다. 팀장은커녕, 박성배의 악행을 입증할 증거를 김차인에게 가져다 줘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 더 악화시키는 이들이 등장한다. 도경의 부탁에 성배의 수행팀장이 된 둘도 없는 동생 선모(주지훈 분)와 김차인을 돕는 수사관 도창학(정만식 분)이다. ‘아수라’ 속 동네 전경 모습은 마치 불지옥을 연상케 한다. 영화가 지금 사는 현실을 지옥으로 담아냈다는 단상이다. 앞선 범죄액션영화가 재벌과 소시민 등 자본주의가 낳은 새로운 계급형태에 몰입했다면, ‘아수라’는 좀 더 미세하게 속으로 들어간다. 마냥 갑인 것 같은 검사도 그 위에 상사가 있고, 을인 것 같은 후배도 알마니 수트만 입으면 갑이 된 것 같은 모양새다. 부장 검사의 지시를 받은 김차인은 도경을 닦달한다. 과거 도경도 그렇게 자신이 부리던 마약중독자 작대기(김원해 분)를 닦달했다.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몸의 부딪힘이지만, 복합적인 감정의 부딪힘이 현실을 살아가는 관객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참 스트레스로 가득한 세상이다. 단 한 사람만이 예외다. ‘아수라’ 속 절대 악으로 등장하는 시장 박성배다. 그는 시의 가장 머리꼭대기에 군림하며, 자신의 모든 악한 행실을 덮는다. 앉아있을 때는 멀쩡한 와이셔츠 차림이지만, 일어서면 하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엉덩이를 내보이는 모습. 이는 성배의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려도 있다. ‘아수라’는 주로 두 사람의 부딪힘으로 극이 전개된다. 정우성과 곽도원, 정우성과 황정민, 정우성과 주지훈의 만남 등은 모두를 아수라장으로 이끄는 요소가 된다. 이는 작품에 양극의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스토리 라인에 집중하는 관객은 평면적 흐름이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거친 욕설이 진짜 남자를 만들어주는 건 아니듯 말이다. 반면 액션과 스타일에 집중하는 관객에게는 신선한 만족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영화는 어느 한쪽으로만 볼 수 없다. 모든 것이 어우러질 때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된다. ‘아수라’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변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수라’가 상영되는 132분 동안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등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다. 배우들은 각각 자신의 일부분을 조금씩 비틀면서 관객에게 색다른 지점을 선사한다. 정우성은 멋짐을 일부 내려놓고, 거친 피부로 고된 삶을 드러낸다. 황정민은 절대악인 정치인, 곽도원은 검사가 됐다. 두 사람이 전작에서 한 번 이상씩 보여준 역할이다. 하지만 결과물은 다르다. 황정민은 이유보다 몰아붙이는 악으로, 곽도원은 상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검사로 입은 옷을 달리 했다. 주지훈은 극 중 유일하게 변화하는 인물을 맡았다. 선과 악을 넘나들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김성수 감독은 “범죄액션영화에서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시시한 악당을 주인공으로 삼고 싶었다. 그런 인물을 절벽 끝까지 몰고, 그 절벽에서 주인을 물어뜯는 광경을 생각했다”고 ‘아수라’에 담긴 의도를 설명했다. 또한 “곽도원이 정우성에게 폭력을 가한 후에 천연덕스럽게 질문하는 장면이 있다. ‘많이 괴롭고 아프죠?’라고. 이를 보는 관객이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수라’는 참 묘한 영화다. 분명히 피도, 카체이싱 등의 액션도 풍부하다. 하지만 보고나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보다는 뭔지 모를 먹먹함이 자리한다. ‘아수라’ 속 배우들은 마치 자신의 몸이 부싯돌이 된 마냥,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지옥불을 스크린에 옮긴다. 잔인한 장면을 잘 보지 못하는 관객들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상영시간 132분 동안 약 8번 정도 눈을 가리게 될 것. 청소년(19세미만) 관람불가. 22일 개봉.정만식,정우성,곽도원,주지훈,황정민(왼쪽부터)이 등장하는 영화 '아수라'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황정민, 정우성이 등장하는 영화 '아수라'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정우성, 주지훈이 등장하는 영화 '아수라'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곽도원, 정우성이 등장하는 영화 '아수라'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영화 '아수라'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2016-09-27 08:36
[영화뷰] 송강호·공유 ‘밀정’, 가장 차갑게·뜨겁게·멋있게
(서울=포커스뉴스) “이 나라가 독립이 될 것 같소, 영감은.” 1923년에 누군가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대답은 어땠을까. 살고 죽는 것이, 사랑하는 가족이 달린 일이다. 그 누구도 가볍게 “대한독립만세”를 외치진 못 할 시대라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가 가능한 것은 이를 그 시대에 무겁게 외쳤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밀정’은 송강호, 공유,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 등을 통해 그 시대를 담는다. ‘밀정’은 남의 사정을 은밀히 정탐하여 알아내는 자를 뜻하는 단어다. 영화의 제목도 같은 의미다. 조선인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 분)은 경무국 부장 히가시(츠루미 신고 분)의 명령에 따라 의열단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목적으로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 분)에게 접근한다. 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은 중국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와 일본의 주요 거점을 파괴하려 한다. 폭탄을 들여오기 위해서는 일본의 눈을 피해야만 한다. 서로의 속내를 알면서 김우진이 이정출과 만남을 시작하게 되는 이유다. ‘밀정’은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황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때 독립운동 진영에 속해있었으나, 변절한 후 일제의 고등 경찰이 됐다. 하지만, 안둥과 신의주를 거쳐 폭탄을 들여오려는 과정에서 그는 의열단 리더 김시현과 함께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의열단의 거사를 저지하기 위해 일제가 심은 밀정이었다는 설과 일본 경찰을 가장한 의열단원이었다는 설 사이에서 현재까지도 의문 속 인물로 남아있다. ‘밀정’은 일제강점기를 담은 작품들과는 또 다른 흐름을 갖는다. 같은 시대를 담아내기 때문에 액션 장르였던 ‘암살’(2015)을 연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밀정’은 김지운 감독의 표현처럼 ‘차가운 느와르’의 형식을 따른다. 쫓고 쫓기는, 속고 속이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송강호가 맡은 이정출 역은 그 중심에 있다. 황옥을 모티브로 했으며, “다시 만날 땐,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장담 못 해”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그는 내달리는 시대의 흐름에 갈팡질팡한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두려움이기에 그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송강호는 ‘밀정’에서 세 번의 눈물 속에 각기 다른 감정을 담는다. 송강호가 전작에서 보여준 그 어떤 눈물보다 강하고, 복잡한 힘을 가진 눈물이다. ‘밀정’의 정체는 영화를 이끌고 가는 힘이다. 의열단원인 공유, 한지민, 신성록, 고준, 김동영 등의 역할이다. 그들과 맞서 줄을 팽팽하게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은 일본 경찰 쪽이다. 송강호, 엄태구, 허성태 등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유다. 막연히 무겁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하지만 ‘밀정’은 사람을 담은 작품이다.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애매한 상황은 관객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큰 웃음의 중심에는 송강호, 공유, 그리고 정채산 역의 이병헌이 있다. 세 사람은 각각 나쁜 놈, 좋은 놈, 아주 좋은 놈으로 만나 거대한 술독을 비워낸다. 그들 중 유일한 나쁜 놈인 송강호의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놓치지 말 것. ‘밀정’의 정체를 알게 된 후부터 영화의 온도는 확 변한다. 영화는 등장한 모든 인물의 결말을 쫓는다. 상업 영화에서 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보통 크지 않은 역의 결말은 영화의 속도와 관객의 몰입을 위해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작품은 관객이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밀정’도, 이를 보는 관객도, 가장 뜨거워지는 순간이다. 김지운 감독의 담대한 선택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 등 그의 연출작에는 ‘스타일’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밀정’에는 인물을 따라가며 뜨거움이 더해졌다. 루이 암스트롱의 ‘When you’re smiling’을 배경음악으로 택한 것, 클래식한 영화를 연상시키는 화면전환 방식 등은 ‘김지운 감독이 가장 멋진 분들을 담아내려, 가장 잘하는 방식을 택했구나’라는 확신을 준다. 김지운 감독은 지난달 26일 ‘밀정’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콜드 느와르’라는 장르적 성격을 부여하고 시작한 작업에서 의열단을 담다보니 자꾸 뜨거워지더라. 나라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스파이를 강조하지 말고 인물을 따라가는 길을 택했다. 관객들이 김지운의 작품과 다르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정출은 명을 달리한 독립운동가의 엄지발가락을 들고 ‘참 가볍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한구의 시신을 마주하고는 “뭐, 그리 작습니까”라고 말한다. 작고, 가벼운, ‘사람’들이 누구보다 무거운 삶을 살았다. 적인 밀정을 통해 무거운 삶을 지켜보며, 관객에게 감동을 강요하기보다는 질문한다. “어떻게 그렇게 스스로를 믿습니까”라고 말이다. 오는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40분.엄태구,송강호,공유,신성록,한지민이 열연한 영화 '밀정' 5인 포스터.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영화 '밀정' 스틸컷.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영화 '밀정' 스틸컷.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공유,송강호,이병헌(왼쪽부터)의 영화 '밀정' 스틸컷.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공유,송강호 주연의 영화 '밀정'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2016-09-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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