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히말라야 원정대 9명 시신 발견... 돌풍·눈사태에 추락

입력 2018.10.13 14:01 | 수정 2018.10.13 20:15

김창호(49·사진) 대장 등 한국인 5명이 히말라야 등반 도중 돌풍과 눈사태가 베이스캠프를 덮치는 사고로 사망했다. 사고는 지난 12일 네팔 구르자히말산 해발 3500미터 지점에서 일어났고, 이튿날인 13일 새벽 김 대장 등 한국인 원정대 시신이 베이스캠프 부근에서 발견됐다.

주(駐) 네팔 한국대사관 측은 "13일 새벽 김 대장 일행의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김 대장 등 한국인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의 시신을 발견했다"면서 "베이스캠프는 눈사태에 파괴된 채 하루전 발견됐다"고 했다. 사고 당일 돌풍은 나무가 통째로 뽑힐만큼 강했고, 무너져내린 눈더미는 베이스캠프를 완전히 파괴시킬만큼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는 지난달 28일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 11월 11일까지 45일 일정이었다.

원정대는 당초 6명이었다. 그러나 한명이 건강 악화로 산기슭에 남았고, 나머지 대원들은 등반을 이어갔다. 사고가 난 12일 하산할 예정이었던 대원들이 소식이 없자, 산기슭에 잔류하고 있던 대원이 네팔인 가이드를 보내 눈사태로 베이스캠프가 부숴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김창호 대장이 올해 1월 네팔 구르자히말 트레킹에 나섰을 때 직접 찍은 사진이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설산이 구르자히말이다. /김창호 대장
사망자는 김창호 대장을 비롯해 유영직(51·장비 담당), 이재훈(25·식량 의료 담당), 영화감독 임일진(49), 그리고 정준모 한국산악회이사 등 5명과 이들을 돕던 네팔인 가이드 4명 등 총 9명이다.

김창호 대장은 2013년 한국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무산소로 완등한 산악인이다. 대원들 중 가장 연장자인 유영직 대원은 2011년 네팔 마칼루(8643m)를 등반하고, 2013년 네팔 아마다블람(6859m) 동녘 신루트를 등반한 베테랑 산악인이다. 이재훈 대원은 부경대 산악부 출신으로 식량과 의료 지원을 담당했다.

임일진 감독은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원정대에 참가했다. 임 감독은 주로 산악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던 대표적인 산악영화 감독이다. 대표작으로 '히말라야', '벽' 등이 있다. 당초 원정대 명단에 없던 정준모 이사는 현지에서 원정대에 합류했다 변을 당했다.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명단. /대한산악연맹
사고 지역에는 아직도 헬기와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워 실종자 수색과 시신 수습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주네팔대사관과 현장대책반을 구성하고, 네팔 경찰 당국과 베이스캠프 운영기관 등을 접촉해 시신 수습 및 운구 등 향후 진행사항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외교부 측은 "수색에 나선 헬기가 소형이라서 시신을 발견하긴 했지만, 수습까지는 어려웠다"며 "수습장비를 구비한 헬기를 이용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시신을 수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르자히말은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무리의 봉우리 중 하나다. 높이는 7193m로, 산 남쪽에는 3000m 이상의 대암벽이 있다. 등반하기 쉽지 않은 산군으로 꼽힌다. 골짜기 깊숙한 곳에 소수민족 찬탈족(Chantyal)이 모여사는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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