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황제의 복식
왕건동상은 황제의 복식을 착용한 나체상 양식이다. 왕건동상은 황제의 관인 통천관(通天冠)을 쓰고 있으며, 금제 허리띠 장식의 옥대(玉帶)를 띠고 있었다. 옥대는 유물로 함께 나왔으며, 착용한 옷은 부식된 조각이 동상표면에 붙어 있었다. 통천관은 나신의 신체상과 함께 청동으로 주조되었다. 왕건동상의 황제복식은『고려사』나 고문서 등에 보이는 고려 초부터 13세기까지의 시기 대부분에 시행된 여러 부문의 제도에서도 나타나는 고려의 황제제도를 조각상과 실물의 복식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고려의 군주는 대륙의 거란(契丹), 송(宋) 등 강대국 세력에 대해서는 외교적 마찰을 피해 왕을 칭하면서, 자체의 세력권 내에서는 황제를 칭하였다.
2. 실제모습에 더해진 신성함의 상징
왕건동상은 왕건의 모습을 그린 진영(眞影)과 함께 기본적으로 왕건의 실제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왕건은 후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후 당대에도 큰 권위를 가졌지만, 사후에도 고려왕국의 시조로서 높임을 받고 숭배되었다. 그의 동상은 실제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최고의 신성함을 나타내는 형상이 가미되었다.
그 하나는 당시 사회적으로 일반화된 불교의 최고의 신성한 존재인 부처나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신체적 특징이라고 하는 32대인상(大人相)을 왕건상에 일부 적용한 것이다. 그 대부분은 왕건상에 착용한 옷으로 가려진 신체부위에 표현되었다. 왕건상이 언뜻 보기에 불상이나 보살상에서 보는 느낌을 일부 갖는 것은 그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당시 고려가 건국된 한반도 중북부 지방에서 고구려계승의식과도 결합되어 내려오는 뿌리 깊은 동명왕(東明王) 숭배의 신성한 상징물인 동명왕상(東明王像)의 양식, 즉 옷을 입히는 나체상 양식을 적용한 것이다. 동아시아의 불보살상이나 유교의 조각상, 군주의 조각상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착의형 나체상양식인 왕건상은 이러한 고구려계통의 문화에 바탕을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