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왜 그만뒀냐고요? "내 꿈은 연예인 아닌 '화학자'이기 때문이죠"

입력 2014.10.06 03:02

영재학교 입학한 아이돌그룹 출신 박유림양

한국과학영재학교 신입생 박유림(15)양은 아이돌그룹 출신이다. 타이틀곡 '러브송'으로 알려진 꼬마 아이돌그룹 '7공주'에서 최연소 멤버였다. 박양은 "아직도 많은 사람이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지만, 앞으로는 7공주보다 우리나라의 대표 화학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이경호 기자
◇아이돌그룹 생활의 고됨, 수학으로 달래

박양은 5세 때 연습생이 되고 나서 7세 때 가수로 데뷔했다. 똘망똘망한 눈을 비롯해 이목구비가 뚜렷해 아기 모델로 활동하던 중 추천을 받아 가수 오디션을 봤던 것.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연습생 생활은 기대와는 달랐다. 화려한 모습을 꿈꿨지만, 현실은 무척이나 고됐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래하고 춤추고 포즈 연습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데뷔를 하고 나서도 힘든 일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잠을 마음껏 잘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무대에 서기까지 준비과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그러다 무대 위에 올라가서는 활짝 웃어야 했죠. 저는 웃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웃어야 하는 일이 꽤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쁘다고 환호해주고 박수를 쳐줬지만, 저는 그것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지금 돌이켜봐도 좋았던 기억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네요."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지루함은 '수학'을 만난 뒤 덜어졌다. 유치원과 학교에 제대로 나갈 수 없는 박양을 위해 그의 어머니가 매일 수학 문제집 3장씩 풀게 했던 것.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도피처가 필요했던 박양은 문제를 풀면서 점점 수학에 빠져들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문제를 풀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후딱 가죠. 수학은 답이 하나라는 점이 좋아요.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그러다 점점 공부가 하고 싶어졌고, 결국 9세 때 그룹에서 탈퇴했습니다."

◇"연예인 벗어나 과학계의 영재 꿈꿔요"

학교에 온 박양은 그간의 생활은 잊고 오직 공부에만 몰두했다. 일단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충실히 들었다. 다른 친구들보다 기본기가 없을 수 있기에 수업시간에 집중하기로 한 것. '오늘 배운 내용은 반드시 머릿속에 담자'라는 생각으로 수업 때 집중하고 쉬는 시간에 복습했다. 복습을 미루면 배운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과 후에는 인천교대 영재교육원에 다니며 수학·과학 심화학습을 했다. 그러자 성적은 조금씩 계속 올랐고, 중학교 때는 전교 1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 2 때는 KMO 경시대회에 참가해 전국 동상도 받았다. 그는 "아이돌그룹 생활만큼이나 바쁘게 지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며 "각자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연예인을 왜 그만뒀느냐는 질문을 많이 해요. 특히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이 물어보죠. 저는 연예인을 하면 즐겁지 않을 것을 먼저 깨달았기에 조금의 미련도 없어요. 요즘 많은 친구가 연예인을 꿈꾸죠. 과연 자신이 연예인을 왜 하고 싶은지, 진심으로 하고 싶은지, 혹시 화려한 모습만 보고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그의 꿈은 화학자. 구체적으로는 국과수에서 화학을 담당하는 연구원이 목표다. 꿈을 위해 박양은 과학영재학교를 생각했다. 심화수업을 받고 과학관련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기 위한 최적의 고등학교라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입시를 준비했지만, 운이 좋아 합격했다는 박양은 "한국과학영재학교 전형 중 '토론'이 있었는데, 떨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조리 있게 한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며 "어릴 때 무대에서 노래하며 자신감을 키운 것이 연예인 활동으로 얻은 유일한 수확"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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