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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재고 쌓아두려 마스크 부족" 박능후 장관 발언에 의료계 '발칵'... "후안무치, 파면하라"

사회 박소정 기자
입력 2020.03.13 18:09

박능후 장관, ‘재고’ 발언에… 의료단체들, 성명내고 잇딴 ‘반발’
"후안무치 경악, 파면 요구" "심한 모멸감" "폭언 책임져야"
진화 나선 중수본 "의료현장, 마스크 부족" 장관과 선긋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2일 의료진 마스크 부족을 두고 "본인들이 재고를 쌓아두고 싶어서 그런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의료단체들은 박 장관의 발언을 ‘후안무치(厚顔無恥) 망언’으로 규정하고, 성명을 통해 파면을 촉구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면 마스크’를 쓰고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전국의사총연합회(전의총)는 성명서를 내고 "(박 장관의) 후안무치한 태도에 경악하며, 무능한 거짓말쟁이 장관의 즉각적인 파면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발언은 전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나왔다. 박 장관은 "(마스크가) 정작 필요한 현장에는 부족해선 안 된다"는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의 지적에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다"라고 대답했다. 또 답변 과정에서 "(마스크 부족 사태는) 의료진이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 때문" "본인들이 더 많이 방호복과 마스크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전의총은 "금일까지 정부가 공급한 공적 마스크를 손에 쥔 개원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국민에게 조금도 미안함을 보이지 않는 후안무치함에, 그리고 의료진에 조금의 감사한 마음도 없이 적반하장으로 탓하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빨리 장관직을 그만두고 정신과에 가서 인성검사와 지능검사를 받길 권한다"고 비난했다.

전의총은 또 "임시 선별진료소에는 방호복이 떨어지진 않으나 방호복이 여러 종류로 자주 교체되고 품질도 들쭉날쭉하다"며 "일선 종합병원에서는 초기에 방호복, 마스크를 자력으로 구매했으나 현재는 구매할 수 없고 공적 지급이 하루 필요량의 70~80%밖에 안 돼서 갈아입어야 할 상황에서 안 갈아입고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가리켜 "우리나라 정부의 방역 원칙이 있다면 바로 ‘뒷북 대응’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의총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상임대표를 지낸 의료계 임의단체로, 지난 5일에도 중국 입국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협 권고를 무시했다며, 박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 6일 오후 부산 북구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북구보건소 의사 문성환씨가 보호장비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봉직·개원의들도 반발…"현실도 모르면서 일선 의료진 모욕"
박 장관의 발언 논란은, 의료계 전체로 일파만파 번지는 상황이다. 전의총 외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의료연대본부에서도 박 장관 발언을 꼬집으며 줄줄이 비판 입장을 내놨다.

봉직의사들의 조직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박능후 장관의 실언은 평소 의료계에 대한 적대감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며 "실제로는 제대로 비축하지도 못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방호 물품 비축을 의료계가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이기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하는 행동인 것처럼 말한 것은 의료계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했다.

이어 "수박 겉핥기식 현장 점검을 통해서 그저 일선 공무원들로부터 물자가 부족하지 않다는 보고만 받았기에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착각하고는 국회에 가서 적반하장 식의 망발을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개인 의원의 경우 마스크 몇장을 어렵게 구매해서 한장으로 2~3일 사용하는 현실을 모르고 마치 넉넉히 쌓아놓고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복지부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국민이 큰 실망을 했을 것이고, 의료인들은 심한 모멸감을 받았다"며 "의료진에게 폭언을 던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연대본부도 성명서를 내고 "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모욕하는 박능후 장관은 누구에게 보고받는가"라며 "현장에서는 의료진들이 당장 다음 주에 쓸 마스크 재고가 없어 아껴 쓰고 있고, 환자 접점 부서의 직원들은 감염 차단이 전혀 안 되는 일반 치과용 마스크로 코로나 의심환자를 맞이하고 있어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 의사 회장들로 구성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이날 "국가적 재난 탈출의 첨병이 되어야 할 장관이 잦은 설화(舌禍)로 국민과 의료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공무원 전체를 욕되게 하고 있다"며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지만, 현재 바이러스 사태를 바라보는 장관의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이러스 전쟁 현장을 왜곡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파면하고 즉각 교체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3일 오전 대구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교대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휴게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뒤늦게 해명나선 정부 "‘보호구’ 충분 강조하려던 것…‘마스크’ 확충은 노력 중"
박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일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손영래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홍보관리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구 의료현장에 배급되는 레벨D 등 보호구가 필요 수량보다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장관께서 그 부분을 강조하려다 보니 그렇게 답변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 의료진의 마스크 부족에 대해서는 박 장관과의 입장차를 내비쳤다. 손 반장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병원 종사자들도 마스크를 써야 하므로 의료현장에서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공적 구매 마스크 중 의료진 배급을 1순위로, 하루 100만장을 강제로 할당하고 있다"며 "의료 현장에 마스크가 최대한 배포될 수 있도록 144만장까지 확대해 계약하고 있고 그 외에도 공급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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