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wholmesian Jun 27. 2019

무작정 궁도장을 찾아가 봤다

국궁을 배워보자 - (1)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활쏘기를 동경했습니다. 조용히 정신을 집중하고 과녁을 살피다가, 굳건한 자세로 화살을 메기고, 가만히 활 시위를 놓는 모습. 그 모습이 그렇게 고요하고 멋져 보일 수가 없었죠. 영화나 TV에서 활을 쏘는 모습을 볼 때면 언젠가는 나도 활을 배워봐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활을 어디서 배울 수 있는지도 몰랐고, 학업에 입시에 치이다보니 무언가를 배워야겠다는 다짐은 흐지부지 되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활쏘기는 어린 시절의 로망으로만 남아 있었죠.

딴 거 다 필요 없고 멋있잖아요? (사진 출처 = CW <애로우>)

 그런데 이번에 대학 졸업 전 마지막 방학을 맞이했습니다. 대학원에 가면 방학에도 계속 연구를 해야하니 정말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방학은 이게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마지막 방학만큼은 후회 없이, 알차게 보내고 싶어 뭘 해볼까 고민하던 중 활쏘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도전 의식이 불타올랐습니다. 이제 나도 성인인데 정말 관심이 있는 거면 모르겠다고 손 놓는 대신 방법을 찾아서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요. 그래서 다시 다짐했습니다. 이번 방학 때 국궁을 시작해보자!


 일단 구글에 '국궁 배우기'를 검색해봤습니다. 과연 원하는 정보가 나올까 싶었는데, 국궁을 배우는 사람들의 글이 여럿 나오더라고요. 대한궁술협회 사이트도 있었고요. 글들을 읽어보니 하나같이 주변 국궁장을 방문해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각 정(亭)마다 사범님이 계시니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 알려주실 거라면서요. 그래서 일요일을 틈타 유성궁도장, 다른 이름으로는 무덕정을 찾아가봤습니다.

저 거대한 활 모양의 건물 보이시나요?

 무덕정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덕명로에 있습니다. 대전장애인체육센터 바로 옆에 있죠. 학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30~40분 정도 달리니 금방 도착했습니다. (갑천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어서 어려울 건 없었습니다. 중간에 산길이 있어서 조금 힘들긴 했지만요) 궁도장에 들어서니 커다란 비석에 '유성궁도장'이라 써있더군요.

 건물에 앞에 서보니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과는 달리, 입구가 하얀 종이 같은 것으로 가려져 있었습니다. 여기 들어가도 되는 건가? 싶어서 주변을 서성거리는데 한 분이 궁도장 구경하러 왔냐고 물어보시더군요. 그렇다고 하니 친절하게 궁도장에 들어가는 길을 안내해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건물 오른편에 다른 입구가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분은 무덕정의 부사두, 즉 부회장 위치에 계신 분이셨습니다. 사실 사정에 오기 전에 나이가 많은 분들만 계시지는 않을까, 괜히 어색하게 있지는 않을까 많은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무덕정에 계신 분들을 만나보니 완전히 기우였습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제 또래의 젊은 분들도 계셨고,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도 친절하게 대해주셨어요. 궁도장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무덕정은 어떻게 알았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활을 배우면 좋은 점에 대해서도 많이 들었고요ㅎㅎ

 활터는 145m 정도 거리에 과녁이 있는 구조였습니다. 화살이 과녁에 맞으면 과녁에 불이 들어오고요. 과녁과 사대 사이에는 '인애덕행(仁愛德行)', '정심정기(正心正己)', '반구제기(反求諸己)'라 적힌 비석이 있습니다. 사대에 선 분들은 돌아가며 한번에 한 발 씩, 총 1순(5발)을 쏘셨습니다. 첫 발을 쏘기 전에 '활 배우러 왔습니다' 하고 인사하고, '많이 맞추십시오' 하며 화답하는 게 인상깊더라고요. 활을 쏜다는 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신의 심신을 다스리는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녁까지 함께 걸으며 궁도장에 어떻게 왔냐고 물으시길래 활을 배우고 싶어 무작정 찾아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신입 회원들을 가르치시는 사범님이 제가 오기 바로 전에 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일에는 다른 분들이 활을 쏘는 것을 잠시 구경하다 돌아왔습니다. 교육이 있는 화요일에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요.


 비록 당장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궁도장 방문은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생각만 하던 것을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도 그랬고, 궁도장에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반겨주셔서 부담감도 한층 줄어들었고요. 무덕정을 한번 방문해보고 활을 배우겠다는 마음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혹시 국궁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근처 궁도장을 한번 찾아가보세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화요일에 다시 갔냐고요? 네, 다시 가서 이번에는 사범님도 만났습니다. 교육도 한번 들었고요. 첫 수업이 어땠는지,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